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슬비 2

세속을 잠시 벗어나_20150711

차를 몰고 굽이굽이 산고개를 넘고 넘어 도착한 오지마을은 완연한 여름이 되기 전, 한 번은 다녀와야겠다는 다짐을 했었고 그게 바로 이 날이다. 유일한 진입로는 고갯길 꼭대기에 다다를 무렵 공무원이 지키고 있었는데 지인이 그 마을의 분교 교사라 바로 통과~도착할 무렵 아주 가끔 보이는 집은 그렇다쳐도 길 곳곳에 야생으로 자라는 복숭아와 산딸기는 요람기 회상에 엄청난 몰입을 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잊고 지내던 산복숭과 개울에 징그럽도록 빼곡히 들어차 있던 다슬기를 보며 그제서야 오지에 왔구나 실감이 들었다. 마을에서도 뚝 떨어져 있는 시골 분교의 진입로는 이렇게 멋진 은행나무가 반겨준다.학교 인근에 인가는 걸어서 20분 정도 가면 겨우 몇 채 나오고 더 먼거리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란다.건물은 ..

사북 떠나는 날, 11월도 떠난다_20141130

이제 오길 바라지 않았던, 떠나는 약속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등을 떠밀려 한다. 아침에 일어나 가느다란 보슬비가 내리며 첩첩산중에 구름솜을 뿌려 놓은 장관이 차라리 없었더라면...그래서 아무런 생각 없이, 미련 없이 훌훌 떠나버릴 수 있도록 유혹하지 않았더라면...그저 일상처럼 쨍한 햇살을 뿌리며 고독한듯 건조한 바람에 발길 자욱한 낙엽만 굴렀더라면... 피부에 닿으면 겨울 답지 않게 부드러운 입맞춤처럼 사각이던 보슬비가 이내 굵은 빗방울이 되어 가려는 길을 추적추적 적셔 놓는다.그저 평이했다면 기억에 산만히 흩어져 있을 터이지만 가는 길, 11월 마지막 날은 기억에 집착하는 그 모든 것들로 인해 고스란히 남아서 구름 조각을 덮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