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천 2

호수 속 가슴 아련한 추억의 횡성호수길B_20221011

길을 걷는 동안 바로 옆에 줄곧 호수가 동행하는 둘레길을 따라 A코스를 지나 B코스로 접어들었다.전날 기습적인 추위와 두터운 구름이 몰려와 물안개는 만나볼 수 없지만 걷기 수월한 호반길은 젖어드는 가을이 길섶 호수와 숲을 흔들어 깨웠다.그래서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시계는 잠시 뒤로하고 오롯이 마음이 추동하는 여유만 쫓다 보니 걷는 걸음에서 피로가 발목을 잡지 않았다.시간의 관용이 일상에서 익숙해진 습성을 마비시켜 늦어도 조급하지 않았고, 앞이 아닌 곳으로 시선을 던져도 불안하지 않는 횡성호반은 얼마 남지 않은 녹음과 다가올 신록 사이에 깊은 잠을 자기 전, 변모의 숙연함이 찰랑였다.B코스와 A코스의 다른 점은 너른 길에서 오솔길로 바뀐다는 점이었고, 같은 점은 호수와 숲의 경계를 예리하게 관통했다는 점이..

가을에 한 발 다가선 횡성호수길A_20221011

이른 새벽에 걷는 호수길 따라 가을은 깊게 뿌리를 내려 정체된 공기 속에서도 독특한 향취가 줄곧 함께 걸었다.대부분 호수 둘레길이 호수에서 멀찍이 떨어져 평행선을 그린다면 이곳 호수 둘레길은 호숫가에 녹아든 나뭇잎도 식별할 만큼 지척에 붙어 묘한 정취가 있었다.마치 동네 공원길을 걷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길은 탄탄하게 닦여져 있었고, 그 길의 지루함에 발길 돌릴까 싶어 파생된 길은 산중 오솔길처럼 한두 사람이 지나갈 정도의 폭에 호수와 숲 사이를 교묘하게 뚫고 호수로 돌출된 반도로 지그재그 뻗어 있어 걷는 재미도 솔솔 했다.새벽에 피어오를 물안개는 기대할 수 없는 날씨라 아쉽지만 모든 만족을 채울 수 없는 노릇이었고, 8km 조금 넘는 도보길을 걸으며 도시와 다른 텅 빈 산책로에서 산책의 무료함과 피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