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천 3

자연과 역사가 만든 장벽, 나제통문_20190608

인간의 역사가 자연의 나이보다 유구 하겠냐마는 문명이 잉태되고 제대로 된 역사를 기록 하면서 태초라는 표현도 써 봄직한 징표 중 하나, 백제와 신라의 경계와 관문이던 라제통문은 꽤나 장엄한 시간이 뚫어 놓은 바위 터널이다.수 많은 시간이 관통하고 셀 수 없이 많은 발자취들이 쌓여 매끈해진 흔적은 통렬하게 퍼붓던 비마저 실어 나르던 바람 조차 이 유구한 경계에 서서 잠시 숙연한 고개를 떨구던 곳이다.휘영청 맑은 대기를 뚫고 하염 없이 쏟아지던 햇살을 외면하며 잠시 나마 이 자리에 서서 잊혀져 버린 기억들을 되새김질 하기엔 아무런 거리낌도, 망설임도 없었다.언젠가 잊혀질 시간들이 있는 반면 그 이면엔 바위에 새긴 문자보다 더욱 굳건하게 각인될 시간도 있거늘, 먼 길을 달려온 보상처럼 가슴 벅찬 사념 덩어리에..

밤마저 고요한 무주_20190429

2009년 초봄에 온 이후 언젠가 다시 오리란 다짐만 손에 꼽아 놓고 드뎌 숙원을 푼 무주 행차시다.거쳐간 적은 많지만 무주에 목적을 두고 온 건 10년 만이라 당시를 반추해 보면 감회가 남다르다.성스러운 백두대간이 품은 고장이라면 어느 하나 소홀한 곳 없겠지만 작고 아담 하면서 잘 꾸며진 모습이나 과묵 하면서도 많은 전설과 구전을 간직하고 수줍은 듯 자신을 숨기고 있지만 기실 겸손과 뚝배기 같은 이미지가 연상 되기도 한다.사람도 마찬가지지만 지역도 첫 인상이란 게 반이라고 하지 않더냐.봄비가 구슬프게 내리던 초저녁에 도착하여 무주를 아우르는 남대천을 거쳐 미리 예약한 숙소에 봇짐을 풀어 헤쳤다. 초저녁에 도착하여 간단한 비상 식량을 마련하는 사이 빗방울이 가늘어지고, 그 가늘어진 보슬비가 피부에 닿자 ..

학마을의 봄_20190314

기상하자마자 주저 없이 출발하여 울진에서 끼니를 해결하기로 한다.창원, 부산으로 향할 때 반갑고 고마운 지인들 만나는 게 첫 번째 의미 였다면 두 번째는 이번 기회를 빌어 동해의 봄을 맞이하는 거다.물론 어디를 지정해 놓은 건 아니지만 추억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는 동선을 발견하고 거기에 충실해 지기로 했다.그래서 울진에서 에너지를 보충한 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7번 국도를 따라 하늘처럼 깊은 바다와 그 바다에 인접한 곳을 접하기로 한다. 덕구에서 울진으로 가는 길에 가던 길을 멈추고 지극히 평화로운 마을에 잠시 한길을 벗어났다.뒷산엔 학이 살고, 앞 너울은 이랑이 굴절된 햇살이 넘실대고, 마을 어귀엔 화사한 매화가 미소 짓는 곳.일상적인 시골 마을의 목가적인 풍경임에도 봄은 생동과 수줍음을 동시에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