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던 시간이라 아무 감정의 소비도 없었는데 막상 작별의 귀로에서는 보이지 않던 아릿다움이 저녁 땅거미가 사라지듯 흩어지고, 지워지길 바랬던 처절한 과거는 저녁노을과 같은 궤를 밟으며 엮인 성벽 사이로 어렴풋한 찬가가 진동했다.오래된 것들과 새로운 것들이 엮은 대지의 파란만장한 기록들, 보잘 것 없는 돌이 갈망의 자력으로 결속되어 영근 이 자리에 붉은 노을 파도가 철썩일 때마다 부서진 빛의 잔해들은 평온이 서린 대지에 누워 콧노래 흥얼거렸다.발자국 소리가 큰 반향이 되는 평온한 마을에서 발끝 힘겹게 솟는 들판의 작은 풀도 역사의 그림에 한 터럭 붓이며, 토성의 한 뿌리에 매달린 곁털인 것을, 무심한 석양이 단호히 빛가지 거둘 때 돌아가는 등 뒤로 작은 진공으로 먹먹했다.무장읍성(茂長邑城)은 전북특별자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