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 4

작은 산줄기들 사이의 바다, 대전 대청호 거북바위와 전망대_20220902

너른 세상에 대한 갈망은 비단 인간에 한정되지 않았다.흙과 물의 경계에서 알을 놓고 다시 너른 세상으로 떠나려는 거북 한 마리도, 대청호반길에 동경의 알을 찾는 여행자도 시선의 접점은 호반과 하늘이었으며, 혹독하게 옭아맨 의지에 날개를 달아주기 위함이었다.그래서 호반길 따라 여행을 결단한 게 아니었을까?대청호의 만수 면적은 72.8㎢이고, 저수지 길이 86㎞, 총저수량은 높이 76.5m에서 80m까지 홍수조절 용량을 합쳐 14억 9000만㎥에 이른다. 이 저수량으로 금강유역의 만성적인 홍수를 조절할 뿐만 아니라 대전광역시·청주·군산·전주 등 유역 내의 인접 도시에 연간 13억㎥의 생활 및 공업용수를 공급한다. 또한 금강 하류 연안·미호천 연안 및 만경강 유역의 농경지에 연간 3억 5,000만㎥의 관계용..

작은 절경과 호수를 질주하다, 운일암반일암과 용담호_20200615

운장산 칠성대를 벗어나 용담호로 가는 길목에서 힘찬 물소리에 이끌려 잠시 쉬어간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길을 따라가던 중 불영계곡을 축소한 듯한 작은 계곡에 작은 팔각정을 만났고, 그 자리에 서서 공간을 가득 채우는 여울 소리에 남은 사념을 풀어헤친다. 검룡소에서 처럼 일체 소음이 배제된 흐르는 물소리에도 작은 위안을 받을 수 있다. 도덕정에 잠시 멈춰서 바위가 연이은 계곡의 비경과 물소리를 감상한다. 같은 쉼표라 할지라도 이왕이면 선이 굵은 점을 찍을 수 있었다. 팔각정은 잠시 오르막으로 소소한 높이에서 굽이치는 물살과 소리를 선명하게 감상할 수 있다.

무심한 시간의 파고에서 꽃이 피다_20190608

월류봉에서 석양이 넘어갈 무렵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가족 한 명을 제외하면 전부 서울 인근이라 함께 차로 이동할 수 없는 한 사람을 위해 황간역에서 덜컹대는 무궁화호를 이용하기 위해 배웅에 나섰다.황간까지 왔는데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동해식당에서 다슬기전과 탕으로 속을 든든히 채우고, 열차 시각에 맞춰 황간역에 도착했다.(숨겨진 다슬기 해장국 고수_20190305)전형적인 시골 기차역이라 규모에 비해 너른 광장에 다다르자 생각보다 많은-대략 10명 이상?- 사람들이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나머지 그와 비슷한 수의 사람들은 마중을 나왔다.기차역에 들어서기 전, 광장에 유물과도 같은 것들이 멋진 조경의 일부가 되어 자리를 하나씩 꿰차고 있는데 한적한 박물관을 방불케 한다. 구시대의 상징인 시골 열차역..

금강을 마주하는 향로산_20190430

작다고 무시했다가 큰 코 다치는 사람 수도 없이 많이 봤다.뭔 썰인고 허니 애시당초 무주 향로산 휴양림에 숙소를 잡으면서 그저 휴식만 취하는 이색적인 그렇고 그런 마실 뒷녘 정도로만 봤다가 도착하자 마자 모두들 연신 탄성을 질렀다.이 정도 삐까한 시설에 비해 옆차기 할 정도의 저렴함, 가뜩이나 겁나 부는 바람에 밤새 오즈의 마법사에서 처럼 공중부양 중인 통나무집이 헤까닥 날아가 버리지 않을까 불안함을 금새 잠재우는 묘한 매력.미리 계획했던 적상산을 다녀온 뒤 찔끔 남은 여유 덕에 향로산에 올랐다 초면에 무시했던 생각에 송구스럽기까지 했다.낮지만 지형적으로 큰 산들이 가진 특징을 아우른 멋진 산이란 걸 알았다면 진작 왔을 터인데.게다가 무주는 생각보다 그리 먼 곳이 아니었다.가족 일원이 임시 둥지를 만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