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이_20240126 사람한테 엉겨 붙는 습성은 갈수록 다양하고 집요하게 나타났다.티비 보고 있자니 기대어 자고, 햇살 아래 뭐든 덮어주면 다소곳이 잤다.한밤 중 자다가 몸이 불편해 눈을 떠보면 집사 위를 자근자근 밟고 다니며 같이 자자고 보챌 때도 많았다.역시나 열 번, 백 번 듣는 것보다 직접 지내면 우리가 알던 잘못된 편견을 자각하고, 깊은 정을 나눌 수밖에 없다.근데 사람한테 기대어 자는 모습이 너무 사람 같지 않나? 일상에 대한 넋두리 2024.05.02
한파도 개의치 않는 태백의 포근한 정취, 철암_20240125 원래 연화산 둘레길을 걷는 계획으로 연화산유원지를 찾았지만 제법 쌓인 눈이 두터워 초입에 주차한 뒤 유원지 내부로 걸었고, 이내 신발이 젖어 계획을 수정했다.때마침 웹으로 회사 전산에 접속해야 될 일이 있어 겸사겸사 도서관을 찾던 중 꽤 많은 도서관 중 철암도서관에 전화 문의를 드리자 외지인도 이용 가능한 데다 심지어 와이파이도 짱짱하다는 말씀에 철암 여정으로 급히 우회했다.도서관으로 가기 전에 햇살이 넘치는 마을 거리를 배회하며 시간의 단맛, 그리고 추억의 주마등을 회상하는 사이 거리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한꺼번에 쏟아졌고,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을 겸허히 받들어 비슷한 듯 각기 다른 이야기들을 하나씩 만났다.햇살 아래 한가로이 일광을 즐기는 냥이들, 산허리 구부정 오르는 길, 그리고 그 아래 보이는.. 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2024.04.23
냥이_20240121 모포를 덮어준 게 마음에 드는지 그 상태로 번갈아가며 졸다가 눈을 떠도 온기로 무장된 이불 밖을 떠나지 않았다. 녀석에게 있어 자신이 찜한 이불 밖은 위험한가 보다. 이렇게 금세 졸다가도 움직임이 포착되면 민감한 감시카메라가 작동하여 간헐적으로 눈을 떠서 동태를 살피거나 부르면 쳐다보는 정도로 그치고, 주뎅이 스담을 해도 가만히 있었다. 상황을 보면 단순히 따뜻한 걸 넘어 포근한 경지에 이른 표정이었다. 그러곤 한 동안 모포 둥지를 떠나지 않다 대게와 횟감에 자리를 벗어나 가족들한테 다가왔다. 아무렴. 먹을 때는 같이 줍줍 해야지. 모두가 포식하던 날이었다. 일상에 대한 넋두리 2024.04.05
단아한 경주의 시간과 작별, 천년숲정원에서 영덕으로_20240116 천년숲 정원이란 타이틀에 낚여 지인과 함께 찾았지만 '천년'이란 떡밥에 살짝 현타가 온 곳. 오래된 숲이 아닌 천년 경주에 기댄 곳이라 고목이나 거목보다 마치 천년 전 서라벌 귀퉁이의 단아한 정원 같았다. 거창하게 마음먹을 필요 없이 소소한 정원 숲에서 단음의 현악에 취하듯 마음을 비우고 걷는다면 그 단순함 속에서 개운한 뒤끝을 음미할 수 있었다. 지인과 헤어지기 전, 불국사 인근 카페에서 진한 커피 향에 취해 그 또한 무심한 가벼움을 여운으로 남기고 다음 행차, 영덕으로 향했다. 인사말 < 기관소개 < 산림환경연구원 < 산림 "경상북도 산림환경연구원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연구원에서는 이 소중한 산림이 지속적으로 보존 될 수 있도록 산림에 대한 연구와 임업인의 소득증대를 위하여 노력하겠습니다... 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2024.02.19
간결한 옛것들의 거리, 경주 황남_20240116 켄싱턴에 예약한 2박이 끝나고 다음 숙소인 영덕으로 가기 전, 선약한 부산 형님이 시외버스터미널로 친히 행차하시어 가성비가 그리 좋지 않은 황남비빔밥으로 점심을 해결한 뒤 일대를 걸으며 대화를 나눴다. 기상청 일기 예보에 따르면 한 주 동안 포근한 겨울이라 걷기에도 수월했는데 때마침 황남동 일대가 전통적 마을 바탕에 개량된 한옥마을이라 정처 없이 걸었는데 편의점조차 한옥식 단층 건물이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거리 곳곳에 몰려왔는데 주차 시설이 조금 부족한 걸 제외한다면 걸을 수 있는 환경도 좋았다. 건물은 날 것 그대로의 느낌보다 개량된 건물들이라 지붕은 한옥식에 가깝지만 창은 넓어 고풍스런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며 한옥의 폐쇄적인 구조를 개방적인 구조로 개량하여 답답하지 않았다. 편.. 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2024.02.04
파도와 동행하는 시간, 호미반도 해안둘레길1_20230508 호미반도를 에둘러 인간의 자취는 선명했다. 비바람의 예봉이 꺾인 이튿날에 해안둘레길을 다시 도전, 다행히 자연이 허락을 해주고 길을 내준 날이었다. 호미반도 해안둘레길은 도구해수욕장 부근에서 시작하여 1구간은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까지 6.1km, 2구간은 흥환간이해수욕장까지 약 6.5km, 3구간은 대동배까지 6.5km, 마지막 4구간은 호미곶 해맞이광장까지 5.6km로 총 24km가 넘는데 2~4구간까지만 걷기로 했다. 2구간은 선바우길이라 명명하는데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 주차한 뒤 사전 설명과 더불어 틈틈이 나오는 이정표를 따라 다양한 형태의 길을 이용해서 걸었다. 해안둘레길 답게 길은 대부분 바다와 육지의 경계를 아슬하게 넘나들어 때론 파도에 신발이나 바짓가랑이가 젖을 수 있다는 걸 감내해야 했다.. 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2024.01.06
변치않는 정겨움, 원주 부론_20221031 작지만 꽤 역동적인 지역, 원주 부론에 가을이 무르익을 즈음 지인과 함께 찾아 식사를 나누고 냥이들을 만난다.지난번 넉살 좋은 치즈냥을 만났지만 간식을 얼마 주지 못해 아쉬웠는데 이번엔 녀석이 외출 중이라 만날 수 없고 대신 이웃냥을 만났다.챙겨 주시는 분이 계셔 특히나 동네냥들이 많은 곳이라 그 재미로 찾기도 했고, 흥원창이 있어 몰래 숨겨둔 명소 마냥 즐겨 찾기도 했다.멋진 가로수가 어울린 길이 덩달아 멋스러운 동네, 남한강-섬강이 만나는 두물머리가 멋진 부론에서의 가을 내음이 참 좋았다. 부론면은 강원, 경기, 충북의 세 도에 접해 있고 원주시의 서남단에 위치한다. 산지가 많아 현계산(535m)·봉림산(579m)·황학산(332m) 등이 솟아 있으며 곳곳에 산간분지가 발달되어 있다. 손곡리에서 발원한.. 일상에 대한 넋두리 2023.12.18
상행길, 잊지 못할 냥이와의 만남_20221027 짧은 하루 동안 많이도 다녔고, 많은 만남과 헤어짐도 있었다.내려가는 길에 괴산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에 들렀고, 이어 노령으로 건강이 급격히 떨어진 외삼촌도 뵙고, 명절이 지나 절대 지나칠 수 없었던 아부지 성묘까지, 그리고 오마니 추억의 장소에 들렀다 이른 저녁을 해결한 뒤 상행길에 올랐다.다리를 건널 무렵 퇴근 러시아워라 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가다 서다를 반복했는데 그 찰나 차창 너머 광활한 가을 하늘에 석양이 질러 놓은 노을 불빛에 매료됐다.어차피 막히는 교통이라 조바심 낼 필요도 없어 차라리 잘 된게 아닌가.석양빛 물드는 하늘이 어찌나 고운지 이렇게 정체 구간 속에서 하늘을 충분히 감상하며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갔다.다리를 지날 무렵 남은 석양이 급격히 떨어지더니 아파트 옥상 구조물에 살짝 .. 일상에 대한 넋두리 2023.12.18
냥이는 요물이 아니다_20221011 예전에 어른들은 고양이가 요물이라 했었다.철저히 부정적인 의미긴 하나 그 배경엔 고양이가 단순히 영리한 걸 넘어 사람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영특한 부분에 대해 애써 부정하고 싶은 나머지 확실한 인간과의 급차이를 두기 위함이었다.물론 키워 보고 나서야 깨닫게 된 거지만 그런 영특함에 댕댕이와 전혀 다른 독립심, 그러면서도 지나치게 나약하고 경계심이 강해 쉽게 친해질 수 없었던 데 대한 앙갚음이 내포되어 있었다.그러다 점점 생명에 대한 평등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여러 생명들이 예전과 달리 재해석되면서 억울한 누명(?)을 어느 정도 벗어던질 수 있었던 생명, 그중 대표격이 냥이다.머리맡에 아날로그 자명종 시계가 있는데 녀석은 그 모양을 보고 때가 되면 사람을 깨우거나 밥 달라고 칭얼댄다.어떻게 알 수 있지? .. 일상에 대한 넋두리 2023.12.07
냥이_20221010 인간이 가끔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할 때가 있다.마감을 몇 시간 남겨두고 과제물에 매달리며 극강의 몰입 중에 녀석이 올라탔지만 자연스럽게 녀석이 원하는 자세를 취해 주면서 과제물을 완성하여 몇 분을 남겨두고 토스했다.학교 과제물 결과는 학기가 끝날 무렵 나오겠지만 녀석의 피드백은 바로 나왔다.코를 골 정도로 집사 캡짱이란 거~과제를 한답시고 앉아 있는 동안 녀석도 함께 머리를 맞대줬다.'집사, 현기증 나서 쓰러질고양'몇 번의 몸부림을 치며 편하게 잠들었다.녀석이 일어난 뒤 주변을 서성거리며 뭔가 원하는 눈빛이라 식사를 끝내고 놀아주겠다는 말에 밍기적 다가와 옆자리에 앉았다.언어는 통하지 않는데 비언어적인 공감이 이뤄져 소위 말귀를 알아듣는 녀석이 신기했다. 일상에 대한 넋두리 2023.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