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이른 아침, 동녘하늘에 시선이 빼앗겼다.새벽 노을이 모두가 잠든 사이 하늘을 캔버스 삼아 섬세한 붓으로 그림을 그려 놓았는데 그걸 보고 지나치기 힘들어 육교에 올라 잠시 멍 때렸다. 거대한 도화지 하늘에 이글대는 태양을 채색시킨 구름 물감으로 그려진 그림은 마치 익숙한 손놀림으로 휘갈긴 뒤 세상이 잠에 깰새라 황급히 자취를 감추고 서두르느라 그림을 방치해 버렸다.아주 잠시지만 여운이 남는 아침 하늘을 보며 하루를 시작했다. 가을 같은 초여름 날씨라 마치 너른 대해가 뒤집혀 머리 위에 쏟아진 듯 청명하고 깊다.장마의 빗줄기가 대기 먼지를 씻어낸 뒤 하늘의 청량감이 극에 달한 휴일 낮은 여름 답지 않게 바람의 냉기가 묻어 났고, 더위를 잊은 채 제법 많이 걷고 나서야 등골에 땀이 송골하게 맺혀 덩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