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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웅크림, 안성 금광저수지_20250216

고속도로를 이용해 집을 오가며 무심히 지나쳤던 금광저수지에 처음으로 옥정재를 넘어 찾아갔던 날, 마치 땅 속에 수줍게 숨어 있다 들켜버린 것처럼 눈 덮인 뽀얀 속마음을 드러냈다.둘레길이 있어 지도에 북마크만 해놓고 찾아갈만한 이끌림이 살짝 부족해 늘상 무심코 지나쳤던 건조함을 떨치고 굳이 불편한 고갯길을 넘어 저수지에 다다르자 생각보다 여길 찾은 사람들이 무척 많아 편도 1차선 도로에 줄지어 수변 도로를 천천히 질주했다.생각보다 규모가 큰 저수지 너머 숲 속에 우뚝 솟은 전망대와 많은 사람들의 잡다디한 소음이 무색하게도 수면은 거울처럼 잔잔하고 평온했다.302 도로를 따라 호수 아래로 천천히 진행하자 어느부턴가 호수 너머에 우뚝 선 전망대와 함께 카페나 인가가 즐비했고, 결국 이번 여정의 최종 목적지로 ..

넘치는 새해 햇살이 머물던 곳, 진천 봉화산_20250101

새해 첫날, 감회가 남다를 것 같지만 왠지 나이가 들수록 그 감회에서 오는 설렘은 점점 사라지고 일상의 그저 하루, 아니 스치는 휴일 중 하루로 여겨졌다.그리 이른 아침은 아니었지만 따사로운 햇살에 잠을 떨치고 덕성산을 찾았는데 처음 찾아간 휑함이 낯설어 다시 차를 돌려 봉화산 잣고개 산림욕장에 들렀다.지난 가을에 한 번 들렀다 전날 내린 비가 길을 진흙탕으로 만들었던 데다 내부 공사가 한창이라 당시 돌렸던 발걸음이 아쉬워서였다.그런 아쉬움을 하늘이 알았던지 정말 쾌청한 날씨였는데 대기엔 옅은 미세먼지가 있어 먼 시계는 조금 혼탁했다.진천 봉화산은 충청북도 진천군 진천읍 사석리에 위치하고 있는 산으로 조선시대 봉수대가 있던 산이라고 하여 봉화산, 봉화뚝으로 불리운다. 소나무가 무성한 솔산에서 연유된 것으..

노란 가을의 종착역, 원주 간현역_20241105

소금산 잔도를 한 바퀴 돌아 주차장에 돌아왔을 땐 많던 차량들이 부쩍 떠나 빈 구역이 꽤 많을 즈음이었다.행님과 헤어지기 전에 식사라도 대접해 드려야 될 거 같아 주변을 둘러봤는데 문득 주차장 너머 노란 은행나무가 우뚝 서 있는 모습이 보였고, 대략 위치가 간현역 부근이라 우선 거기로 모셨다.간현역에 도착하자 직감은 정확하게 들어맞아 간현역 앞에 비교적 오래된 수령의 나무가 노란 가을 열매를 가득 맺어 오후 햇살을 탐스럽게 굴절시켰다.간현역은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간현로 163 소재한 중앙선의 폐역이다.중앙선 청량리~만종 간 복선화 공사가 완료된 2011년 12월 21일을 기해 폐역되었다. 이후 이 역이 맡았던 여객 업무는 2021년 1월 4일까지는 동화역에서, 2021년 1월 5일 이후에는 서원주역으로..

출렁이는 가을 물결, 원주 소금산 그랜드밸리_20241105

부리나케 달려 도착한 소금산 그랜드밸리는 막바지 가을맞이에 나선 사람들로 주차장을 가득 매울 정도였다.그나마 여주에서 달려온 행님은 워낙 부처 같은 분이라-정말 주변 사람들조차 살아있는 부처가 아닐까 합리적인 의심이 가는 분이긴 했다- 카페에서 너그러이 기다려주셨고, 부랴부랴 소금산으로 향했다.작년 12월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밤 부론에서 칼국수를 먹은 게 마지막으로 뵌 기억이라 11개월 정도 지난 만큼 정말 오랜만에 만난 거다.[이전 관련글] 간현 출렁다리_20180226무한 도전의 여파인가?간현 출렁다리가 매스컴을 한 번 타고나서 거의 신드롬에 가까울 만큼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단숨에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몇 년 전 청량리에서 중앙선 열차를 타고meta-roid.tistory.com 거대한 스..

가을의 노란 포효,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_20241105

땅과 하늘을 단단히 이고 지고 얼마나 긴 세월 희열과 그리움에 견고한 가지와 이파리를 떨궜을까?인간의 잣대로 비교하고 대조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존재란 걸 알기에 사방으로 뻗은 가지엔 어느새 가을 결실이 주렁주렁 열려 전염병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람들을 찾게 했다.원주 반계리 은행나무의 나이는 800∼1,000년 정도로 추정(지정일 기준)되며, 높이 32m, 둘레 16.27m로 논밭 중앙에 있다. 가지가 사방으로 퍼져 전체가 웅장한 모습을 하고 있으나 일부 가지는 부러질 염려가 있어서 받침대로 받쳐져 있다. 전설에 의하면 이 마을에 살던 성주 이씨의 한 사람이 나무를 심고 관리하다가 마을을 떠났다는 이야기도 있고, 어떤 큰스님이 이곳을 지나는 길에 물을 마시고 가지고 있던 지팡이를 꽂고 갔는데 그 ..

비운이 빚은 절경, 영월 서강 선돌_20241013

영원히 만날 수 없는 두 존재가 굳어 절경의 표식이 되어 버린 서강의 선돌은 어쩌다 가끔 지나는 길에 들러 굳어버린 비운의 입맞춤을 상상하곤 했다.그럼에도 변치 않는 모습에서 그 이면의 안도를 재차 확인하며 돌아서게 되었는데 이번에도 절경을 갖춘 모습처럼 마음도 변치 않았다.선돌은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영월읍 방절리에 위치한 명승.제천에서 영월로 이어지는 길목인 영월 방절리의 서강변에 위치하며 거대한 바위가 마치 큰 칼로 절벽을 쪼갠 듯한 형상을 이루고 있는 곳이다. 선돌은 높이 약 70m의 입석으로 신선암(神仙岩)이라고도 불리며, 푸른 강물과 층암절벽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주는 명승이다.단종이 영월 청령포(명승, 2008년 지정)로 유배 가는 길에 선돌이 보이는 곳에서 잠시 쉬어 가게 되었는데..

첩첩산중 그 위에 서다, 정선 가리왕산 케이블카_20241013

그 많은 산들이 모여 숨어 있던 곳, 구름 이불을 덮어 월동준비로 분주한 가리왕산의 절경 앞에서 어떤 소리도 낼 수 없었다.미려한 자연의 화음에 감동하고, 그리하여 이 자리에 서서 숨죽였던 감성들이 깨어나는 순간을 감사하게 된다.모든 지나치는 찰나가 다르겠지만 이 순간도 수많은 찰나 중 하나의 조각이며 파란만장한 작품의 일부였다.[이전 관련글] 가리왕산 케이블카_20231121 meta-roid.tistory.com 정선 파크로쉬 케이블카_2024101311개월 만에 찾은 가리왕산 케이블카는 휴일을 맞아 비교적 많은 사람들로 주차장에서부터 입추의 여지가 없었고, 케이블카 정거장인 숙암역과 파크로쉬 사이 거대한 광장에는 차량과 사람들이meta-roid.tistory.com지상엔 앳된 가을이 젖어들었고, 산..

정선 파크로쉬 케이블카_20241013

11개월 만에 찾은 가리왕산 케이블카는 휴일을 맞아 비교적 많은 사람들로 주차장에서부터 입추의 여지가 없었고, 케이블카 정거장인 숙암역과 파크로쉬 사이 거대한 광장에는 차량과 사람들이 물 흐르듯 오고 갔다.회사 숙박 프로그램은 정신머리가 없어 최소 2주 전에 예약해야 되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아쉽게도 뒤뜰을 둘러본 걸로 위안 삼았다. 가리왕산케이블카가리왕산케이블카, 케이블카, 정선케이블카, 강원특별자치도, 가리왕산, 정선, 올림픽, 정선관광, 관광, 강원특별자치도케이블카, 가리왕산케이블카gariwangsancablecar.com[이전 관련글] 정선 파크로쉬로 떠나다_20190216원래 의도와 다르게 혼행을 떠나게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더 좋았던 이번 여행.영동 고속도로 진부에서 내려 정선 숙암으로 천천히 흘..

가을 그리움의 길, 정선 운탄고도_20241012

유독 가을이 되면 궁금하거나 그리운 곳이 잡념보다 더욱 강하게 의식의 바다에 거친 파랑을 만들게 되고, 그로 인해 기억의 주춧돌 위에 되새기게 되는데 그런 곳이 전국 팔도에 꽤 많이 떠올랐다.전남 담양의 새벽 안개와 여명에 휩싸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펼쳐진 24번 국도 옆 담순로, 가을이 수놓은 섬진강 벌판 위에 우뚝 선 칼바위 능선의 채계산, 자연이 스스로 질서를 만들고 그 아래 인간이 하나씩 걸쳐 놓은 흔적이 조화로운 선암사, 자욱한 물안개에 철새들이 자리 잡기 시작한 설렘을 엿볼 수 있는 우포, 거친 이면에 아릿다운 가을 풍경이 무심한 듯 뿌려진 영양의 동맥 같은 길, 평온의 마법으로 각양각색의 가을이 서로 뽐내는 통고산, 높은 지대에서 이른 가을 나기에 들어가 겨울과 묘한 경계심을 허물고 그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