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지천 2

애잔한 강물의 흐름처럼, 아우라지_20210303

더 이상 철마는 달리지 않지만 시간이 견고히 다져놓은 철길엔 레일바이크가 지나며 간이역처럼 잠시 머물러 아직도 식지 않은 추억의 향수를 심어 놓았다. 지금은 비록 두터운 눈에 덮여 있지만 이 길이 섞어 문드러지지 않는 한 출렁이는 바퀴는 철로에 의지한다. 설경 위에 서린 평온. 레일보다 더 높이 쌓인 눈을 밟으며 이리저리 오가는데 초소에서 한 사람이 나와 뭐라고 소리친다. 뭐라는 겨?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조만간 열차가 지나가니까 조심하란 게 아닐까? 과거엔 이 철길이 주인공이었지만 지금은 은퇴하고 레일바이크를 위해 가끔 달리는 귀여운 열차로 재탄생했다. 애틋한 심정을 아리랑에 녹여낸 정선아리랑의 고향이자 두 강이 바다를 향한 갈망으로 함께 어우러지는 두물머리가 아우라지란다. 전설과 민담은 괜한 투정이나..

하얀 겨울 낙원, 정선 설원_20210302

수줍음 많은 눈은 얼마 지나지 않아 봄의 시선을 피하려 들겠지? 지상의 피조물과 올올이 엮여 잠시 쉬는 모습이 결 하얀 아기 피부 같아 가던 길에 서서 잠시 눈을 밟아본다. 아직은 눈이 그친 지 얼마 되지 않아 발끝을 간지럽히는 보드라운 잔향이 전해지는데 가끔 보이는 눈 위 발자국 또한 나와 같은 기분을 가진 게 분명하다. 다음 숙소로 가는 동안 길머리에 있는 샘터에 들러 물 한모금 들이키자 눈 내린 세상을 질주한 긴장이 역력했는지 긴장과 갈증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고스란히 안도와 만족이 들어찬다. 가는 길에 정선 치곤 꽤 넓은 평원을 하얗게 물들인 설경에 반하여 다시 차를 돌려 다리를 건넌다. 평온한 마을의 첫인상이 정선이구나 싶다. 오대천길은 꽤 자주 다닌 길인데 눈이 내려서야 비로소 숨겨진 아름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