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350

풍류의 꼴두바우와 산길 유기묘_20210910

만항재로 가는 길에 약속처럼 들른 꼴두바우는 구름도 쉬어가는 평온과 시간의 쉼터다. 먼 길 달려온 피로와 허기를 달래며 가을하늘을 이고 있는 바위의 고뇌를 바라보다 문득 솔고개처럼 승화된 슬픔을 미소로 화답하는 첫인상에서 잠시 한숨 돌리길 잘했다는 위안으로 다독인다. 이 바위에 가을이 물들어 풍류의 향기를 더듬으며 다시 가던 길 재촉한다. 꼴뚜바위? 꼴뚜바우? 꼴두바우? 사라진 광산마을, 상동_20150912 동화처럼 단아했던 모운동을 뒤로 한 채 더 깊은 산중으로 뻗어난 한길의 끝엔 또 다른 한 때의 부귀를 누리던 탄광마을이며 오늘의 최종 목적지였던 상동이 있었다. 한때 세계 텅스텐의 10%가 meta-roid.tistory.com 상동_20170916_작성중 2 meta-roid.tistory.com..

구슬픈 고양이 울음소리, 소백산 휴양림_20210909

어느 순간 고개 들어 하늘을 보면 낮이 부쩍 짧아져 서둘러 하루 해가 등을 돌려 사라져간 잔해만 보인다. 시나브로 찾아든 가을이 문턱을 넘는 이 시기, 문득 뜨거운 노을처럼 가슴은 따스해지고, 무겁던 시야는 초롱이 불 밝힌다. 초저녁에 단양 소재 소백산 휴양림으로 출발, 단양에 들러 식재료를 마련한 사이 어느새 밤이 내려 도착했다. 평일치곤 꽤나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여긴 산중 다른 세상 같다. 남한강이 발치에 내려다 보이는 공원이기도 하고 숲속이기도 하다. 칠흑 같은 암흑 속을 헤치며 잠시 걷는 동안 발치에 소리 없이 지나는 남한강을 마주했다. 휴양림 내 타워전망대를 따라 무심히 쳐진 거미줄을 뚫고 아래로 내려갔다 다시 전망대에 서서 사방을 찬찬히 살피는데 정적 속에서 평온의 기운이 자욱했다. 잡고 ..

애국가처럼 거룩한 자태, 추암 촛대바위_20210630

해암정 삼척 심씨의 시조 심동로가 벼슬을 버리고 내려와 제자를 가르치며 생활할 때 지은 정자로 고려 공민왕 10년(1361)에 처음 짓고, 조선 중종 25년(1530)에 심언광이 다시 지었다. 심동로는 어려서부터 글을 잘하였는데, 고려말의 혼란한 상태를 바로잡으려 노력하다가 권력을 잡고 있던 간신배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고향으로 내려가려고 하였다. 왕은 그를 말렸으나 노인이 동쪽으로 간다는 뜻의 '동로(東老)'라는 이름을 내리면서 결국 허락하였다. 앞면 3칸·옆면 2칸 규모이며, 지붕 옆면이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집이다. 앞면을 제외한 3면은 모두 4척 정도의 높이까지 벽을 만들고 모두 개방하였다. 이곳에는 송시열이 덕원으로 유배되어 가는 도중 들러 남긴 '초합운심경전사(草合雲深逕轉斜)'라는 글..

만천하를 그리는 곳, 스카이워크_20210616

죽령 죽령은 높이 689m. 일명 죽령재·대재라고도 한다. 신라 제8대 아달라이사금 5년(158)에 길을 열었다. 소백산맥의 도솔봉(兜率峰, 1,314m)과 북쪽의 연화봉(蓮花峰, 1,394m)과의 안부(鞍部)에 위치한다. 동쪽 사면은 내성강(乃城江)의 지류인 서천(西川)의 상류 계곡으로 통하고, 서쪽 사면은 남한강의 지류인 죽령천(竹嶺川)의 상류 하곡과 이어진다. 도로도 이들 하곡을 따라 개통이 되나, 동쪽은 사면의 경사가 급하고 많은 침식곡이 발달하여 희방사(喜方寺) 계곡 입구부터 고갯마루까지는 굴곡이 심한 길이다. 또한 고갯마루에서 서쪽의 보국사(輔國寺)까지는 비교적 완사면으로 내려가나 곡저(谷底)의 당동리까지는 다소 굴곡이 심한 내리막길이다. 이와 같이 비록 험한 고갯길이었으나 예로부터 영남 지방..

만능 슈퍼템, iPad pro_20210601

11인치의 갑갑함을 탈피하고자 12.9인치를 마련했는데 치명적인 버그로 바로 반품해 버렸다. 비교하자면 페라리 엔진을 달았지만 차체와 미션은 소형이라 밟아도 그 힘을 제어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다만 디스플레이는 인상적이다. 수령하자마자 한 컷 찍었는데 검수하지 않았다고 끝까지 따라붙는다. 애플실리콘에 1TB 용량과 16GB 램으로 태블릿에 노트북을 뛰어넘는 성능이 장착되어 있다. 허나 운영체제가 성능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iPad OS의 태생적 한계로 인해 숫자는 그림의 떡일 뿐. 중고인 11인치 1세대를 업어와 학습에 혁신적인 잇템이란 걸 알고 큰 녀석으로 업그레이드 하려 했지만 충전 불안, 맥과의 연결 문제, 11인치 사용 시 느낄 수 없었던 화면 정가운데 울렁임 등으로 고민 없이 바로 반품해 버렸다.

나른한 4월 눈_20210405

4월 눈이 내리던 나른한 오후에 봄이 지나던 길목에서 꽃잎의 콧노래를 따라 걷는다. 계절은 등을 보이지 않고 시나브로 이 길을 따라 떠나지만 이미 지난 발자국이 구구절절 아쉬울 때, 그때마다 모든 계절이 머물던 자리에서 피어나는 싹에게서 품은 감사의 씨앗을 추스른다. 얼마나 머나먼 길이기에 떠난 자리의 여운은 이다지도 클까? 퇴근길에 벚나무가 줄기차게 늘어선 길은 때마침 부는 한차례 바람이 햇살과 버무린 눈송이를 휘감는다. 봄의 전령사가 떠나기 전에 작별 인사를 나눌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사진들을 연속으로 넘기면 우수수 떨어지는 눈발이 살아서 번뜩인다. 그래도 아직은 눈구름이 두텁다. 봄의 쾌청한 기운에 맞춰 가슴 이끄는 걸음 또한 경쾌하다. 신록이 눈발을 밀어내는데 그 또한 봄의 하나다. 녀석은 하루..

냥이_20210327

집사 냥반, 요즘 왜캐 늦게 기어들어와? 도통 추워서 말이지. 여기서 나를 품어 주던가, 아님 날 안고 쇼파에 앉게나. 낮에 집사 얼굴 오랜만에 보네, 그려. 가까이 와서 등 좀 두들겨 보게나. 말귀를 참 못 알아듣네. 등 두들기고 품어 달랬지, 이런 걸 덮으랬나? 노답일세. 봄을 한아름 따다 입에 넣자 새벽의 시원하면서 향긋한 내음이 은은하게 퍼진다. 물론 사유지에서 딴 진달래라 위태로운 비탈길이라도 맘 편하게 땄지만 벌레가 눈에 종종 띄인다. 꽃 씻은 물에 까만 벼룩 같은 게 동동 떠서 통통 튀어 다닌다. 먹기 전에 신중하게 봐야 되겠다. 냥이가 냉큼 다가와 호기심을 나타내다 자기 취향이 아닌지 나중엔 시큰둥해지고 대화하는 입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꽃에서 까만 벌레들이 나와 흐르는 물에 씻어 널어놓자..

일상_20210319

퇴근길에 만난, 우수에 찬 삼색이가 회사 앞 화단에 볼일을 본 건지 열심히 흙을 훑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 츄르 하나 주고 싶은데 처음과 달리 무척 예민해져 경계심 장난 아니다. 요 녀석아, 내 가방엔 늘 츄르 하나 챙겨 둔단다. 널 만나게 되면 주려고 그런 건데 그냥 '걸음아, 날 살려라'하면 주전부리의 유희를 모르잖아. 여전히 표정은 우수 가득했다. 화단에 흙으로 무언가 일을 하다 주변을 삼엄하게 경계한다. 가만 쳐다보자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쏜살 같이 도망가다 안전거리 확보되는 지점에서 녀석도 나를 빤히 쳐다봤다. 녀석의 시그니처가 바로 살짝 고개를 숙여 자존감이 저하된 것만 같은 우수에 찬 표정이다. 바로 요런 표정이 내 기억에 각인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