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매산 2

거대한 핑크빛 출렁임, 합천 황매산_20220502

꽃이라고 해서 꼭 향기에만 취하는 건 아니다. 가슴속에 어렴풋 그려진 꽃이 시선을 통해 굴절된 꽃을 통해 꽃망울 필 때면 잠깐의 화려한 향이 아닌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을 관통하여 끝끝내 취한 나머지 행복의 추억에 가슴 찡한 향을 터트린다. 때론 선명한 실체보다 아스라한 형체가 상상의 여울이 되어 흐를 때 비로소 그 기억을 품고 사는 내가 누구보다 아름다운 마음의 꽃밭에서 유유히 도치된다. 1년 전 황매산 행차할 때 코로나 백신 여파로 밤새 끙끙 앓았었는데 이번엔 그런 무게가 없어 한층 가벼웠고, 더불어 조카 녀석도 한 자리 차지해서 웃는 횟수도 많았다. 황매산은 경상남도 합천군 가회면·대병면과 산청군 차황면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해발 1,113m에 이르며, 준령마다 굽이쳐 뻗어나 있는 빼어난 기암괴석과 ..

고원에 부는 세상 향기, 황매산_20210513

인간이 품어온 동경이 쉬어가는 곳, 철쭉이 질 무렵 뒤따라온 신록의 물결이 바람결에 출렁이며 자욱한 봄내음이 가슴까지 술렁인다. 봄이면 철쭉이, 가을이면 억새가 터줏대감이 되어 무던히도 여행자들을 설렌 이끌림에 마주치는 고원은 그 일몰 또한 아름답다. 갈망하던 은하수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지만 실망의 매듭이 풀릴세라 가슴을 현혹시켜 돌아갈 의지를 잊게 된다. 언덕으로 봉긋 솟아올라 다시 그 위에 닭벼슬처럼 첨예하게 자리 잡은 황매산 능선은 공존하는 두 세상이 다른 책임을 부여받은 마냥 시선으로 판별되는 질감이 대조적이다. 철쭉과 억새 군락지가 너른 고원에 사지를 펼쳐 드러누워 있다면 한 줄기 산자락은 그와 다른 생명들이 울타리를 치고 그들만의 영역을 만들어 지내는 형상으로 철쭉만 만났던 지금까지와 달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