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숲길 3

막장과 삶의 포용, 운탄고도_20211027

가을이 되면 막연히 그리운 곳, 담양과 정선 중 하늘숲길이 있는 정선땅을 밟는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봉우리들이 하늘을 향해 까치발을 들어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공존의 친근함을 과시하는 하늘숲길 일대는 무겁게 석탄을 이고 가는 삼륜차에 밟히고, 시간의 폭풍에 먼지처럼 옛 시절이 흩어지자 이제는 고독에 밟힌다. 언젠가 사라질 약속처럼 한 때 세상을 풍미하던 석탄은 비록 폐부와 생존의 지루한 복병이었지만 이제는 사무친 그리움의 석상이 되어 비록 까맣던 흔적이 증발해 버릴지언정 가슴에 새겨진 기억은 돌처럼 더욱 굳어져 버렸다. 그 애환을 아는지 속절 없이 능선을 넘은 바람은 선명한 자취처럼 꿈틀대는 운탄고도에서 긴 한숨을 돌리며 터질 듯 쏟아지는 가을 햇살 아래 잊혀진 옛 노래를 흥얼거린다. 이 또한 ..

하얀 하늘숲길을 거닐다_20200203

원래 계획되었던 하늘숲길은 기존에 출발점으로 삼았던 화절령과 만항재가 아닌 두 고개 사이, 하이원CC 인근에서 화절령 방면으로 출발했다. 서울 수도권은 코로나19로 인해 심리적으로 잔뜩 위축되어 마스크 구하기는 하늘에 별 따기고 바깥 외출은 극도로 기피하는 것과 달리 여행 떠나온 3일 동안 강원도 일대는 마스크를 끼지 않고 다니는 사람도 많았고, 식당 같은 곳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하등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없었지만, 나를 포함하여 지나가는 몇몇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녔다. 코로나 관련 뉘우스가 나오면 강원도는 괜찮다는 주변 이야기도 드문드문 들리는 걸 보면 아직은 경각심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구나 싶은데 평소 서울 수도권에서 정선 사북/고한으로 오는 여행객이 많았던걸 대비해 보면 지금은 여행객..

하늘숲길에 가을이 찾아 들다_20191023

드디어 만항재에 도착, 많은 사람들이 휴게소와 주위 공원에 들러 삼삼오오 사진을 찍거나 먼길을 달려온 여독을 풀기 위해 쉬고 있었다.처음 들린 건 아니지만 2016년 가을에 한 번 들린 터라 낯설기는 마찬가지.(눈꽃들만의 세상, 함백산_20151128, 첩첩한 이끼 계곡과 만항재_20161015)대부분 사람들이 만항재에 잠시 들렀다 다시 갈 길을 재촉하는 것 보면 최종 목적지가 아닌 거듭된 오르막에 잠시 쉬는 정도 같다.그들과 목적지가 확연히 달라 깊은 심호흡과 함께 산골 낮이 그리 길지 않은 걸 감안하여 지체하지 않고 하늘숲길로 향했다.가는 길이 매끈하게 보였지만 예상과 달리 비포장 노면이 그리 좋지 않아 프레임 SUV가 아닌 이상 속도 내기가 힘들어 천천히 길을 따라 전진했다. 만항재에 도착하면 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