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숙취를 간신히 잠재우고 봉화읍에서 거나한 점심을 챙겨 먹은 뒤 커피 한 잔을 끝으로 각자 흩어졌다. 점심으로 낙점된 송이전골을 먹은 뒤 찌는 듯한 더위를 뚫고 이디아 커피로 향하며, 오래된 건물과 정갈한 간판이 절묘하게 조합된 상가를 지나게 되는데 약국보다 고풍스러운 약방에 시선이 멈췄다. 아직은 완전히 여물지 않은 가을 벌판 한가운데 힘겹게 자리를 지키는 허수아비도 조만간 춤사위를 펼칠 수 있겠다. 멀리 백두대간의 숭고한 바람을 타고 황금 물결이 출렁이면 지난한 고독의 병마도 성숙한 가을의 포용 앞에선 잠잠해지겠지? 먼 길 나서기 전, 가을 벌판을 무심히 바라보는 사이 무겁던 마음에도 가을 바람이 일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