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야 2

설야_20171218

바람 한 점 없는 퇴근길에 가로등 불빛에 흐느적 내리는 눈발이 너무나 고요하고 평온하다.갑자기 김광균 시인의 설야가 생각 나는 눈 내리는 밤이라 설야와 같이 동영상을 올려 봄직 하다. 설야(雪夜) - 김광균 - 어느 머언 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야위어 가며 서글픈 옛 자췬 양 흰 눈이 내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내리면 머언 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차단한 의상(衣裳)을 하고 흰 눈을 내려 내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위에 고이 서리다.

기습적인 눈꽃_20150118

밤이 되자 급작스럽게 대기를 가르던 눈송이가 금새 소복히 쌓여 탐스런 눈꽃을 만들기 시작했다. 함박눈이 내릴 때만 부드러운 층을 겹겹이 쌓아 풍성하게 피는 눈꽃은 눈이 그치고 나면 점점 사그라 들면서 품고 있던 겨울 바람들을 떠나 보내버리고 이내 시들어 버린다. 새하얗게 얼린 우유를 곱게 갈아서 만든 눈꽃 빙수처럼 잡다디한 스펙트럼을 흡수해 버린다. 눈꽃은 차별이란 걸 모른다.어디에 나려서 만개하든 겨울의 움츠러든 빛깔들을 눈꽃의 화사함을 입혀서 풍성하고 눈부시게 복돋아 준다. 극단적으로 추운 겨울일지라도 눈꽃의 그 미세한 꽃잎들은 부드럽게 찬 겨울 바람들을 감싸 품고는 목화솜처럼 풍성하고 떠다니는 구름처럼 보드랍고 벚꽃보다 더 화사해서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겨울을 잊게 만들어 추위에 지친 세상을 위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