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은 단편적이거나 열정적이지도, 달콤하거나 아름답지도 않다.
오래 거듭된 귀로에서 식상함의 유혹을 물리치고 내 사념 마냥 친근한 타자, 그게 어느 순간 믿음이 되고 부지불식간에 교감의 견고한 가교가 연결되며 의심의 슬러지가 생기지 않는다.
때가 되면 계절이 돌고 돌아 다시 세상에 서리란 믿음, 그 믿음의 결실 중 하나가 바로 반계리에 깊디깊은 뿌리를 내려 하늘 향해 모세혈관으로 뻗었다.
가을 이파리가 모두 떨어져도 믿음의 편견은 실망이 파고들 여지조차 주지 않은 채 낙엽 자욱한 이곳에서 또 한 번 위대한 믿음의 희열을 느꼈다.
미세 먼지도 물러난 청명한 가을 하늘에 홀린 듯 이 자리에서 서서 여지없이 감탄사를 공양하고, 감동을 주섬주섬 챙겼다.
앙상한 가지만 남았음에도 간헐적으로 찾는 사람들 또한 나와 비슷하리라.
화려한 옷을 벗은 모습이 누추한 게 아니라 경탄의 민낯에 이 생명으로부터 위대한 믿음을 읽었고, 이곳 은행나무에 서서 꺼져만 가는 가을을 벌써부터 손꼽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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