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땅거미 아래 정겨움, 태백 장성동_20240124

사려울 2024. 4. 21. 23:16

태백은 낙동강 발원지를 따라 기나긴 협곡에 둥지를 튼 도시로 1.태백시청, 황지못, 터미널, 역, 주요 상권이 들어선 번화가가 밀집한 도심과 2.각종 경기장, 체육 시설, 일부 아파트, 주택가가 있는 곳과 3.경찰서, 석탄 공사 장성광업소, 근로복지공단 태백병원이 있는 장성동, 4.소방청 체험센터인 세이프타운, 축구장, 교육지원청이 있는 곳과 5.구문소를 끼고 돌아 동점초교가 있는 작은 마을, 6.소방학교가 있는 철암 일부 동네, 그리고 7.철암역, 탄광역사촌, 선탄체험시설, 근로복지공단 케어센터가 있는 비교적 큰 마을로 구성되어 있었다.-물론 태백 연고가 전혀 없어 여행을 다니며 눈동냥으로 분류한 나만의 기준이다-
전국 여행지 중 정선과 함께 자주 오는 곳임에도 1, 7번만 집중적으로 다녔고, 장성도 비교적 오래전에 삼척 고갯길에서 사고로 잠시 병원에 들렀던 이력만 아니면 알지 못해 이참에 3번 장성동을 도보로 다녔다.
매서운 한파의 세력이 여전한 데다 하루 해가 기울고, 더불어 고도가 높은 특성으로 노출된 손등이 이내 붉게 변하며 얼얼해지던 날이라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은 채 동네를 다니며 왠지 낯익은 동네 풍경과 산성처럼 사방을 둘러싼 산능선에 이미 해는 지고 이른 달님이 솟는 초저녁의 정취가 더해져 뚝배기에 익어가는 찌개를 연상시키며 숨 가쁘던 하루를 마무리했다. 

장성동에 진입하자 대부분의 도로가 얼어 버린 상태였고, 슬립을 우려해 태백병원 부근 막다른 골목에 주차한 뒤 걷기로 했다.

거기서 약간 위태위태하게 내리막길을 걸어 내려오자 태백경찰서가 보였고, 일대가 동네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었는데 경찰서 앞 도로를 걸어 장성교 아래까지 걸어왔더니 언덕 마을로 올라가는 재미난 골목길이 보여 거기로 올라갔다.

사진상 중앙에 계단을 오르면 우측 집이 끝나는 곳에서 건물 반대편 좌측의 좁은 계단이 있었고, 그 계단을 오르면 다시 좌측 상단 집 앞으로 오르게 되어 있었다.

무얼 알고 길을 선택한 게 아닌 처음 와본 곳이라 느낌대로만 진행했었다.

딱히 규칙이 없는 오르막 계단을 여차저차 올라 완만한 곳에 마을을 전망하기 좋은 전망대와 카페가 있었고, 카페에 들어가 커피 한 잔을 곁들여 전망을 감상하고 싶었지만 이미 해는 산능선 아래로 넘어간 상태라 이 또한 다음을 기약하는 수밖에 없었다.

카페 앞 전망대에 오기까지, 언덕과 골목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사람들이 살아가는 온기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이야기들을 실어 날랐다.

그 이야기를 찾는 사이 전망대까지 올 수 있었던 게 아니었나 모르겠고, 그 전망대에는 이렇게 정감 어린 뒷모습이 맞이했다.

로드엔드는 말 그대로 목련길 도로 끝이었는데 완만한 내리막길이라 그 도로를 따라 마을로 내려오기 시작했고, 산 허리엔 탄광을 재현한 양지갱을 만들어 놓았다.

'아빠! 오늘도 무사히'란 문구가 눈에 띄었다.

경찰서 앞 마을을 가르는 신작로 길가엔 빼곡히 들어선 여러 상점들이 하나둘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길 끝, 로드엔드와 연결된 길은 언덕길치고 제법 넓고 제설이 잘 되어 있었다.

길의 남쪽을 산이 둘러싸고 있었고, 그 산등성이에 빼곡히 인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완만한 내리막길을 걷다 어느 절로 올라가는 길이 보였다.

사람이 전혀 밟지 않은 깨끗한 눈이 쌓여 있어서 그 길 가 계단으로 올라갔다.

적막한 사찰이 있었는데 어디선가 댕댕이가 사정없이 짖어 사과한 뒤 다시 길로 내려왔다.

사찰에서 내려와 목련길에 접어들자 해가 진 산능선 너머 아직은 환한 땅거미 덕분에 깊은 산중 탄광마을의 구수한 정취를 감상할 수 있었다.

뒤돌아 적막했던 사찰과 탄탄마을 우물터를 돌아봤다.

누군가 만들어놓은 눈사람이 잠시 위로가 될 줄이야.

마을 맞은편 산중 골짜기에 이런 진풍경도 있었다.

아마 산중에서 채광?했던 흔적 같았다.

이 마을을 가장 멋지게 표현한 게 바로 이 작품 아닐까 싶었다.

돌을 붙여 표현한 게 바로 고귀한 생명을 지켜주는 것들이었는데 저런 문화적 상상력이 대단했다.

지도상 삼엽충 화석 군락지 방향 능선 위로 동그란 달이 걸쳐 있었다.

시장에서 식당이 즐비한 거리로 여기서 저녁 끼니를 해결할 심산으로 칼국수 집으로 갔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시장에 들어갔지만 마땅히 식사를 할만한 곳이 없어 거기를 한 바퀴 둘러본 뒤 뒤편으로 나와 언덕으로 갈라지는 길섶에서 마을을 상징하는 멋진 조형물을 발견했다.

시장과 골목을 둘러본 뒤 주차된 곳으로 걷던 중 경찰서 앞에서 왔던 길을 되돌아봤다.

이 정겨움의 정체는 뭘까?

걸어오던 중 경찰서를 지나 좌측 하나로마트 옆 다리 위에 올라 황지천을 내려다봤다.

추위, 적막, 산골 마을, 정체 모를 정겨움...

서 있던 자리에서 산 아래 카페 로드엔드가 보였다.

산허리 벌써 불을 밝혔고, 행복의 세잎클로버와 하트도 불을 밝혔다.

식사가 마땅치 않았으면 차라리 커피 한 잔 마실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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