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걷기 2

가을 전주곡, 동탄 반석산_20241006

전날 내린 비와 아직 남은 구름이 묘한 가을 정취를 연출했고, 그로 인해 가을은 한층 익어 그립던 제 빛깔을 되찾아 세상을 활보했다.반석산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길로 향하며 매년 가을마다 습관처럼 육교에 서서 길을 따라 번지는 가을에 중독되어 버렸다.이 나무의 이름도 모른 채 십여 년 이상 가을마다 나무 사잇길로 지나다녔다.대왕참나무?이 나무들도 가을이 깊어질 때면 붉게 물들며 지나는 사람들을 반기겠지?반석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 초입에 묘한 기시감이 들어 고개를 돌리자 냥이 녀석이 쳐다보고 있었다.집사라고 꽁꽁 숨어 있는 녀석을 단번에 알아보다니.한동안 쳐다보던 녀석이 내가 아는 척을 하자 두 발짝 멀어졌다.녀석에게 있어 내가 공포의 대상이라 얼른 자리를 벗어나 언제나처럼 일렬로 늘어선 사람들과 보폭을 ..

일상_20240901

주말엔 모처럼 학교 가는 날이라 하루 동안 피로에 찌들어 있다 늦잠을 잔 뒤 결혼식과 학교를 제끼곤 집안 일만 집중했다.사람들이 미어 터지기 전에 하나로마트로 가서 식료품 찔끔 사고, 뜨거운 대낮엔 집구석에 틀어 박혀 숨만 쉬다 시원해질 무렵 반석산으로 가서 뒤늦게 재미 들인 맨발 걷기를 즐겼다.올여름만큼 더위가 강력하고 지루한 여름이 있었던가!1994년엔 7월 1일부터 보름 동안 섭씨 39도를 계속 넘겼었고, 내 생애 마지막으로 땀띠란 걸 앓아 봤었지만 지금만큼 지루한 건 아니었다.또한 문명의 이기에 길들여진 탓에 인내심도 줄었던 만큼 정량적인 판단보다 정성적인 잣대를 더 체감하게 된 바, 올여름은 그냥 길고 지루하고 강력했다.그래서 9월이면 가을 분위기가 나야 되는데 여전히 낮더위가 무시무시한 걸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