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출발과 함께 늦다는 핑계로 미뤄뒀던 성묘를 꽃피는 춘삼월 끝물에서야 감행했다. 이미 세찬 바람에 잔뜩 실려 세상을 떠도는 송화가루가 자욱하지만 도심을 벗어나 뺨을 간지럽히는 숲 속 향기는 간절한 휴식의 내음과 흡사했다. 매번 방문 때마다 같은 자리에 서서 정독하는 계절의 정취를 보는 재미는 마치 애써 찾는 파랑새의 자취를 쫓는 것 마냥 졸립던 눈마저 초롱해진다. 최종 목적지인 오도산 휴양림으로 출발하여 고령을 지나는 길에 식사를 해결하고 동네를 둘러보던 중 시간의 흔적이 역력한 한옥에 발걸음이 멈췄다. 너른 마당 본채와 문간 사랑채는 고전적인 한옥을 그대로 살렸고, 옆채는 현대식의 단촐한 현대식인데 나무를 잘라 인간이 편의에 따라 만든 형태를 보면 꽤 오래전 부터 지붕을 받들어 나무 특유의 무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