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로산 2

구름도 쉬어가는 곳, 무주 향로산_20190430

전날 밤, 사위가 구름에 휩싸인 상태로 원두막 같은 숙소의 창을 열자 마치 공중부양한 상태처럼 떠 있는 착각에 빠졌다.두렵거나 무섭지 않은데 묘한 위태로움이 공존하는 극단의 복선이랄까?물론 기우에 불과했다는 건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되었고, 근래 찾은 여느 숙소들과 비교했을 때 전혀 뒤쳐짐은 없었다.게다가 주변 환경의 쾌적함이나 새벽 운치, 적당한 거리를 둔 통나무집이라 아무리 떠들어도 엥간하면 방해 되지 않았던 만큼 아늑의 극치 였다.3일 동안 향로산 휴양림 내에서 머무른다고 할지라도 지루함은 찾아 볼 수 없을 테고, 쉼 없이 지저귀는 새소리와 적당히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바람소리는 줄곧 듣더라도 이물감이 없었다.물로 무주에 왔으니까 한 자리에 머물 수 없겠지만 작은 산임에도 가파른 비탈과 주..

밤마저 고요한 무주_20190429

2009년 초봄에 온 이후 언젠가 다시 오리란 다짐만 손에 꼽아 놓고 드뎌 숙원을 푼 무주 행차시다.거쳐간 적은 많지만 무주에 목적을 두고 온 건 10년 만이라 당시를 반추해 보면 감회가 남다르다.성스러운 백두대간이 품은 고장이라면 어느 하나 소홀한 곳 없겠지만 작고 아담 하면서 잘 꾸며진 모습이나 과묵 하면서도 많은 전설과 구전을 간직하고 수줍은 듯 자신을 숨기고 있지만 기실 겸손과 뚝배기 같은 이미지가 연상 되기도 한다.사람도 마찬가지지만 지역도 첫 인상이란 게 반이라고 하지 않더냐.봄비가 구슬프게 내리던 초저녁에 도착하여 무주를 아우르는 남대천을 거쳐 미리 예약한 숙소에 봇짐을 풀어 헤쳤다. 초저녁에 도착하여 간단한 비상 식량을 마련하는 사이 빗방울이 가늘어지고, 그 가늘어진 보슬비가 피부에 닿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