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공휴일로 지정된 국군의 날을 앞두고 퇴근 후 저녁 식사를 잽싸게 끝낸 뒤 곧장 함박산으로 향했다.
두촌성당을 지나 함박산으로 오르는 자그만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랜턴과 트래킹화를 갈아 신은 뒤 사우와 함께 산행을 시작했는데 이 구간은 함박산 정상의 전망대까지 비교적 긴 구간의 능선길이라 걸음수가 많은 대신 산행은 수월했다.
야간이라 하기엔 조금 이른 시각이지만 가을 내음 가득 머금고 오르는 산행은 지친 여름의 시름을 달래기에 충분했고, 정상에 올라 처음으로 맞이하는 야경은 도심 야경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함박산은 충청북도 음성군 맹동면 군자리·쌍정리·두성리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전설에 의하면 천지개벽을 할 때 물에 잠겼으나 함지박 하나를 놓을 자리가 남아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함박산에서 발원하는 정천은 서쪽으로 흘러 본성리 냇물과 합류한다. 함박산의 남단에는 솔태라는 산이 있고 동쪽에는 맹동저수지를 사이에 두고 북쪽으로 덕솔·암솔 등의 산이 있으며, 남쪽에는 알랑산·알봉 등의 산이 있다. 소속리산에서 남쪽으로 뻗은 산맥에서 기봉하여 이루어진 산으로 산의 모양이 순하면서 우아하여 여성적인 자태를 보이고 있다. 함박산 정상에 오르면 맹동면과 대소면, 그리고 진천군 덕산면 일대의 넓은 곡창 지대가 한눈에 보인다.
[출처] 함박산_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산을 오르는 동안 대화를 나누며 약 2.6km를 능선길에 몇 번의 작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여 걷는 사이 정상에 도착하자 음성 혁신도시에서부터 너른 평원이 이렇게도 많은 불빛을 뿜어냈다.
도시의 야경과 다른 점이라면 밤하늘 별자리를 깔아놓은 것처럼 불빛들이 무리 지어 반짝였고, 옅은 운무가 깔린 밤하늘은 도시의 별자리를 반사시키며 희미하게 반짝이는 바다와 같았다.
정상에 도착하여 대략 30여 분 정도 머무는 동안 두 명의 사람들이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는데 혁신도시 배후의 산이라 그런지 간헐적으로 야간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종종 있단다.
가파르지 않으면서도 어느 정도 길이 좋아 랜턴만 소지한다면 큰 무리가 없겠다.
한참 야경을 감상하곤 천천히 내려오는 길에 같은 능선에 있는 함박산보다 조금 낮은 쪽박산을 지났는데 함박산처럼 쪽박산도 많은 비가 내려 세상이 잠겼을 때 봉우리가 쪽박만큼 남았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란다.
또 다른 유래는 산의 형상이 온순해 보여 여인을 뜻하며 어머니 품속처럼 포근해 보인다고 어머니 산이라 전해오기도 했다.
함박산으로 이어진 능선길 중 비교적 움푹 들어간 서낭당고개를 넘는 다리를 건너게 되었는데 마치 암흑 속의 새까만 바다 위를 지나는 것처럼 조금 오싹하긴 했지만 등린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함박산행은 휴일을 앞둔 설렘이 더해져 뿌듯한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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