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냥이_20240811

사려울 2024. 8. 16. 00:34

한 달에 한 번, 머리 벌초하러 가는 날이라 쇼파에 앉아 쉬던 중에 녀석이 옆에서 거나하게 한숨 때리고 있었다.

본격적인 낮잠에 접어들면 어찌나 깊게 자는지 어떨 땐 흔들어도 축 늘어져 일어나질 않았는데 냥이 습성을 전혀 모르던 초기엔 뭔 일이 있나 싶어 정말로 녀석을 흔들어 깨울 때도 있었다.

냥이들은 자신이 원하지 않을 때 만지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나도 모르게 저 주뎅이에 손이 갔다.

옆에서 아무리 떠들고 티비를 시청해도 녀석은 요지부동.

이럴 때는 주뎅이를 만져도 일어나지 않는데 어쩌다 인상을 찌푸리듯 일어나 그루밍을 할 때도 있었다.

이참에 망고스틴 하나 빼먹을까?

예약한 시각이 되어 뜨거운 대기를 뚫고 도보로 이동하는데 얼마 걷지도 않아 온몸이 땀에 흠뻑 젖을 정도로 사정없이 더웠고, 편도 약 2.5km를 어떻게 갈 수 있을까 싶었지만 어느새 거의 도착했다.

여울공원 군데군데 능소화가 눈에 띄었는데 요 녀석은 특히나 포도송이처럼 꽃이 주렁주렁 달려 미풍에 살랑거렸다.

저 너머 최종 목적지가 있는 걸 보면 도보로 이동하기도, 차량을 이용하기도 애매한 거리에 있다.

2년 전 동탄 남광장에 있다 여기로 독립한 미용사쌤한테 벌초를 믿고 맡겨 이제는 그냥 알아서 척척해 주시니 그게 편해서 단골이 되어 버렸다.

어차피 한 달에 한 번 운동 삼아 오면 되니까 이게 힘들다고 느낀 적이 전혀 없었는데 살을 에이는 추위나 온몸이 푹푹 찌는 더위엔 이 거리도 멀게 느껴졌다.

그나마 추운 게 낫긴 하지.

목적지에 도착하여 그늘 아래 땀을 식히는데 찢어질 듯한 매미 소리가 제법 가깝게 들려 작은 나무를 훑어보자 녀석이 나무에 매달려 있는 게 보였다.

몇 분 사이 일정한 간격으로 울어대는 녀석인데 저 작은 덩치에서 워째 저렇게 큰 소리가 나는지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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