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일상_20240803

사려울 2024. 8. 10. 16:20

휴일에 즐기기 시작한 맨발 걷기는 반석산이 제격이었다.

영원히 익숙해지지 않을 것 같은 발바닥 통증의 가장 큰 관건이 바로 마사토 알갱이인데 꽤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반석산 길은 이용객들이 틈틈이 싸리 빗자루로 쓸어 노면을 정리해 준 덕에 그나마 발바닥 통증이 적고, 바닥도 다른 길에 비해 폭신한 쿠션감이 느껴져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었다.

복합문화센터 옆 맨발 걷기의 성지 같은 곳에서 출발하여 정상 부근을 한 바퀴 돌아올 요량으로 계속 걷는 사이 마사토가 많이 깔린 길에 잘못 접어들어 조금 애를 먹긴 했지만 이렇게 걷는다는 게 발바닥과 이어진 근육 하나하나가 상호작용을 일으켜 단련되면서 적절한 자극도 느껴졌고, 야외공연장 위 발을 세척할 수 있는 황토 진흙 길에서 맨발 걷기를 마무리하기로 했다.

얼마 전 내린 비로 반석산 기슭에 작은 여울이 생겼는데 자연적으로 발원하는 물줄기와 합류하여 비교적 수량이 풍부했고, 화끈한 발바닥을 식히기 위해 발원한 물이 흐르는 길목의 가장 인기 많은 자리에서 발을 담그자 온몸에서 청량감을 느낄 수 있었다.

능소화는 백일홍과 함께 한여름을 대표하는 꽃으로 인식이 확대되었는데 거기에 발맞춰 야외공연장에도 몇 그루가 화려한 꽃을 틔웠다.

원래 초여름이면 장미가 있던 자리라 그 자태를 뽐내기 좋은 지리적 위치였던 데다 짙푸른 녹음으로 둘러싸인 곳이라 더더욱 눈에 띄기 좋은 자리였다.

또한 세상 모든 걸 태울 듯한 따가운 햇살에 끓어오르는 찜통 같은 대기를 당당히 버티고 있다는 게 한편으론 신기하기도 하여 좀 더 오래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악동 까치도 폭염에 지쳤던 걸까?

그늘 아래 주뎅이를 벌리고 힘들게 가쁜 숨을 내뱉고 있는 표정에서 측은하기도 했고, 우습기도 했다.

늘 강인하고 악동 같은 녀석이 이렇게 힘겨워할 때가 있구나 싶었다.

앞서 능소화와 함께 폭염 시기를 대표하는 배롱나무 또한 그런 냉혹한 날씨에도 버티며 화사한 꽃을 만발한 모습에서 더욱 당당하게 보였다.

반석산을 한 바퀴 돌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무성한 나무 터널 아래를 지나며 잠깐 스치는 시련처럼 여겨졌고, 그리 원망스럽던 여름도 소중한 인생과 시간의 한 조각이며, 그로 인해 봄과 가을이 절절하게 아름답고 그리운지도 모르겠다.

이런 멋진 나무 터널과 그 너머 따가운 햇살도 자연이 내게 준 가르침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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