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 28

스타벅스 창 너머 그림, 진천 혁신도시_20240815

농다리에서 출발하여 더위와 갈증을 식힐 겸, 그리고 생일 때 받았던 스벅 기프티콘을 홀라당 쓸 겸해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는 혁신도시 스타벅스로 돌격했고, 벤티 사이즈 아이스티를 주문했다.지치는 이유가 바로 더위로 인한 갈증이라 몸은 그대로 둔 채 주뎅이만 움직여 스트로를 통해 들어오는 아이스티를 마셨는데 반 정도 단숨에 비우자 그제야 바깥 풍경이 눈에 들어왔고,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은 건 공원의 오똑 솟은 지형 위 고목이었다.어떻게 세상 풍파를 넘겼기에, 또한 어떻게 관리를 했길래 저런 멋진 자태로 있을까?어느 위치에서 보는가에 따라 그 모습은 달라지겠지만 최소한 스타벅스 2층의 통유리 너머에 있는 나무는 거룩한 생명이자 작품이나 마찬가지였다.

여름을 관통하는 역동, 진천 농다리와 초평호 미르 309_20240815

함성이 뜨겁던 광복절만큼이나 열대야가 역대 가장 긴 여름의 정점에서 농다리 또한 그 열기를 피해 갈 수 없어 그 많던 사람들도 비교적 뜸했다.주차장을 가득 메운 차량을 보아하니 뜸하다는 말이 실감이 나지 않았지만 초평호를 위시한 거대한 자연 공원에 여름을 역행한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는 방증이긴 해도 근래 농다리 일대 인기도에 비한다면 이 정도는 사실 뜸한 게 맞다.풋풋한 봄에 들러 신록이 태동하는 미르숲과 초평호의 역동 위로 거닐다 여름에 온 건 처음이긴하나 자연이 만든 그릇은 변함없었다.다만 끈질기게 따라붙는 폭염이 마치 무거운 백팩을 메고, 발목에 묵직한 모래주머니를 매단 것 마냥 한사코 의지에 반한 장애물이 되는 바람에 출렁다리를 건너 새로이 걷는 둘레길 탐방에 만족해야만 했다.[이전 관련글] 마음..

냥이_20240811

한 달에 한 번, 머리 벌초하러 가는 날이라 쇼파에 앉아 쉬던 중에 녀석이 옆에서 거나하게 한숨 때리고 있었다.본격적인 낮잠에 접어들면 어찌나 깊게 자는지 어떨 땐 흔들어도 축 늘어져 일어나질 않았는데 냥이 습성을 전혀 모르던 초기엔 뭔 일이 있나 싶어 정말로 녀석을 흔들어 깨울 때도 있었다.냥이들은 자신이 원하지 않을 때 만지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나도 모르게 저 주뎅이에 손이 갔다.옆에서 아무리 떠들고 티비를 시청해도 녀석은 요지부동.이럴 때는 주뎅이를 만져도 일어나지 않는데 어쩌다 인상을 찌푸리듯 일어나 그루밍을 할 때도 있었다.이참에 망고스틴 하나 빼먹을까?예약한 시각이 되어 뜨거운 대기를 뚫고 도보로 이동하는데 얼마 걷지도 않아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사정없이 더웠..

냥이_20240810

집에 없는 동안 매일 집사 방에 들어가 냥냥 거렸다던 녀석이 하루 죙일 살갑게 대했다.마트에 가서 각종 생필품이며 식료품을 마련하기 위해 외출하려는데 녀석이 뜨거운 베란다에서 혼자 쉬다 외출을 준비하자 또 레이다를 쫑긋 세워 빤히 쳐다봤다.가까운 곳에 다녀올 거란 걸 아는지 그냥 빤히 쳐다보곤 퍼질러 쉬던 녀석을 뒤로하고 홀로 분주히 마트와 다이소를 오가며 걸음 1만보를 넘긴 날이었다.

오징어 한 마리, 광혜원 만승짬뽕_20240809

점심 외식으로 찾아간 중화요릿집은 점심시간에 빈자리가 거의 없을 만큼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자장면은 6천냥, 짬뽕은 1만냥?보통 두 메뉴의 가격차이가 1~2천원 내외인 걸 보면 4천원 차이는 뭐지?그 해답은 바로 오징어와 홍합이었다.국물은 짬뽕지존이나 홍콩 반점, 서울 몽중헌 짬뽕처럼 구수한 맛이 아닌 칼칼하고 조금 밋밋한 맛이라 내 기준에선 그리 추천할만한 곳이 못되나-짬뽕은 자고로 국물 아닌가!- 양과 건데기만큼은 푸짐했다.단체로 간 거라 짬뽕이 나오기 전에 탕수육과 팔보채, 깐풍새우를 애피타이저(?)로 먹어 배가 어느 정도 채워진 상태라 양이 많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절대적인 기준에서도 적은 양이 아니었다.과거와 달리 홍합이 많이 비싸진 식재료라 이렇게 푸짐하게 먹은 게 언제일까 싶었고, 특히나 오..

일상, 진천 광혜원 도서관_20240806

마련된 거처에서 멀긴 하지만 그래도 찾아간 도서관은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쾌적한 건물이었고, 정갈하게 꽂혀 있는 책들을 보자 꽤 흡족했다.도서관 주차장은 지하 1층으로 1층에 이렇게 출입이 가능했고, 베란다처럼 주차장과 보건지소, 그리고 길 건너와 멀리 우뚝 선 아파트 단지를 조망할 수 있었다.그리고 1층에 사무실과 어린이 도서관이 있었고, 일반 열람실과 학습실, 멀티미디어실은 2층에 있었다.그래서 1층에 출입할 일은 거의 없었다.1층에서 옆으로 빠져 나와 주변을 둘러볼 심산으로 우측 뒷편으로 걸어갔다.폭염으로 인해 금세 땀이 흐르기 시작했지만 울창한 숲이 있다는 촉이 발동했기 때문이었다.바로 뒷편에 숲이 있긴 했지만 워낙 무성했고, 길이 없어 출입은 어려워 대충 둘러볼 정도였는데 그래도 이런 아담한..

일상_20240803

휴일에 즐기기 시작한 맨발 걷기는 반석산이 제격이었다.영원히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은 발바닥 통증의 가장 큰 관건이 바로 마사토 알갱이인데 꽤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반석산 길은 이용객들이 틈틈이 싸리 빗자루로 쓸어 노면을 정리해 준 덕에 그나마 발바닥 통증이 적고, 바닥도 다른 길에 비해 폭신한 쿠션감이 느껴져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었다.복합문화센터 옆 맨발 걷기의 성지 같은 곳에서 출발하여 정상 부근을 한 바퀴 돌아올 요량으로 계속 걷는 사이 마사토가 많이 깔린 길에 잘못 접어들어 조금 애를 먹긴 했지만 이렇게 걷는다는 게 발바닥과 이어진 근육 하나하나가 상호작용을 일으켜 단련되면서 적절한 자극도 느껴졌고, 야외공연장 위 발을 세척할 수 있는 황토 진흙 길에서 맨발 걷기를 마무리하기로 했다.얼마 전 ..

냥이_20240803

평일이면 내가 없다는 걸 안 건지 묘하게 눈치를 챈 것 같았다.묘한 이질감을 느낄 수 있는 눈빛으로 거리를 두고 째려보는 녀석의 눈빛.혼자 집을 떠나 비교적 가까이 거처를 옮기는데도 불구하고 살림살이란 게 생각보다 꽤 많았는데 그 자잘한 살림살이를 틈틈이 옮기는 걸 보고 필시 눈치를 챈 건 분명했다.보통 집사들이 한꺼번에 외출을 하거나 여행을 떠날 때 이런 불안감이 감도는 눈빛을 보이곤 했는데 이번에도 영락없이 그런 눈빛이라 혼자 떠날 거란 걸 알려주기 위해 살림살이도 홀로 옮겼다.그래서 내게 그런 눈빛을 보냈겠지?냥이란 존재는 여전히 양파처럼 의문을 벗겨도 새로운 의문과 궁금증의 연속인 생명체다.

냥이_20240801

저녁 식사 후 쇼파에 앉아 특정 프로를 시청하고 있던 중 녀석이 다가와 한참을 두리번거리며 째려봤다.집사들을 번갈아 째려보는 게 하루이틀이 아닌데도 뭔가 눈치를 챈 건지, 아님 낯선 남녀의 향기를 느낀 건지...녀석이 애용하는 쿠션을 옆에 깔아주고 나서야 얼마 지나지 않아 뛰어올라 쿠션에 드러누웠는데 잠을 잘 때 외엔 늘 가까이 붙어있는 습성으로 집사들 사이에 자리를 잡을 테니 쿠션을 깔아달라는 눈빛 시위한 걸까?아님 발령으로 인하여 환경이 바뀌면서 집사에게서 나는 체취의 변화를 느낀 걸까?가끔 냥이들의 빠른 눈치를 보면 4년 지난 집사도 여전히 놀랄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