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답을 듣지 않아도 좋다. 어떤 혼탁한 푸념에도 거울빛 드리운 모습 너머 속삭임에 위안을 낚아 가슴 고이 두더라도 사무친 질곡이 스스럼없이 열린다. 자연은 그저 방치했을 뿐인데 방종이 깨뜨릴 수 없는 포용의 온기는 그 어느 성벽보다 견고하고, 심연은 가늠할 수 없다. 출렁이는 다리를 걸으며 불안의 씨앗은 메말라 싸늘한 잡념의 죽어가는 잡초가 되고, 집요 하던 추회는 기름진 돌뿌리가 되어 절벽에 새겨진 미소의 청사진이 된다. 잠시 이 자연을 만나는 동안 해답을 듣지 않아도 좋다. 예던길은 봉화 청량산과 안동 도산을 잇는 국도 35번 주위의 강변길로 퇴계 이황이 젊은 날 입신을 위해 즐겨 걷던 옛길이다. 은퇴 후 노년에도 학문의 깊이를 더하기 위해 제자들과 함께 이 길을 걸었으며 그가 세상을 뜬 후에도 많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