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느지막이 정신을 차려 대충 껴입은 채 산길로 올랐고, 음지를 관통하는 길에 질펀한 지대를 지나 햇살 넘치는 생태터널 위에 도착하자 청명한 대기가 반가이 맞이했다.
소소하긴 해도 여정을 떠나면 미세먼지가 세상에 막을 씌운 것처럼 뿌옇게 퇴색시켜 버렸고, 그냥 집에 퍼질러 있으면 청명한 세상이 비웃듯 조소하고 있었다.
그래도 연일 뿌연 대기보단 깨끗한 대기가 창 너머 펼쳐진 게 낫긴 했다.

생태터널 위에서 오산 시가지 방면을 바라보면 멀리 산까지도 또렷한 형체를 드러내 역시 가출이 탁월한 선택이었구나 싶었다.

서쪽 하늘에 잔뜩 기운 태양이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려 낮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귀띔해 줬고, 터널 위에서 발길을 돌려 집으로 향했다.
겨울의 황량한 모습은 이곳에 이사를 온 이후 두 번째.
지난 1월 초에 이사를 왔었는데 시나브로 1년이 가까워졌고, 어느새 연초를 넘어 연말로 치달았다.
시간은 뭘 믿고 이렇게 질주, 아니 폭주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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