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정상을 향한 욕망, 단산 모노레일_20210307

사려울 2023. 1. 20. 21:37

오를 땐 가장 뒷좌석에, 내려올 땐 가장 앞 좌석에.
소문 듣고 찾은 단산 모노레일은 생각보다 한산하다.
국내 최장이라는데 20여 분이 넘는 시간 동안 가파른 경사를 꾸역꾸역 넘어가다 보면 어느새 지겨워질 무렵에서야 승강장에 도착한다.
길어서 오래 걸리는 것보다 느려서 오래 걸리는 게 더 맞겠다.
정상에 다다를 무렵 급경사 구간이 나오고 얕은 함성도 들리는데 비교적 경사가 급하긴 하나 짧은 구간이고 나머지는 뿌듯한 오르막이다.
호기심에서 타보면 괜찮은데 가장 멋진 경험은 문경 일대 백두대간과 완만한 지표면에 홀로 우뚝 솟아 있던 크고 작은 봉우리를 통틀어 그 경관이 멋지다.
서울과 남부지방에서의 접근성을 이점으로 근래 각광받는 문경은 역시나 백두대간의 큰 품에 기대어 멋진 산세를 쉽게 관망할 수 있다.

모노레일 정거장 뒷편 능선 따라 모노레일이 뻗어 있다.

출발과 동시에 도착하는 하행선.

가장 뒷편에 앉아 있어 셀카로 아래를 볼 수 있다.

4열 8인승 구조라 단촐하다.

활공장을 출발한 패러 글라이더.

제법 가파른 능선을 타고 꾸역꾸역 올라간다.

멍 때리는 토깡이.

한참을 올라 이렇게 보면 꽤 높은지 지겹지는 않다.

여기서부터 짧게나마 급경사 구간으로 어디선가 낮은 함성이 나오고 걱정하지 마라는 위로의 말도 뒤따른다.

수평이 좀 안 맞지만 줄곧 45도 이상 되는 구간이다.

급경사 구간을 빠져나올 때쯤 지상은 확연히 축소되어 버렸다.

멧돼지가 출몰한다고?!

그래서 모형 멧돼지가 서 있다.

단산 옆 성주봉과 운달산 기슭이라고 하는데 백두대간의 일부라 확실히 산세가 미려하다.

능선을 지난 패러 글라이더가 보이는데 설마 내비게이션 업뎃 안 해서 엉뚱한 대로 가는 건 아니겠지?

꾸역꾸역 급경사를 통과한 모노레일.

모노레일 상부 승강장에 오르면 백두대간의 멋진 주봉들이 줄지어 늘어선 모습을 볼 수 있다.

한 연인이 테라스에서 어묵을 맛나게 먹고 있는데 꿀맛이라는 표현도 한참 모자랄 만큼 진미가 따라 없겠다.

마치 낙서를 해놓은 듯 꼬불꼬불 임도가 선명하다.

문경읍 반대 방향은 평지가 그리 많지 않다.

이런 걸 보면 우리나라 산 많긴 하다.

백두대간 주봉들 이름.

대부분 1천 미터 봉우리가 일렬로 늘어서 있다.

지상이 좁았던 건지 하늘 향해 부상한 패러글라이더가 자유에 경련을 일으킨다.
이른 아침부터 미세먼지로 둔탁한 대기가 오후로 접어들자 조금씩 걷히며 희뿌연 세상이 잃었던 색감을 찾으며 거대한 장벽처럼 둘러쳐져 있던 백두대간도 제 위용을 조금씩 되찾는다.
멋진 산세에 현혹되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사진을 찍어보지만 막상 담겨진 사진에서는 현혹시켰던 느낌이 어딘가 사라져 버려 아쉽다.
단산에서 바라본 문경은 그래서 못내 안타깝다.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단산 정상 되시것다.

여기까지 올라와 저 능선길을 밟아 보지 못했다.

아름다운 비행.

올라온 지 2시간 여 흘러 이제 내려갈 시간.

오를 때보다 내려갈 때가 좀 더 재밌긴 하다.

오를 때는 설레고 내려갈 때는 아찔하고.

꼬불꼬불.

소나무 가족을 사이에 두고 상하행선이 우회해서 지나간다.

이렇게 보면 모노레일로 인해 정말 많은 나무가 잘려져 나간 게 확연히 보인다.

어느새 가까워진 승강장.

첫 줄에 앉아 밧줄에 매달려 내려가듯 천천히 지상에 닿는 동안 희뿌연 대기는 어느 정도 걷히고 봄소식이 반긴다.
오랜만에 타보는 모노레일과 때마침 들어선 문경5일장을 끝으로 이번 짧은 여행이 끝나고 다시 일상에 접어든다.
더불어 힘겨운 학업도 시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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