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왕산 휴양림은 평면지도 상 다닥다닥 붙은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이 자리에서 살펴보면 고도차가 있어 그 부담스러운 거리 사이에 장벽 역할을 한다. 가리왕산을 출발할 무렵, 밤새 내린 비가 진눈개비로 바뀌었고, 휴양림은 텅 빈 채 다시 찾아올 사람들을 기다리며 또다시 지독한 외로움을 견뎌야 한다. 그 많던 사람들이 떠나고 남은 공허를 채우기 위해 그토록 가냘픈 빗방울이 못내 아쉬워 함박눈으로 옷을 갈아 입고 나들이 나왔을까? 잔치가 끝나면 남은 건 공허의 잡동사니들. 그래도 늘 이 자리를 지켜주던 숲이 공허가 아닌 휴식으로 다독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