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17 4

바위 신선, 임실 상사봉_20240409

무심히 들판에 솟은 멋진 바위산과 함께 봄은 그렇게 내륙 깊은 곳에 뿌리를 내려 분출하는 화산의 마그마처럼 몽실몽실 피어올랐다.그래서 벌판에 화색이 돌고, 메마른 바람에 향기와 이야기를 실어 날랐다.가는 길 내내 길가 벚꽃의 앳된 환영으로 시간을 잊은 채 가던 속도를 줄여 시선을 맞춰 교감의 유희를 즐겼다. 전설에 의하면 상사봉에는 불을 뿜는 도깨비가 살았다고 해서 ‘화산火山’이라 불렸다고 한다. 높이 100m가 넘는 암벽을 대패로 밀어 놓은 형세다. 인근 지역 119구조대는 이곳을 암벽 훈련장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상사봉은 산속의 산이다. 표주박처럼 길쭉하게 도지봉, 제비설날, 지초봉, 배나무골 등을 거느리고 있기도 하고, 호남정맥인 박이뫼산, 갈미봉, 경각산, 국사봉이 상사봉을 반달 모양으로 감싸..

벚꽃 절정의 임실_20240408

산벚꽃과 가로수 벚꽃이 특히나 조화롭던 전주와 임실 구간.떨어지기 시작한 꽃잎보다 아직은 세속에 대한 집착이 남아 흥얼거리는 바람에도 가지에 달라붙어 살랑이는 꽃잎이 더 많아 보고만 있어도 바람처럼 흥겨웠다.사람들이 떠나간 공원은 불빛 그득 밤이슬과 함께 지저귀는데 그 가운데 걷던 시간이 치즈처럼 고소한 여운만 남는, 그런 친숙하고 달달한 임실에서의 밤이었다. 부쩍 해가 길어져 6시가 넘었음에도 활동에 전혀 불편을 느낄 수 없을 만큼 환했다.내려오는 길에 한적한 완주순천고속도로를 갈아타 전주를 지날 무렵부터 좌측 산간지대 산벚이 어찌나 이쁜지 속도를 줄여 천천히 달려오는 바람에 그래서 6시가 훌쩍 넘었는데 급한 장실 볼일로 임실을 통과하는 순간 영업소를 방문했고, 급한 불을 끄자 다시 화사한 벚꽃이 눈에..

냥이_20240408

옆에서 어찌나 야무지게 목욕하시는지 음악 듣는데 집중이 안 돼!오죽했으면 "찹찹" 소리가 날 정도라 집사도 정신 놓고 녀석의 행동을 감상했다.그러자 녀석은 얼마 지나지 않아 하던 걸 멈추고 집사에게 눈빛을 보냈다.'세상에 꽁짜가 어딨냥? 츄르 하나로 퉁 치자옹' 쇼파에서 바로 옆에 이렇게 바쁘고 요란했다.게다가 자세는 어찌나 요염? 요냥한 지.남은 털 다뽑히고, 젤리까지 빠지겠다, 욘석아.목밑을 그루밍하던 중 녀석은 그제서야 집사의 시선을 알아차렸다.그러자 하던 그루밍을 멈추고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집사, 한 두 번 보는 것도 아닌데 새삼스럽게 눈빛이 왜 구러냥?''관심 좀 꺼주면 안되냥?''에라, 모르겠당. 궁둥짝 마저 하고 끝낼고양'족발을 집사한테 들이밀었는데 '집사가 젤리 빼먹어도 되냥?'마지막으..

장엄한 석양을 담은 봉화 축서사_20240407

붉은 석양이 질 때면 아쉬움도 붉게 타들어간다.그럼에도 밤이 지나 다시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진리로 인해 오래 머무르지 않고 내일을 기다린다.석양 맛집에서 아쉬움을 털고 땅거미 등에 염원을 실어 날린다.더불어 문수산에 둘러 쌓인 사찰에 첫 발을 들이는 순간 장엄해지는 기분에 습관처럼 감탄사를 뱉게 된다.3대 청정탄산약수와 축서사를 품은 문수산(높이 1,205m)은 경상북도 봉화군 물야면 개단리, 춘양면 서벽리, 봉성면 우곡리에 걸쳐 있다. 백두대간 옥돌봉에서 남동쪽으로 안동의 학가산까지 뻗어가는 문수지맥의 산으로 봉화의 진산(鎭山:도읍지나 각 고을에서 그곳을 지켜주는 주산으로 정하여 제사 지내던 산)이다. 신라시대에 강원도 수다사에서 도를 닦던 자장 율사가 태백산을 찾아 헤매던 문수보살이 이산에 화현(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