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 28

냥이_20240824

오후에 일산에서 승용형을 모처럼 만나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쇠주 잔을 기울였고, 서울로 오는 버스가 끊겨 택시를 잡아탄 덕에 겨우 막차에 몸을 얹어 집에 올 수 있었다.집에 와서 씻고 나와 잠시 컴을 할 생각이었지만 현관을 열자마자 잠도 안 자고 식빵을 굽던 녀석이 슬금슬금 다가와 무릎에 올라타 버렸다.이후 무릎 위에서 한 시간 이상 녀석을 안아줬는데 그래서 모처럼 하려던 컴 놀이는 물건너 가버렸다.그래도 어찌하리!새근새근 잠든 녀석을 마음껏 주물러도 내려갈 기미는 전혀 없었고, 도리어 이따금 몸부림을 치는 바람에 수시로 떠받들 수밖에 없었다.이러니 컴을 만지는 건 요원한 사치가 되어 버렸다.이튿날 녀석이 낮잠 잘 때를 노려야겠다.몇 번 몸부림을 치던 녀석이 앞족발로 얼굴을 가렸고, 입을 헤벌레 벌린채..

냥이_20240823

녀석은 내가 없을 때 조금 풀이 쳐져 있다 내가 오면 밥도 잘 먹는단다.그래서 맨날 잘 때가 되면 내 방에서 농성을 했고, 집안에서 돌아다닐 땐 이렇게 빤히 쳐다보며 눈이 마주치면 가늘게 눈을 깜빡였다.그러다 집사를 줄려고 식빵을 굽는 녀석을 발견하곤 가까이 다가가 식빵 자르는 시늉을 해도 요지부동.정말 집사한테 식빵을 주려나?잘 때가 되면 이미 이렇게 자리를 잡고 먼저 누워 집사가 컴을 두드리거나 잘 때를 기다렸다.컴을 두드리면 무릎 위에 올라올테고, 잔다고 이불을 깔면 슬금슬금 다가와 이불 위에 자리 잡을테고.요 녀석 땜시롱 에어컨도 가장 약하게 틀고 실내 온도 설정도 섭씨 27도로 맞춰 놓게 되는데 자다보면 어차피 이불이 필요 없어 옆구리에 덮는 이불을 포개 놓으면 언젠가부터 그렇게 포개놓은 이불이..

일상_20240823

저녁이 되어서도 찜통같은 더위는 여전해 잠시 걷는 사이 온통 땀에 절었다.가까운 거리를 잠시 걷겠다는 당초의 생각과 달리 이왕 온몸이 땀에 절은 김에 오산천 산책로까지 걸었고, 역시나 반석산에서 발원하는 작은 여울 일대는 서늘했다.습한 공기는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나마 서늘해서 그런지 여기를 지날 때마다 걷는 속도를 늦춰 잠시 더위를 식혔다.동네 한바퀴를 돌고 아이스 한 잔 뽀개러 가는 길에 거리를 걷던 사람들이 한 지점에서 멈칫 했고, 뭔가 싶어 거기로 쳐다 보자 요 녀석이 바로 범인(?)이었다.내가 냥이를 좋아해서 그런가 몰라도 얌전한 렉돌을 보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네 집사가 내가 아닌 걸 넌 다행으로 여겨!만약 내가 집사였다면 널 맨날 가만 두지 않을테니까, 뇬석아!

일상_20240822

유독 층간 소음이 꾸준해서 그런지 녀석은 종종 위에서 들리는 쿵쿵거리는 소리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두리번거렸다.녀석의 이런 생뚱맞은 표정을 뒤로하고 병원을 가기 위해 나섰다.뭔 병원에 대기 인원이 그리 많은지 13시 50분에 대기를 걸어놓고 15시 반을 훌쩍 넘겨서야 겨우 3분 정도 진료를 본 뒤 처방받은 약을 사고, 식빵을 구입하여 집으로 돌아온 시각은 14시 10분경.세차게 퍼붓던 소나기가 그치자마자 바로 구름 틈바구니 햇살이 쏟아지더니 가지에 맺힌 빗방울이 햇살을 초롱하게도 굴절시켰다.하루 종일 소나기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했고, 태풍 종다리 특성상 소나기가 내려도 청량감은 1도 없이 끈적하기만 했다.6월 초 여정부터 시작된 폭염이 8월 하순이 되도록 그칠 줄 모르는 유별난 여름이었다.저녁 식사 후..

냥이_20240821

다른 집사가 앉은뱅이 책상에 앉으면 유독 훼방을 놓는 녀석, 다이소에서 2년 전 이 책상을 구입해서 비대면 강의를 듣던, 바로 고! 시기부터 녀석은 집사의 화상 채팅에 매달렸고, 그 이후부터 요! 책상은 녀석의 놀이터가 되어 버렸다.쇼파에서 녀석의 전용 쿠션을 깔아주지 않으면 잔소리 남발해서 이제는 알아듣고 집사들이 쿠션을 깔아준다.그러면 녀석은 쿠션에서 퍼질러 자거나 아니면 티비 시청을 병행하며 밍기적거렸다, 집사들 사이에 딱 붙어서...학습을 하거나 노트에 무언가를 필기하다가도 녀석은 도사처럼 알아차리고 바로 앉은뱅이 책상을 점거하며 농성을 벌였다.비켜달라고 밀치면 떨어지지 않으려고 바둥거리기까지 했다.차량 정비로 수원 직영정비소를 다녀온 뒤 초저녁에 얼마 남지 않은 여름의 더위를 즐기기 위해 산책을..

냥이_20240818

밤새도록 옆에서 달디단 잠을 자던 녀석이 새벽에 다른 방으로 갔던 기억이 언뜻 스쳤고, 늦잠을 깨자 발치에 녀석의 싸~한 눈빛이 느껴져 아래로 쳐다보자 어김없이 집사를 째려봤다.아침에 이 눈빛으로 째려보던 녀석과 눈이 마주친 뒤 다시 기억이 분절되고.다시 눈을 떠보니 녀석은 집사 다리 사이에 이렇게 우렁이처럼 변신했다.낮에 잠시 맨발 걷기를 하고 집에 돌아와 현관을 열자 녀석은 다시 해삼이 되었다.사람 발치에 달라붙어 해삼이 된 녀석, 우리 집에서 가장 붙임성 극강은 바로 요 녀석이었다.오후 들어 한창 더운 시간이 꺾일 무렵 만보를 채우기 위해 걷다 복합문화센터 앞마당에서 이토록 뜨거운 더위 아래 당당한 베롱나무의 빛깔이 더욱 돋보였다.산책에서 돌아오자 코 찔찔이 녀석처럼 집사를 찾다 다른 집사의 발치에..

냥이_20240817

6년 동안 멀쩡하던 차가 말썽이라 집에서 가까운 지정 서비스센터에 맡겨두고 집에 들렀다 1시간 조금 넘어 수리가 되었단 전화를 받고 다시 찾아왔다.이틀 지나 차량은 같은 증상으로 말썽이었지만 당시엔 괜찮다고 여겨 한시름 놓고 토욜 바쁜 용무를 위해 인덕원까지 다녀왔다.가까이 다가가도 호랑나비가 열심히 꿀 빨고 있었다.아주 바짝 다가서면 녀석의 휴식을 방해할까 싶어 대략 30cm 정도까지 근접, 날아가지 않는 걸 보면 녀석이 먹는 꿀은 무척 달콤했나보다.녀석이 쉬는 걸 보곤 각자 무언가를 찾아하려는데...거실에서 소리가 들려 나가봤더니 녀석은 다른 집사의 학습에 훼방을 놓고 있었다.예전에 노트북 비대면 학습을 위해 다이소에서 5천냥 주고 구입했던 탁자는 딱 노트북 하나 두고 사용하기 알맞은 사이즈라 1년 ..

일상_20240816

왜 가수 거미가 생각날까?숙소 창 바로 앞에 거대 거미가 집을 지어놓고 먹이사냥 중이었는데 때마침 석양이 비킨 노을이 덧칠해져 거미가 스뽜이더맨처럼 보였다.웬 청승!어차피 방충망 밖이라 그냥 두기로, 그래서 여름 기운에 깝치는 모기들이 걸려 녀석과 서로 상생하기로 했다.내게 있어 거미는 아주 친숙하며 이로운 생명이란 인식이 있어 집안에 돌아다녀도 살짝 건져 밖으로 보낼 뿐 저얼대 살생하지 않았다.먹이사슬을 그대로 둬서 누이 좋고, 매부 좋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