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어디론가 숨어 버렸지만 대기의 화사함은 오롯이 숨 쉬고 있는 만추의 전형적인 날에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거닌다. 이따금 갈 길 바쁜 바람결에도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지만 그 또한 희열에 대한 남은 미련처럼 길 위를 거닌 감촉은 아득한 추억처럼 폭신하고 간드러진다. 계절보다 더 찰나의 순간과도 같은 낙엽 자욱한 만추는 그래서 기억에 더 선명한 각인을 새겨 넣는지도 모르겠다. 저마다 오고 가는 차들도 이 길을 지날 즈음이면 가던 조급함을 잊게 되고, 앞만 보던 시야의 긴장을 늦추며 일 년 중 찰나의 이 순간을 위해 굳게 닫힌 마음의 창을 열게 된다. 뽀얀 눈이나 오색찬연한 꽃잎이 아님에도 아름다움을 마주칠 때 터져 나오는 감탄사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도보길이 아닌 일반 도로라 지나는 차량이 위험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