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위 능선으로 정평난 채계산은 세상이 온통 설원으로 뒤바뀐 평원과 그 사이를 가르는 섬진강의 번뜩이는 줄기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자연에 우뚝 솟은 나지막한 산이다.동강 절벽길 이후 칼끝과도 같은 위태한 길을 걷는 건 오래된 기억이지만 아찔한 관문 뒤엔 늘 그렇듯 베일에 싸인 절경을 보여주는 답례도 잊지 않았다.언젠가부터 순창을 찾으리라 마음먹은 것도 바로 채계산이 꾸며 놓은 세상이야기를 듣고자함 인데 어느 계절에 오더라도 그 계절 아래 버티고 있는 자연은 같은 관용의 미덕으로 지나는 시간들을 쉴 수 있도록 큰 가슴 한 켠을 비워 놓는다.이제는 칼끝과도 같은 바위 능선에 문명의 도구를 덮어 절경 이면의 위험은 사라졌지만 과대한 위선을 배제하고 살짝 그 위에 배려만 덫대어 놓은 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