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강 2

산 아래 작은 바다, 대아저수지_20200615

당초 흐릴 거란 예상과 달리 화창한 날씨는 여행자의 길에 동반자와 같다. 복잡다단한 호수길이 인도해 준 깊은 세상은 문명의 잡념을 고스란히 잊게 해 줘 중력의 위압감은 어느새 기대에 희열의 공기가 부풀어 무중력 공간 마냥 한층 발걸음이 가볍다. 이따금 만나는 거친 물소리조차 안도의 응원으로 속삭이는 칠성대 가는 길, 그 길 위에서 계절의 아지랑이가 설렘을 간지럽힌다. 또한 올 초 바다와 만나는 만경강 하구를 찾았던 감회의 힘찬 도약이 바로 이 언저리였다는 사실에 추억이 가진 힘을 아로새긴다. 근원은 알 수 없지만 산이 보듬어 준 덕분일지 모른다. 산은 많은 생명을 이어주는 강 또한 묵묵히 품어준다. 지나던 길에 음수교로 빠져 방류하는 광경을 감상한다. 물소리가 어찌나 우렁찬지 한껏 떨어져 있음에도 온몸으..

바다를 향한 그리움, 망해사_20200111

점심을 해결하고 미리 훑어본 지도의 잔상을 따라 찾아간 곳은 만경강 하구의 정취를 지대로 누릴 수 있는 망해사다. 가는 길은 그 유명하고도 유명한 김제평야의 드넓은 평원을 한참 지나 바다와 맞닿을 무렵, 도로에서 한적한 우회길로 빠지자 작은 언덕을 넘어 한눈에 평원과 그 평원을 가르는 만경강이 들어찼고, 그 길이 끝나는 지점이 바로 망해사였다. 망해사는 여느 사찰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요지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그 한적함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인적과 문명의 소음이 없었고, 사찰 한 가운데 도드라지게 자리 잡은 나무의 위세는 다른 모든 시선을 잡아 끌기에 충분했다. 사찰에 가면 흔히 접할 수 있는 석탑이나 종은 나무를 위해 존재하는 한시적인 동반자 같았고, 평원을 가르는 만경강은 이 자리에 서 있는 심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