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439

삼국시대의 뜨거웠던 흔적, 화성 당성_20240209

신라와 백제의 함성이 겨울 서릿발처럼 묻혀 깨어나지 못할 깊은 잠에 빠진 당성(당항성)이 같은 고장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북편 멀리 사라진 위대한 한민족 고구려가, 남편 가까운 곳엔 슬기롭던 백제가, 서해 건너 대륙을 호령하던 당이 있었고, 성 일대 맹주는 지혜롭던 신라였다.현재의 필연은 과거의 셀 수 없는 파편들이며, 생존을 위한 핏빛 투쟁은 인류의 본질이다.그 파란만장했던 시대에 뜨겁던 열기는 잠자고 이제는 황량한 겨울이 활보해도 깊은 잠에서 깨어날 수 없었다.시대의 슬픔과 기쁨도 모두 땅 속에 묻고 서리와 이슬처럼 그저 다가왔다 흩어질 뿐이었다.당성 또는 당항성은 화성시 서신면 상안리 구봉산에 위치한 산성으로 테뫼형(산봉을 중심으로 산정 외곽부를 돌로 쌓은)과 포곡형(봉우리와 계곡 주위를 둘러쌓은)..

미세먼지 바다에 우뚝 솟은 바위신(神), 치악산 비로봉_20240129

도전에 대해 사전적 의미를 넘어 나태함을 합리화한 다른 핑계로 방호했었고, 번지 점프를 하듯 과감히 떨치며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했다.그래서 실행에 앞서 효능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시작 전 워밍업 차원에서 치악산으로 향했다.짧은 시간 동안 체력의 임계점에 다다르면 마음이 약해지기 마련인데 그걸 극복하는 효능감과 더불어 자신감을 지탱시키는 자존감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였다.구룡사를 지나 세렴폭포까지는 아이젠을 착용하지 않은 채 빠른 속도로 도달했고, 여기서부터 치악산 사다리병창길의 악명을 떨치기 위해 잠시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뒤 아이젠을 착용하고 끝날 것 같지 않은 오르막 급경사길로 한발 한발 내디뎠다. 나는 늘 치악산을 좋아한다.내가 산을 잘 타거나 타인 이상의 체력적 강인함을 가져서가 아닌 단지 강원도..

햇살 가득한 정선 정암사_20240126

정암사는 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고한읍 함백산에 위치한 사찰이며, 대한불교 조계종 제4교구 본사 월정사의 말사다. 함백산은 태백산 북쪽 자락에 위치하여 정선군과 태백시의 경계를 이룬다. 한반도의 5대 적멸보궁 가운데 하나가 자리하고 있기도 한다.적멸보궁은 정선군 정암시에 있는 신신사리를 봉안한 사찰 건물이다.이 건물을 지은 시기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조선 영조 47년 1711에 고쳐 지은 것으로 미루어 보아 18세기 초에 세운 것으로 추정되며 이후에도 여러 차례 보수하였다. 자연석 기단 위에 세워진 앞면 3간, 옆면 2칸 규모의 건물이다. 겹처마를 드리우고 옆면에도 지붕이 뻗어 있는 팔작지붕을 올려 화려하다.일반적으로 적멸보궁은 안에 불상을 모시지 않고 근처에 수마노탑을 지어 석가모니의 사리를 봉안한다..

한파도 개의치 않는 태백의 포근한 정취, 철암_20240125

원래 연화산 둘레길을 걷는 계획으로 연화산유원지를 찾았지만 제법 쌓인 눈이 두터워 초입에 주차한 뒤 유원지 내부로 걸었고, 이내 신발이 젖어 계획을 수정했다.때마침 웹으로 회사 전산에 접속해야 될 일이 있어 겸사겸사 도서관을 찾던 중 꽤 많은 도서관 중 철암도서관에 전화 문의를 드리자 외지인도 이용 가능한 데다 심지어 와이파이도 짱짱하다는 말씀에 철암 여정으로 급히 우회했다.도서관으로 가기 전에 햇살이 넘치는 마을 거리를 배회하며 시간의 단맛, 그리고 추억의 주마등을 회상하는 사이 거리 곳곳에 숨겨진 이야기들이 한꺼번에 쏟아졌고,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을 겸허히 받들어 비슷한 듯 각기 다른 이야기들을 하나씩 만났다.햇살 아래 한가로이 일광을 즐기는 냥이들, 산허리 구부정 오르는 길, 그리고 그 아래 보이는..

땅거미 아래 정겨움, 태백 장성동_20240124

태백은 낙동강 발원지를 따라 기나긴 협곡에 둥지를 튼 도시로 1.태백시청, 황지못, 터미널, 역, 주요 상권이 들어선 번화가가 밀집한 도심과 2.각종 경기장, 체육 시설, 일부 아파트, 주택가가 있는 곳과 3.경찰서, 석탄 공사 장성광업소,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이 있는 장성동, 4.소방청 체험센터인 세이프타운, 축구장, 교육지원청이 있는 곳과 5.구문소를 끼고 돌아 동점초교가 있는 작은 마을, 6.소방학교가 있는 철암 일부 동네, 그리고 7.철암역, 탄광역사촌, 선탄체험시설, 근로복지공단 케어센터가 있는 비교적 큰 마을로 구성되어 있었다.-물론 태백 연고가 전혀 없어 여행을 다니며 눈동냥으로 분류한 나만의 기준이다-전국 여행지 중 정선과 함께 자주 오는 곳임에도 1, 7번만 집중적으로 다녔고, 장성도 비..

한국의 작은 알프스, 태백과 삼척 건의령_20240124

가슴을 한껏 펼쳐 서서히 움켜쥐면 보이는 모든 것들이 내 안에 들어온다. 건의령, 여기선 그게 가능하다. 함백산에 이어 찾아간 곳은 건의령으로 태백 시내를 지나 검룡소가 가는 방향과 똑같았고, 다만 검룡소는 35번 국도를 타고 삼수령을 넘어 삼수동으로 빠져야만 했는데 건의령은 계속 35번 국도를 경유하다 상사미교차로에서 우측의 뿌듯한 오르막 지선인 424 도로를 타면 바로 우측의 장벽 같은 산의 고갯길이 건의령이었다. 가는 길에 폭설의 영향인지 아니면 공사 중인지 삼수령길은 통제 중이라 옛 고갯길로 우회했고, 대체적으로 태백의 제설이 늘 한발 앞서긴 해도 한파로 인해 도로가 쪽의 빙판 자국을 상기시킨다면 평소에 비해 시간은 좀 더 소요됐다. 터널을 지나기 전에 건의령으로 갈 경우 체력적인 자신감이 충만하..

겨울의 창대한 밀림 속에서, 태백 함백산, 창옥봉과 만항재_20240124

발왕산의 설경은 지형적인 특성이 그대로 용해되어 장쾌하고 하늘과 적재적소에서 어울린다면 태백의 설경은 정형화된 게 없이 야생의 밀도가 높고 여백 사이로 섬세하게 터치하여 한 올 한 올 자수를 놓았다.물론 이분법적으로 어디가 상대적으로 좋고 나쁨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매력을 지극히 주관적으로 정의한 거라 두 곳 모두 놓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발왕산은 홀로 우뚝 선 마냥 시선의 반은 하늘이었고, 그래서 솟구치고 도드라진 느낌이 동행했었는데 함백산은 지형적으로 발왕산과 달리 일대가 거의 비슷한 고봉들이 산재해 있어 설경의 밀림 속에 은둔한 느낌이었다.무심히 지나는 한 조각구름조차 원래부터 있던 자리처럼 제 소향에 맞춰 춤을 췄고, 아주 가끔 마주치던 사람이 지나간 자리엔 공백의 정적도 제 역할인 양 ..

태백 오투리조트의 아침 설경_20240124

이튿날 일어나 창을 열자 한파로 인해 며칠 전 내린 설경이 신선하게 보관되어 있었다. 함백산 창옥봉의 눈꽃과 상고대를 만나러 가기 전, 진중한 묵념을 하듯 숙소 일대 설경을 둘러봤다. 소중한 시간의 창고, 태백을 떠나며_20201110 예기치 못한 경험을 마주하며 기억을 조각하는 게 여행이라면 태백은 창작을 하는 작업실이라면 솔직한 표현일까? 전날 홀로 집을 지키던 냥이가 후다닥 놀다 방에 갇혀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meta-roid.tistory.com 오투_20221110 meta-roid.tistory.com 금대봉은 월간잡지 월간 산에서 선정한 100대 명산으로 강원특별자치도 태백시와 정선군 및 삼척시에 걸쳐 있는 높이 1,418m의 산이다. 본래 이름은 검대산(여기서 儉은 단군왕검을 지칭)으로 ..

위대했던 겨울 왕국, 평창 발왕산_20240123

동장군이 만든 절정의 겨울 미소에 흠뻑 젖어 추위도, 현실도 잊게 되던 날. 교통체증과도 같은 현재를 잊기 위해 지금 이 순간 겨울 왕국에 발을 들였고, 먼지에 휩싸인 내일을 잊기 위해 이 계절이 만든 새하얀 불꽃에 넋을 태웠다. 계절은 악마가 아닌 천사가 흘린 미소며, 그 미소는 찌푸려 흐느끼는 사유를 비켜갔다. 알을 깨고 나온 새가 눈부신 세상의 파란 하늘로 유영하듯 구름이 집어삼킨 산마루 하늘빛이 뿌연 대기를 깨고 하늘 향해 역동하며 겨울 아름다움 고이 입어 옷자락 드날렸다. 모나 용평:발왕산 관광케이블카 본문 시작 발왕산 관광케이블카 '출발' '챔피언' 왕'이 날 자리가 있다는 의미의 발왕산, 평창올림픽을 개최한 그곳, 발왕산 케이블카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레포츠 운영안내 --> 이전 이미지 다음 ..

시리도록 아름다운 한파, 용평리조트_20240122

폭설이 내린 이튿날 용평의 한파와 강풍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그야말로 살을 에이는 통증과도 같았다. 그로 인해 발왕산 명물인 케이블카 운행은 잠정 중단 되었고, 스키 인파는 부쩍 줄어든 상태로 잠시 장갑을 벗은 사이 손등과 걷는 내내 노출된 뺨을 파고드는 통증은 만만한 게 아니었다. 그렇더라도 산등에 널부러진 설경을 일일이 찾아 헤매는 시간은 통증을 극복할 유일무이한 특권인 양 눈에 보이는 길의 형태에 완전히 몰입했다. 연신 엄청난 기세로 발왕산을 삼키던 구름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지나버리면 뒤따르던 구름이 다시 산봉우리를 폭식했는데 그게 일상인지 산은 그저 머무를 뿐이었다. 하루 지나면 여기와 작별해야만 하는데 그 사이 강풍의 화가 누그러져 산 위 겨울 왕국에 초대하려나?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 괜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