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할 겸 잠시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는데 얼핏 본 냥이가 재활용 분리수거통 부근에서 가만히 앉아 있어 처음엔 인형인 줄 알고 긴가민가 싶어 다가가자 몇 발 도망간다.
때마침 비가 내린 뒤라 여기 있나 보다 싶어 "밥 하나 줄 테니 여기 있어" 돌아와도 그 자리에 가만있었다.
햇반 그릇이 석판 바닥에서 잘 미끄러져 멀찍이 습식 파우치를 줬음에도 어느새 바로 앞까지 다가온 녀석이었다.
울 냥이는 습식 하나로 3~5끼를 먹는데 녀석은 앉은자리에서 해치운 걸 보면 배가 고프긴 했다.
작별 인사를 하면서 멀어지는 사이 녀석은 망부석처럼 그 자리에서 뒷모습을 지켜봤다.
이래서 한 편으론 다행이다 싶었고, 한 편으론 마음 짠했다.
습식 하나 풀어주자 금새 다가와 먹는 걸 보면 뭔가 알고 있는 눈치였다.
녀석은 식사를 끝내고 햇반 용기를 수거한 뒤 이 자리에서 멀어지는 내 뒷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석판 바닥이 미끄러울 줄 생각 못했는데 햇반 용기가 하염없이 도망갔다.
'요 녀석 왜 자꾸 멀어지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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