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 6

귀한 유물 Tape_20180118

효목동으로 건너 가던 중 한 때 신청곡과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그 곡들을 녹음해 주던 레코드 가게가 눈에 띄였다.아직 그 집이 있었다니!반가운 마음에 길가에서 몇 컷을 찍는데 익숙하던 노래가 슬쩍 흘러 나온다.옛 생각도 나고, 반가운 친구를 만난 양 정겹기도 하고 해서 무작정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장년의 사장님께서 자리를 지키고 계시면서 찾아온 손님과 담소를 나누시는 중에 신기한 구경 거리가 있어 눈 구경과 더불어 폰 셔터 허락을 받곤 초강력 집중력을 발휘하여 빼곡하게 진열된 카세트 테잎들을 훑어 봤다. 어릴 적의 기억은 선명하지 않지만 분명 여기에서 신청곡을 주고 녹음 테잎을 구매한 곳은 확실히 맞다.간판 이름은 그대로.내부에 진열된 테잎이나 LP도 익숙하고 친숙한 가수들이 대부분이다.이런 걸 어떻..

까까머리 학창시절을 떠올리며_20180118

오래 살던 시골 동네를 등지고 다시 도심에서 생활을 시작한 순간부터 군 복무 후 까지 9년 여 기간 동안의 시절이 각인된 추억의 장소를 찾기엔 그리 망설임도, 많은 거리를 이동할 필요도 없었다.물론 처음부터 걸어서 10여 km 이상을 이동했지만 생각보다 피로도가 쌓이지 않았고, 차가 아닌 도보의 장점으로 그물망처럼 촘촘히 연결된 골목길을 이용할 수 있어 이동 거리도 적었다.2017년 11월 30일 이후 추억 산책이라 그리 긴 시간이 지난 건 아니지만, 앞서 하루를 보낸 추억 산책이 나쁘지 않았고, 이왕 마음 먹은 김에 시간이 허락될 때 마음 편하게 즐겨보자는 의미에서 강행을 했다. 추억에 따른 시간 순서대로 한다면 좋겠지만, 그렇게 될 경우 도보 거리가 지그재그로 뒤섞여 도중에 지치고 시간도 많이 걸릴 ..

추억을 정리하며_20171130

숨 가쁘게 지나간 하루 일정을 끝내고 숙소인 인터불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엔 친구들과 조촐하게 한 잔 박살내고 느긋하게 걸어갔다. 하루 동안 이렇게 많이 걸어 본 게 얼마 만인가?초겨울 치곤 서늘 했지만 든든하게 입어서 대기에 노출된 뺨만 살짝 얼얼한 정도라 걷기 딱이다.가져간 블루투스 스피커에 음악을 연결해 짱짱하게 틀고 텅빈 공원을 걷는다는게 기분이 좋았다. 망우당공원 곽재우 동상 부근을 지날 무렵 출발할 때 강가 절벽은 세상 모든 평화를 품은 듯 고요하다. 가볍게 요동치는 금호강 너머 고수 부지는 일찍 찾아온 추위로 텅 비었다.망우당공원도 평소 발길이 거의 없는데다 추위로 호텔까지 걷는 동안 전혀 인기척이 없었다. 강가 절벽 위 전망 좋고 운치 있는 소나무 밑 벤치는 여전히 텅비어 있어 잠시 내가 앉..

추억을 따라 점점이 산책하다_20171130

도심 구경이라면 서울에서도 지겹게 하는데 왠 대구까지 왔당가?추억의 산책이라는 편이 적절한 표현이겠다.지하철 중앙로역에서 내려 작심한 대로 정처 없이 꽤나 많이 돌아다니며 골목 곳곳을 누비고 다녀 줄곧 잡아도 10여 km 이상 산책을 한 것 같다.정처 없다 보니 지도나 미리 짜여진 경로도 없이 그저 발길 닿는 대로 골목도 접어 들었다 대로변을 걷기도 하면서 얼추 지난 후의 경로-지도를 보며-는 반월당역>명덕역 방면 남문시장과 헌책방 골목(지금은 자취를 감추었다)>유신학원과 대구학원 뒷 골목>동성로 각종 골목길>옛 중앙파출소(맞나?) 인근>약전골목>서성네거리>곽병원>옛 만경관>옛 미도파백화점>학원서림>교동시장 순으로 걸어 다녔다. 서울로 따지면 청계천 헌책방거리처럼 헌책방이 즐비 했던 남문시장 인근은 세상..

워크맨과 포켓가요

일전에 모방송국에서 드라마 촬영으로 80년대 물품 협찬 요청 공지를 봤다.그러곤 귀차니즘을 물리치고 집에 소품 창고(?)를 뒤져 봤더니 이런 물품이 몇 개 숨어 있다.88년 친구가 신세계를 경험캐해 준 장본인인데 당시 로망이었던 워크맨의 정점이라 오마니를 졸랐던 철 없던 기억이 난다.당시 천문학적인 금액에 좌절을 하곤 현재 엘쥐전자의 전신 금성사 아하프리로 만족했었는데 몇 년 지나 구형이 되어 버린 이 기기를 내가 장만했지만 위시 아이템 중 탑이었으므로 구형이라도 별 의미 없었다.결국 지금 와서 연로하신 덕에 라디오만 작동할 거 같지만 그래도 로망은 로망이라 이걸 보는 순간 까까머리 학창시절로 돌아가 버리는 혼자만의 회상과 행복은 표현하지 않아도 동시대의 문화를 공유했던 분들이라면 빛의 속도로 이해 되리..

복작복작, 옛날 귀성 풍경

추석, 어머니의 밥상에 제비새끼로 앉아… [도깨비 뉴스]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제 - 정 일 근 모난 밥상을 볼 때마다 어머니의 두레밥상이 그립다. 고향 하늘에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처럼 달이 뜨면 피어나는 달맞이꽃처럼 어머니의 두레판은 어머니가 피우시는 사랑의 꽃밭. 내 꽃밭에 앉는 사람 누군들 귀하지 않겠느냐. 식구들 모이는 날이면 어머니가 펼치시던 두레밥상. 둥글게 둥글게 제비새끼처럼 앉아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밥숟가락 높이 들고 골고루 나눠주시는 고기반찬 착하게 받아먹고 싶다. 세상의 밥상은 이전투구의 아수라장 한 끼 밥을 차지하기 위해 혹은 그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이미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짐승으로 변해 버렸다. 밥상에서 밀리면 벼랑으로 밀리는 정글의 법칙 속에서 나는 오랫동안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