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공휴일을 뒤늦게 알곤 밤새 내린 가을 장맛비가 아침에 일어나자 비교적 가늘어졌고, 그 틈을 이용해 만뢰산 방향으로 여정을 떠났다.
진천이란 곳이 워낙 도로망이 잘 되어 있어 가까운 거리가 아님에도 금세 만뢰산 초입에 도착했고, 길목에 휑하니 너른 잔디밭과 깔끔하게 조성한 유적지가 있어 곁길로 잠시 샜는데 통일신라의 공신이 김유신장군의 탄생지라 현수막이 크게 붙어 있었다.
차량 한 대가 세워져 있어 관리인 차량이겠거니 했는데 한창 장실 내음의 주범인 은행을 줍던 분들이었고, 주차를 한 뒤 성큼성큼 걸어가자 노부부는 은행 줍던 걸 멈춰 걸음아 날 살려라 떠나셨다.
난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딱히 신라에 대해 좋거나 아님 나쁜 감정이 없어 김유신장군에 대한 경의 또한 별로 없던 터라 너른 잔디밭과 그 위에 우뚝 솟은 몇 그루 나무를 구경하러 잠시 들린 터라 지식 전달이나 배움보단 이렇게 잘 조성한 유적지를 둘러볼 심산이었는데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지 잔디밭을 밟자 무른 땅의 느낌이 발바닥에 그대로 전달되었다.
이러다 잔디를 망치는 게 아닌지, 전날 내린 많은 비로 발이 빠지지 않는지 우려가 되어 다시 돌아서 우측에 우뚝 솟은 나무로 방향을 잡았고, 거기 또한 무른 땅의 느낌이 전달되어 멀찍이 눈으로 구경했다.
신라 때 나무가 아니어서 규모가 거대하거나 모양이 특출 나지 않지만 휑한 잔디밭 위에 솟은 상대적인 아우라가 더 진했다.
가을이 찾아온 시기라 나무 또한 가을 색채가 점점 드리워지기 시작했는데 역시 빛이 약한 날의 폰카 결과물은 기대하면 안 되겠다.
마치 유물을 연상시키는 수돗가는 성곽처럼 쌓은 돌무더기 위에 항아리, 옹기 같은 곳에 수도꼭지가 달려 있었다.
돌무더기 이끼가 있어 고풍스러우면서 작위적인 느낌이 없었다.
탄생지와 태실이 있는 곳이라던데 최종목적지는 만뢰산 생태공원이라 차분하게 둘러보지 않고 이내 자리를 떴다.
완연한 가을 날씨에 멍하니 보내는 시간이 아깝기 때문이었다.
'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그리움의 길, 정선 운탄고도_20241012 (8) | 2024.11.06 |
---|---|
가을 단잠으로의 초대, 진천 만뢰산 자연생태공원_20241001 (10) | 2024.10.15 |
혁신도시의 아름다운 야경, 음성 함박산_20240930 (9) | 2024.10.10 |
숲과 가을이 주는 치유의 선물, 국립 양평 치유의 숲_20240929 (10) | 2024.10.07 |
진천 해 질 녘_20240928 (7) | 2024.1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