꽃동산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이긴 하나 묘하게 시간이 맞지 않아 발걸음을 돌리고 위안 삼아 찾아간 습지공원은 텅 빈 공간이나 다름없었다.
규모가 제법 큰 만큼 많은 손길을 거쳤음에도 그 지독한 고독을 벗기 위한 집착인지 꼭꼭 숨겨둔 빛결을 꺼내 만개한 공작의 날개처럼 공원의 봄빛은 사방으로 활짝 폈다.
진안읍에서 가까운 꽃동산은 코로나19로 출입이 안되어 하는 수 없이 방향을 틀어 용담호 생태 습지 공원으로 향했다.
너른 주차장은 차량이 두 대, 하나 나머지 한 대는 공원 작업 차량이었다.
용담호 자연생태습지공원은 2009년 완공된 공원으로 인공습지와 자연습지를 비롯하여 관찰데크, 탐방로, 출렁다리, 18홀의 파크골프장이 조성되어 있고 진안읍과 자전거 도로가 연결된 대규모 습지 공원이었다.
원래는 언건마을의 농지였으나 용담댐 건설로 언건마을 농지 대부분이 수몰되면서 자연스럽게 습지가 형성되었고, 이 습지를 기반으로 마을 앞 도로와 진안천 사이에 공원이 조성되었단다.
막상 공원에 발을 들이면 잘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습지를 비롯하여 전망대, 시청각 교육관, 체험 교육관, 조류 관찰탑, 생태공원으로 이우어져 자연과 문명의 접점 역할을 기대하는데 2011년 개봉 영화 '오직 그대만'의 촬영지이기도 했다.
습지 한가운데 인공섬 전망대를 가장 먼저 들러 주변을 둘러봤다.
습지를 빠져나와 둘레길 산책로를 따라 마냥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방금 전까지 머물렀던 인공섬이 보인다.
좀 더 걸어 인공섬을 멀찍이 바라봤다.
녹음에 둘러싸인 인공섬은 그저 평화롭기만 했다.
그래, 열심히 갈 길 가거라.
단순히 보는 것과 달리 막상 걸어서 주변을 둘러보면 그 규모가 와닿는다.
벌써 아카시꽃이 핀 걸 보면 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과 특히나 공원 내 쨍한 하루 햇살이 더해져 초여름 같은 날씨였다.
그래도 꽃을 보면 코끝이 향긋해졌다.
옆 인공습지로 자리를 옮겼는데 앞서 자연습지와 다른 게 뭐지?
비상했다 이내 자리 잡는 백로.
머리 빨 때는 창포로 뻑뻑!
어느새 공원 한 바퀴를 돌아 출발 선상에 가까워졌다.
매력적인 유혹이다.
공원을 떠나기 전 마지막 모습.
원래 진안은 무진장 중 하나로 잠깐 스치기 아까운 곳이라 일정을 한 번 잡고 싶은 곳이었다.
마이산, 부귀 편백나무숲과 모래재는 나름 유명한 곳이고, 두 개의 강이 만든 육지 속 섬인 죽도는 그 특이한 지형과 모습 때문에 함께 여정에 끼워 넣어야 되는데 이렇게 잠시 스쳐 지나는 게 감질났다.
진안에서 쉬지 않고 달려 집에 가까워질 무렵 석양이 그제서야 안심의 징표로 보였다.
숨 가쁘게 달려온 여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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