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오산천 따라 흐르는 4월의 눈_20200409

사려울 2021. 9. 7. 05:23

바람결에 나부끼는 4월의 눈을 보면 봄도 무르익을 만큼 익었나보다.

그럼에도 근래 들어 4월 같지 않은 계절의 역행을 보며 사람 만큼이나 시간도 잠시 쉬어갈 때가 있긴 하다.

앞만 보며 달리는 사이 문득 밀려 드는 집착이 남아 꽃이 핀 가지를 사정 없이 흔들어 대는 것도 모자라 북쪽으로 올라가던 계절마저 옷가지를 부여 잡고 늘어져 해가 진 새벽과 저녁에 제법 한기가 느껴진다.

활동하기 체적의 조건인 만큼 그저 바람살을 맞으며 걷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만남을 기다리는 것 마냥 기분이 좋아지는 여세를 몰아 오산천 산책로를 따라 반석산 둘레길에 화사하게 펼쳐진 벚꽃 사냥을 떠난다.

반석산과 카페가 즐비한 노작마을 경계에 벚꽃 물결이 출렁인다

동탄에서 벚꽃 명소와도 같은 오산천변 산책로는 코로나19 여파로 예년에 비해 뜸하다.

그와 달리 산책로엔 이제 서서히 작별을 고하는 벚꽃잎이 4월의 눈 답게 자욱하게 깔리기 시작한다.

반석산에서 발원한 여울 위 다리에서 보면 종종 지나는 사람들을 읽을 수 있다.

나름 무장을 했지만 태평한 건 아니라 길에 들어서기 전 주춤해진다.

오산천변 산책로를 벗어나 사람이 뜸한 반석산 둘레길로 접어 들자 이미 꽃이 지고 화사한 녹색 이파리가 고개를 내민 진달래가 반긴다.

아직도 꽃망울을 틔우지 않은 벚꽃도 있다.

사이 좋은 까치 한 쌍.

그렇더라도 까치는 장난기 다분하면서 친근한 악동같다.

낙엽무늬 전망데크 입구에 벚꽃 가지가 고개를 내밀고 화사한 인사를 건넨다.

전망데크에 서자 이글거리는 석양이 도시를 불태운다.

늘 외로워 보이는 벤치.

대부분 꽃잎이 졌지만 여전히 세상에 남은 진달래 너머 석양빛이 반짝인다.

둘레길을 돌아 복합문화센터 야외음악당으로 내려오자 봄에 채색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야외음악당으로 내려오는 길에 꽤나 많은 진달래가 모여 완연한 봄의 찬가를 노래한다.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음악당 잔디광장은 인적이 증발해 버렸다.

산수유도 꽃이 지고 새로운 이파리가 돋아 난다.

꽤나 오랫 동안 꽃잎을 볼 수 있는 산수유를 보면 구례 여정이 문득 떠오른다.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언제 봐도 매혹적인 제비꽃.

둘레길을 한바퀴 돌아 노작마을에 공원에 다다를 무렵 꽃복숭아나무가 화려한 자태를 뽐낸다.

늘 느끼는 거지만 봄날에 걷는 산책은 지친 정신에 활력이자 움츠린 어깨를 활짝 핀 꽃망울처럼 열어젖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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