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12

첫 영덕 여정에 만난 청량한 밤바다_20220314

망망대해 포부를 품은 시야는 거침없었다. 나른한 봄이 무색하게 싸늘한 꽃샘추위 일갈은 꽤나 섬뜩한 칼날을 휘두르지만 이미 여유 넘친 봄기운을 이길 수 없고, 허공을 낙서로 일갈한 미세 먼지도 봄소식 쫓은 단비에 주눅 들었다. 정갈한 수평선을 따라 수놓은 일상의 물감은 이렇게 저물고, 저렇게 피어났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한쪽이 완전 바다로 트인 창을 열고 바람에 실린 바다 내음의 청량감에 도치되었다. 다행스럽게도 미세먼지가 거의 없는 청명한 밤하늘과 수평선이 미려한 빛을 피웠다. 비교적 오래된 건물과 달리 깔끔한 내부는 바다 조망 뷰를 살리기 위해 온전한 유리로 틔워놓았다. 영덕의 첫 여정에서 첫인상은 꽤 흡족한 밤이었다.

갯마을 석양 아래 강구_20201110

동해 바다에 있는 영덕은 바로 앞이 바다가 아닌 내륙 도시와 진배없었다. 후포와 저울질하다 호기심에 찾아간 영덕 강구는 대게 식당이 즐비하게 늘어서 다가온 대게철을 실감할 수 있었지만 제 바닥이라고 해서 저렴한 건 아니었다. 다만 바다를 바라보며 대게를 뜯는 기분은 아무런 양념이 없음에도 풍미를 배가 시켜주는 플라시보 이펙트랄까? 모처럼 대게를 질리도록 먹고 나오자 하늘엔 땅거미가 깔려 이내 하루가 저물 기세라 바로 앞에 있는 광장을 한 번 둘러봤다. 꽤나 너른 공원을 한 바퀴 둘러보자 비로소 딱 트인 동해가 눈에 들어오며 나도 모르게 수평선에 시선을 맞췄다. 공원 한 켠 방파제 언저리엔 건조에 한창인 생선이 있고, 그 아래엔 굶주린 길냥이들이 행여나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노리고 있었지만 촘촘하게 짜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