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255

봄이 내려앉은 흔적_20200326

싱그러운 봄의 조화로움으로 모든 생명이 무사히 지나간 고난에 대한 안도와 함께 움츠린 기지개를 켠다. 비록 황량한 들판이 자욱할지라도 그 속에서 피어나는 생동감은 그래서 더 돋보이고 반갑다. 내가 사는 고장도, 머나먼 지역도 봄은 늘 같은 행보를 걷지만 천차만별의 각양각색을 일깨운다. 늘상 부는 바람도 각별하게 만드는 봄, 모든 계절이 사이좋게 오고 가는 대한민국은 이래서 숭고하고 아름답다. 작은 병아리들이 모여 수다를 떠는 것 같은 개나리는 흔하지만 가던 길을 멈추고 허리를 숙이면 보이지 않던 애정이 넘친다. 산수유꽃의 생명력은 대단하다. 그래서 열매가 약이 되는 건가? 복합문화센터의 정취에서 봄의 싱그러움과 나른함이 느껴진다. 착한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으로 어느 누군가의 선행이 끊이질 않고, 이 가련..

냥이_20200326

잠시 꺼낸 약이 감촉 같이 사라져 버렸다. 건망증을 원망하던 찰나 천연덕스럽게 그걸 핥고 있는 녀석이 있었으니...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아 마치 닌자 아닌가 오해할 때도 있지만 이제는 작은 소품이 행방불명되면 범인은 뻔하다! 천연덕스럽게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능청스럽다. 알고 보니 이 녀석이 약을 가져가 장난감으로 세뇌 교육 중이었다. 요걸 어떻게 애용할까?하며 득템한 걸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궁리 중. '거참, 민망하게 뭘 그리 쳐다보슈!' '왜? 뭐?' 대략 그런 표정 같다.

냥이_20200325

1년도 채 되지 않아 냥이에 대한 편견을 모조리 없애고, 비록 초보긴 해도 내가 냥이를 가족으로 받아들일 줄 어떻게 예측했겠나. 내가 그랬던 만큼 가족들 또한 나와 별반 다를 게 없이 편견에 갇혀 살았고, 막상 가족의 일원으로 살아가자 거짓말처럼 냥이를 무척이나 귀여워했다. 이 녀석들의 진면목이 제대로 표현되지 못해서 사진은 참 아쉽다. 그저 귀엽다는 평면적인 표현은 갑갑하지만 이 녀석들을 보면서 생명의 경이로움을 거듭 느꼈다. 단잠을 자던 냥이의 모습이 유별나게 달콤하고 귀여웠던 나른한 오후다.

냥이_20200324

베란다 한 켠에서 활짝 핀 봄. 냥이 병원 가는 날이라 이른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였고, 다행히 전혀 문제는 없었다. 언제부턴가 귀와 눈 사이에 털 밀도가 낮아지며 피부가 비치는 것 같은 원형 탈모 비스므리한 낌새를 채고 병원을 데려갔는데 전혀! 이상 없단다. 가는 길에 심장사상충 예방 접종도 했는데 내가 가는 병원에 꽤 많은 수의사쌤 중 가장 앳되 보이는 쌤은 정말로 선하고 착해 보인다. 중성화 수술 당시 하루 입원 중에도 밤늦게 찾아가 따뜻한 두유 몇 개 드린 적 있는데 피로한 기색이 역력한데도 선한 말투와 인상은 천성 같아 댕이와 냥이한테 잘해 줄 것 같다. 베란다에 화초들이 방긋 꽃망울을 틔우는 완연한 봄이다. 올해는 얼마나 화사한 소식들을 전하려나? 병원 가기 전, 캣타워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중..

냥이_20200322

왠지 행복한 표정으로 자는 것 같다. 게다가 코골이까지 하는데 괜한 심술에 녀석을 괴롭혀도 한잠에서 실눈 뜨는가 싶더니 바로 잠에 빠져 든다. 로또, 아니 고등어떼가 품으로 흘러 들어오는 꿈을 꾸는 걸까? 배시시 입가에 미소가 피어난 것만 같다. 녀석을 괴롭혀도 실눈만 뜨더니 가까이 다가가 귓속말로 '뭐 그리 좋은 꿈 꾸니?'라고 하자 갑자기 눈을 뜬다 내 말이 맞았구나. 왠지 단잠을 자고 일어난 표정 같지 않나?

친근한 정취들, 곡성_20200319

지인을 만나기 위해 약속 장소에 도착한 건 생각보다 이른 시각이라 곡성역 주변을 둘러보며 친근한 자취를 만났다. 편한 위치에 주차를 한 뒤 기차마을과 연결된 다리 주변을 둘러보고 이어 곡성역으로 이끌리듯 따라갔는데 분지처럼 주변이 산으로 둘러 쌓인 곡성의 전체적인 풍경과 달리 분지 내부는 탁 트인 평야로 그 한가운데 곡성역이 있어 어느 정도 높이를 맞춰 설계된 플랫폼을 배경으로 영화 촬영을 해도 손색이 없겠다. 기차마을로 이어진 철길 다리가 다분히 증기 기관차를 재현시켜 놓아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해놓았다. 양지바른 곳에 작지만 어여쁜 봄꽃이 무더기로 모여 따스한 봄볕을 쬐고 있다. 곡성천변 도로가에 군락지로 형성되어 이 작은 꽃은 눈에 띄지 않지만 꽤 많은 꽃들이 모여 있어 지나칠 수 없었다. 기..

냥이_20200318

원래 사용하던 카펫은 냥이 털과 무척 친화적이라 청소하기 불편도 하고, 세탁 한 번 하려면 제법 많은 비용을 들여야 되는 관계로 면 소재의 만만한 카펫으로 바꿨더니 녀석이 더 좋아한다. 그냥 놀다가 바로 잠드는 건 부지기수고 심지어 스크래쳐로도 사용한다. 게다가 날이 서늘할 때는 보일러 난방열이 은근 베어 올라와 퍼질러 있어도 잠이 솔솔 하게 오나보다. 이렇게 놀다가 바로 바닥에 뻗는 건 하루에도 몇 번 볼 수 있는 일상이다. 그러다 소파 위에 올라와 사람 옆에서 자는 걸 보고 쿠션이나 패딩을 덮어 주면 싫지 않은지 거의 깨지 않고 그대로 한잠 들거나 몸을 지진다. 택배가 오면 언제나 이 녀석의 검수과정을 거친 후 빈 박스로 거듭나는 순간 이 녀석이 차지한다. 심지어 나중엔 잠들기까지 한다.

일상_20200315

일 년 중 대기가 청명한 날이 그리 많지 않은 현재를 비교해 보면 맑은 봄의 대기가 그토록 소중했음을 뒤늦게 깨닫게 되고, 어김없이 계절의 화사함에 이끌려 주변을 둘러보지 않으면 언제 다시 맞이 할지 기약 없는 귀한 손님 같다. 더불어 겨울색 짙은 황량한 대지에 이따금씩 뚫고 나오는 봄의 전령사가 눈부신 시기다. 산수유가 겨우내 참아왔던 꽃망울을 터트려 절정의 미모를 과시하는 시기다. 반석산 둘레길로 향하며 공원 한켠에 다수의 산수유가 미세한 봄의 훈풍에 손짓을 한다. 가장 반가운 봄의 전령사 중 하나가 진달래 되시겠다. 반석산에는 이런 진달래가 군락지 정도는 아니지만 곳곳에 피어 있어 겨울색이 짙은 산에서 그 눈부심이 증폭된다. 반석산에 생강꽃이 있다니... 전망데크로 가는 둘레길 여기저기에 진달래는 ..

냥이_20200314

가족이 되어 가는 과정일까? 가끔 녀석이 한참 집안을 두리번거리며 이해 못할 사념에 빠진다. 물론 어떤 시그널을 보내도 냥이가 처음이라-어릴 적 쥐잡이 녀석의 특징은 기억하지만 당시 쥐잡이 이상의 인격을 부여하지 못해 이해할 가치를 못 느꼈다-뭘 의미하는지 모르지만, 이런 경우는 녀석도 점차 가족의 일부라 받아들이는 게 아닐까? 늦거나 집에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는 사람 체취가 강한 물건에 한참 코를 들이밀고, 뒤이어 방에 들락날락 거리며 나지막이 우는 소리를 낸다. 처음에 냥이를 반대하던 가족들도 이제 이 녀석이 없으면 안 된다. 왜냐면 가족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