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255

냥이_20200207

땅콩을 뗀 날. 냥이에게서 확연히 달라진 건 그루밍을 절대 용납치 않는 칼라가 채워진 것. 아주 미칠려고 그런다. 내 눈에도 그렇게 보이는데 이 녀석은 얼마나 미치게 핥고 싶을까? 밥도, 물도 제대로 먹지 못해 집사 고생길 안봐도 훤하다. 그로 인해 늘어난 건 이 녀석이 정리하지 못한 털인데 이거 완전 장난 아니다. 사람한테 달라 붙는 천성이 있어 주위 사람들 옷은 어김 없이 털이 빼곡하야 조만간 냥이로 돌연변이 될 기세, 이왕이면 이쁜 냥이 옷으로 변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 절 드려야 하나? 그래도 쳐다 보고 있으면 러블리하다. 약을 먹고 나면 잠에 취해서 잠만보 저리가라다. 칼라가 어색하고 불편하다지만 여전히 퍼질러 자는 녀석의 자세는 그냥 봐도 편안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입양 왔던 날과 비교해 가..

냥이_20200206

중성화 수술 하기 전, 조만간 닥쳐 올 운명을 모르는 듯 평화로운 꿈나라에서 잠 먹방에 취해 아무리 떠들어도 정신 없이 자고 있는 냥이. 근데 왜! 대부분 잠에 취한 사진을 찍었을까? 깨어 있을 땐 사람한테 엉겨 붙느라 사진 찍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잔병은 완쾌했고, 이제 평화가 찾아 오는가 싶었는데 중성화 수술을 남겨 뒀다. 오늘은 푹 자렴~ 원래 있던 양탄자를 치우고 면재질 카펫을 마련해서 깔았더니 녀석이 무척 좋아한다. 희안하게 극세사나 부드러운 털 재질을 싫어하고 이렇게 재질적 특징이 없는 면을 좋아한다.

냥이_20200205

집으로 가면 조용하게 반기는 새가족. 서 있을라 치면 다리 사이를 꿀벌처럼 바삐 오가며 눈을 맞히고 싶어 한다. 틈만 나면 눈을 맞히고 여전히 살갑게 다른 가족들을 쫓아다니며 말은 할 수 없지만 눈빛과 몸짓을 보더라도 '넌 내가 특별히 간택한 집사니까 얼른 냥이 언어를 배우렴' 이렇게 설득 시키는 느낌이 농후하다. 잠시 일어났다 사람처럼 자기. 대부분 잠 잘 때의 배치기 포즈로 입이 한글 'ㅅ'에서 영문 'Y'로 바뀐다. 하루 일과 중 대부분 잠을 자면서 잠꼬대를 한다. 지금껏 찍은 사진들 중 가장 제대로 된 증명 사진이다.

일상_20200127

꽁무니를 쫓아 다닐 때가 있다. 정말 보고 싶어서 그러거나 아니면 배가 고프고, 심심하고, 간식이 땡길 때가 보통 그렇다. 이렇게 심술 궂은 표정은 평소 녀석의 몽타주로 졸립거나 심술이 났거나 간절한 무언가가 있단 것. 자다 깨면 한참 눈을 맞추고 있다 또 잔다. 더 빨리 재우는 방법은 품에 안고 스담해 주면 수면제보다 직방으로 잠든다. 퇴근해서 방으로 들어오면 어디선가 쳐다보는 기분에 섬뜩(?)하다.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무심코 발을 뻗어선 안 되는 습관이 생긴 건 바로 요 꼬물이가 꽁무니를 쫓아 다니기 때문이다. 앉아 있으면 보통 이렇게 닿아야 된다. 다리나 팔을 뻗어 한 쪽에 걸치고 드러누워 버리면 불편한 자세가 안스러워 무릎 위를 내어 주기 마련인데 어찌보면 여우 저리가라다. 지금까지 이렇게 철저..

일상_20200126

명절 연휴 셋째 날. 녀석의 여전한 인기로 그냥 넘어가는 경우 없이 스담스담 당하기 일쑤다. 반면 녀석은 그러거나 말거나 제 편한 대로 행동하고, 간식을 하나 더 주거나 더 스담해 주는 사람에게 달라 붙는다. 아무 자리나 벌러덩 드러누워 잔다. 이렇게 보니 조만간 녀석의 컨디션이 정상궤도에 오르면 중성화 수술도 고려해야 되겠다. 눈이 마주치는 순간 배를 보여 주는데 이 모습은 너무 많이 봐서 굳이 안보여 줘도 되지만 녀석은 자꾸만 자기 배를 보여준다. 옆에서 떠들어도 잠을 막을 순 없지. 그러다 참고 있던 스담을 하면 그제서야 부시시 눈을 뜨고 가만히 스담을 받고 있다. 냥이가 신기한지 한참을 쳐다보며 좀 더 마음을 얻으려 간식 세례를 퍼붓는다. 생각보다 냥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걸 보면 사진이나 영상..

일상_20200125

명절 연휴 둘째 날. 다른 손님들도 여전히 난리 났다. 사진과 실물은 천지차이란다. 다만 녀석이 이상한 건 폐쇄된 공간을 극도로 싫어해서 꽤 고급진 집을 사줬건만 여긴 극도로 싫어하고, 주로 오픈된 공간인 쇼파나 의자 위에서 잠을 청한다. 길들이기 나름이겠거니 해서 캣닢을 조금 뿌려주자 이렇게 잠시 들어가 있기만 할 뿐 금새 뛰쳐 나와 쇼파 위를 차지한다.

일상_20200124

명절 연휴 첫 날. 오는 사람들마다 난리다. 덕분에 이 녀석이 가장 풍성한 명절을 보냈고, 선물도 잔뜩 받았다. 낯가림 없이 아무한테나 덥석 안기는 넉살과 한 인물하는 면상이라 북적대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 녀석이 주인공으로 자연스레 캐스팅 되어 버렸다. 고관절과 왼쪽 다리 골절 흔적으로 인해 걸을 때 절룩거리지만 장난감으로 사냥놀이 즐길 때는 냥이의 본모습이 나와 무척 날렵해진다. 안충과 귀에 득실 대던 진드기, 여타 다른 질병은 이제 거의 다잡았는데 글로불린과 백혈구 수치가 특히 높게 나와서 그 추이를 지켜보잔다. 잠시 외출하려고 옷을 끄집어 내어 한눈 판 사이 옷을 점거해 버렸다. 한 두 번도 아니고 외출도 이제 눈치를 봐야 한다. 노작마을을 지나 오산천 산책로를 걷는데 공원이 텅 비어 무척 을씨년스..

일상_20200123

퇴근해서 집에 들어오면 녀석이 졸졸 따라 붙는다. 이제 새로운 가족으로써 인연을 맺게 된걸 알고 있나보다. 발치에 달라붙어 나름 반갑다는 표현도 한다. 댕댕이들처럼 살갑지 않지만 냥이식 살가운 표현이다. 보통 이렇게 가족들한테 붙어 있으려 한다. 앉아 있으면 어딘가 꼭 접촉한 상태로 드러 눕거나 하는데 일 주일 동안 병원을 뻔질나게 들락날락 거리며 끔찍하게 가기 싫어하지만 다녀오고 나면 제 집으로 알고 편안한 자세를 취한다. 처음 병원에서 검진 때 몸무게가 3.2kg. 가족이 된 이후 왕성한 식욕과 잠꾸러기가 되어 푸석하던 털도 이제 윤기가 흐르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