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날, 나는 겨울잠을 미리 자느라 찍어둔 사진이 거의 없다.그나마 이건 이에스콘도를 떠나는 미련을 담아 두고자...여전히 햇빛이 허벌나게 강하다. 올라 오는 길에 아버지 산소에 들러 겨우 정신 차리고 절 한 번 드리고 잠시 산책 삼아 주위를 둘러 봤다.남은 숙취로 카메라고 나발이고 세상 모든게 다 귀찮으..그나마 주머니 속에 아이뽕이 있어서 성묘 끝내고 담소 중이신 가족들을 향해 찍었는데 사람은 워디 갔다냐.. 내 쓰라린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바라기는 무심하게도 화사하다.가을 볕을 잔뜩 얼굴에 담아 두곤 지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걸 찍으려는 카메라에게조차 아낌없이 그 화사하고 따사로운 빛깔을 나눠주시는, 그 가을의 대명사 해바라기는 무심히 지나칠 것만 같은 시간들을 잊지 않게 꽂아 둔 책갈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