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물비린내와 풀내음이 뒤섞인 비내섬은 남한강이 만든 섬으로 장자섬과 함께 가끔 들러 봄에는 공허함 가운데 신록의 파릇한 민낯을, 가을엔 생명의 성숙을 가르며 잔잔한 산문집을 읽는 기분으로 거닐던 곳이었는데, 문화 컨텐츠의 화력으로 인해 갑자기 신데렐라가 된 명소다.산문집이 그렇듯 그리 드라마틱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쉽게 읽히지도 않는 것처럼 빼어난 풍광이나 특출 난 경관을 바란다면 이 또한 처음 몇 페이지만 읽다 덮고 서가에 먼지가 쌓이는 산문집과 같았다.걸음을 멈추고 익숙해진 화이트 노이즈를 잊어버린다면 무성한 풀섶 어딘가에서 들리는 여러 종의 새소리 화음이 뒤늦게 들렸고, 여러 종의 생명이 바람에 응수하는 제각각의 노래를 깨칠 수 있었다.이왕 비내섬에 왔다면 이미 떠나버린 사랑의 불시착보단 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