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자연 그리고 만남

가을 단잠으로의 초대, 진천 만뢰산 자연생태공원_20241001

사려울 2024. 10. 15. 22:19

느지막한 오전 시각에 도착해서인지 주차장엔 차량이 거의 없었고, 가벼운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장대 같던 가을 장맛비가 그치긴 했으나 금세 쏟아지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날씨라 우산을 챙겨 공원 입구부터 천천히 살피며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올여름 폭염에 심신이 지쳤는지 뺨에 느껴질 듯 말 듯 휘날리던 보슬비조차 전형적인 가을 기온과 맞닿아 제대로 된 휴일을 만끽하기 위해 늦잠을 자거나 집에서 무기력하게 있는 것보다 이렇게 가을 내음과 바람을 만끽하는 게 더욱 본능의 이끌림이 강해 자연생태공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잠시 앉아 있는 것조차 사치로 여겨져 쉴 새 없이 걸었다.

만뢰산 자연생태공원은 충청북도 진천군 진천읍 연곡리 만뢰산에 일대에 조성된 자연생태공원.
만뢰산은 생태환경의 안정성과 희소성은 높지 않으나 다양성은 비교적 높게 유지되어 왔다. 또한 진천읍 연곡리 연곡저수지를 중심으로 보탑사를 비롯한 석비, 사지 등이 있고 하수문·중수문·상수문의 세 계곡을 흐르는 청정수가 백곡저수지로 유입되고 있다. 이와 같이 산악과 계곡이 어우러진 자연환경을 생태자원 및 관광자원으로 개발할 목적으로 사업비 54억 6700만 원을 들여 2003년 5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진천읍 연곡리 27번지[김유신길 340-38] 일대에 생태공원을 조성하였다.
진천군은 2009년 5월 조성된 만뢰산자연생태공원을 진천 지역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조성하기 위해 2010년 8억 6400만 원의 국·도비 보조금을 편성하여 기본계획에서 누락된 자연과학놀이터와 별자리마당 등 다양한 생태체험을 위한 시설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 또한 보탑사, 진천 종박물관 등 인근 문화 관광지, 2014년 조성된 진천 참숯테마공원 등과 연계한 체험형 관광 상품으로 개발되고 있다.
11만 8,507㎡ 규모로 조성된 만뢰산자연생태공원은 조경시설, 관광·휴양시설, 교양시설, 공공시설 등을 갖추고 있어 다양한 생태 체험과 관광이 가능한 지역명소이다. 관광·휴양시설로는 가족 피크닉장, 물놀이 체험장, 자연과학놀이터 등이 갖춰져 있다. 교양시설로 생태교육장, 별자리마당, 곤충관찰원, 임간학습장 등이, 공공시설로는 방문객 센터와 관찰데크, 탐방로, 도로 등이 조성되어 있다.
[출처] 만뢰산자연생태공원_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만뢰산자연생태공원 - 디지털진천문화대전

[정의] 충청북도 진천군 진천읍 연곡리 만뢰산에 일대에 조성된 자연생태공원. [건립경위] 만뢰산은 생태환경의 안정성과 희소성은 높지 않으나 다양성은 비교적 높게 유지되어 왔다. 또한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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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입에는 생태늪을 방불케 하는 작은 연못이 있었고, 그 연못 한가운데 솟구치는 분수는 지나는 바람을 쫓아 물보라를 휘날렸다.

연못 가장자리 길을 따라가자 산으로 향하는 길과 다시 도로 방향으로 향하는 갈림길이 나왔는데 이때만 해도 생태공원의 규모가 눈에 보이는 게 전부라 여겨 산책이 빨리 끝날 것 같아 연못을 휘감는 도로 방향으로 걸었다.

길 옆엔 작은 산과 맞닿은 지점이라 가을과 숲이 만들어낸 청량감 가득한 숲내음이 무척 향긋했다.

도로와 연못 사이에 데크 쉼터도 가을 분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묻어있었다.

데크 끝 연못과 인접한 테라스엔 바람을 타고 미친 듯이 휘날리는 물보라가 닿을 것만 같았다.

만뢰산 자연생태공원 조감도.

눈에 보이는 공원도 그리 작은 규모는 아니었지만 산 언저리를 타고 올라간 공원의 규모까지 감안한다면 처음 상상했던 건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넓고 이채로웠다.

꽤 너른 잔디광장에서부터 산허리 방향의 자생수목원과 휴식광장, 가족 피크닉장과 생태습지를 지나 생태탐방로,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식물원, 산림공원, 화원, 산내음길까지 아우른다면 가늠할 수 없는 규모였고, 산길은 배제한다고 해도 1시간 이상 소요될 만큼 크고 다양한 주제가 움트고 있었다.

연못을 한 바퀴 돌아 본격적으로 산 방향 공원길을 걸으며 가장 먼저 마주한 멋진 장면, 바로 소나무가 한데 어우러진 장면과 거기에 기댄 벤치였다.

오래되거나 큰 건 아닌데도 묘하게 아우라가 묻어났고, 하나를 위해 모두 합심한 형세였다.

빗물이 없었다면 저 벤치에 잠시 앉아 심호흡했을 터.

완만한 오르막길을 따라 산 방향의 공원 내부로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자 가을 정취는 한결 두터워졌다.

여전히 여름의 녹음이 남아 있긴 해도 바람이 불 때마다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과 탄산수처럼 청량감이 터지는 보슬비는 분명 가을을 확신할 수 있었다.

길이 없어 풀들이 무성한 작은 숲 너머 물놀이 체험장은 아이들 눈높이에 딱 맞춘 물놀이장이었다.

다양한 수종이 안내하는 길을 걷다 보면 점점 가을이 짙어졌다.

저건 마치 고인돌을 연상시키게 하는 돌무더기였는데 위에 올려놓은 돌은 마치 나무처럼 물결무늬에 유연한 곡선의 형태였다.

직접 가서 만져보거나 하지 않고 가급적 눈으로 충분히 즐기기로 하자.

길 좌측엔 자생수목원이 자로 잰 듯 반듯한 길을 사이에 두고 늘어져 있었는데 비교적 다양한 수종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나중에 내려올 때 들러야 되겠다.

아이들을 위한 자연과학놀이터에 닿기 전 휴식광장을 지났다.

쉼터 정자를 지나면 자연과학놀이터와 야생초 화원, 가족 피크닉 광장이 있었다.

자연과학놀이터 또한 작은 규모는 아니었고, 다만 여기선 공원 한길을 벗어나 산과 경계를 이루는 공원의 가장자리 길로 접어들어 완만한 오르막길을 걸었다.

길은 평탄하게 다져놓은 비포장길로 앞서 비가 내려 조금 무르긴 했으나 걷는데 지장은 없었다.

야생초 정원이 거의 끝날 무렵엔 좌측 반대편엔 산으로 향하는 길이 뻗어 있었는데 만뢰산과 태령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로 오르는 길이었다.

겨울이 되면 손으로 움켜쥔 듯한 형세의 만뢰산 능선길에 도전해야 되겠다.

사실 자연생태공원에 온 것도 위성지도상으로 멋진 환상 형태의 만뢰산 능선길의 호기심 때문이었는데 비가 내린 산길은 걷기 힘들고 위험할 수 있어 이번 생태공원으로 만족해야 스것다.

공원 가장자리 길을 걷다 보면 이내 야생초정원으로 접어드는 내리막길이 이어졌는데 그 길 옆엔 작은 늪과 같은 연못이 있었다.

봄이 되면 개구리알 부화에 최적인 모양새였다.

야생초 정원에 접어들자 풍성하지 않지만 그래도 제법 모양새를 갖춘 정원이었는데 여기까지 찾아오는 인적이 없어 그 한적함 속 정원은 여유의 온실 같았다.

방아꽃일까?

거미 하나가 꽃에 붙어서 쉬고 있었다.

드문드문 심어놓은 야생초도 있었는데 가을이 마비시킨 가슴으로 인해 이 또한 한적함이 빚어낸 여유였다.

정원 가운데 무심히 올려놓은 돌은 여유를 정형화시킨 쉼표라 할까?

붉고 탐스럽게 익은 맨드라미.

가족 피크닉장은 너른 잔디 광장에 화초 울타리로 보듬은 곳으로 여긴 묘하게 을씨년스러웠다.

한 줄기 바람이 낙엽을 우수수 뿌려 놓아서 적막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여긴 지나는 길에 주춧돌 같은 곳에 올라 잠시 둘러보는 걸로 만족했다.

오를 때 봤던 자생수목원의 미로 같은 길에 접어들었다.

지나치게 깔끔하고 정갈해서 부자연스러운 것보단 이렇게 적당히 여백과 이끼, 여름 수풀의 흔적이 있었던 게 더욱 정감 서렸다.

어느새 비는 완전 그쳤고, 내린 비는 곳곳에 여전히 고여 심약한 대낮의 빛을 굴절시켰다.

특히 괭이밥에 자욱이 영근 비의 물방울들은 마치 고운 보석을 뿌려놓은 것 마냥 이쁘게 빛나고 있었다.

견고하게 뿌리를 박고 영원할 것만 같았던 여름이 떠나자 벤치도 낭만을 찾았다.

자생수목원을 거쳐 왔던 길로 내려가는 길은 힘을 들이지 않고 순풍을 타듯 내려갔다.

자연생태공원이자 수목원인 공원엔 많은 나무들과 생명들이 거점을 두고 터전을 마련했고, 그 터전에 돌을 쌓아 움막을 만들었다.

많은 나무가 한데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도 포근해 보였지만 그 사이에 액세서리를 끼워놓은 인위적인 것들도 조화로움에 포근해 보였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다 좌측 방향 물놀이 체험장을 지나자 다시 갈림길이 나왔다.

여정을 다닐 때면 늘 조감도나 지도를 폰카로 찍어 틈틈이 찾아보는 습관이 생겼는데 이 지점에서 지도를 펼쳐보자 비밀의 화원처럼 밀원식물원 방향으로 꽤나 깊은 식물원과 각종 테마 장소가 뒤섞여 있어 호기심을 챙겨 좌측 방향으로 이어진 길로 접어들었다.

뱀조심!

비교적 가공이 적은 숲 사이로 데크길이 이어져 있었는데 숲 보호 차원에서 이런 길이 끌렸고, 그런 만큼 토지의 훼손이 적어 숲의 습지엔 뱀이 생존하기 적당하겠다.

올여름 동안 여정 중에 특히나 뱀을 많이 만났었는데 나도, 녀석도 서로 입에 개거품을 물 정도라면 괜히 자극하지 않고 얼른 지나면 그만이었고, 사람들의 자취가 짙은 정석적인 길만 다니면 큰 문제없겠지.

사실 뱀이 무섭긴 해도 호들갑 떨 정도로 눈에 동공지진 일어나지 않으니까 늘 침착하자.

여러 수종이 모여 있는 생태습지 사이로 길은 원초적인 길을 떠올릴 만큼 지그재그로 숲을 교묘히 파고들어 걷는 재미는 알찼다.

거기에 숲이 만든 습한 내음과 특유의 향긋한 내음까지 곁들여져 나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은 채 이 길을 걷고 있었다.

길은 대체적으로 완만한 오르막길이라 평지를 사뿐히 걷는 착각도 들었다.

숲이 하늘을 가려 어둑한 생태습지를 지나면 한순간 하늘이 뻥 뚫린 화원과 습지 사이를 지나게 되었고, 잠깐 사이 다른 세상을 공간이동한 착각도 들었다.

이어진 숲인데 이렇게 확연하게 다른 정취를 반복해서 체득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이 공원은 멋진 곳이란 꼬리표를 달아도 하등 이상할 게 없었다.

천천히 걷는 대신 주위 세상들과 충분히 눈을 맞히며 걸었다.

계단식으로 구성된 화원, 일명 꽃계단에는 주로 키가 작은 식물들이었고, 그 가운데 나무 하나가 자리 잡아 우뚝 선 채 자칫 밋밋할 수 있는 공간에 의미심장한 복선의 깃발을 꽂아 둔 것만 같았다.

물론 보는 재미도 좋고.

진행하는 데크길에서 좌측이 꽃계단이었다면 반대편 우측은 산에서 내려오는 여울이 만든 습지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아래쪽에선 나무숲이, 중간쯤에선 수풀이, 어느 정도 지나면 말끔히 다듬은 본연의 습지 모습이 드러났다.

그러다 다시 숲과 수풀이 뒤섞인 습지가 나타났고 꽃계단이 끝날 무렵 쉼터가 나왔는데 이제부터 꽃계단을 이어 산의 자연녹지가 펼쳐져 있어 마음을 다잡고 힘내라는 응원이나 마찬가지였다.

쉼터에서 여울로 이어진 계단이 있긴 했으나 이렇게 주된 길로만 다녀도 1시간은 어림없었다.

완만한 오르막길을 계속 걷다 어느새 길은 전진을 멈추고 좌우로 갈라졌다.

우측 편은 트여 있었고, 좌측 편은 멀대 같은 소나무? 잣나무? 숲으로 향했는데 지도를 보자 숲 가운데 별자리마당이 있고 거기를 지나면 앞서 지나왔던 가족 피크닉장과 야생초 정원이 있어 먼저 별자리마당으로 향했다.

별자리마당을 갔다 다시 돌아 나와 길 우측 밀원식물원을 비롯하여 습생과 건생초지원, 산림공원으로 해서 내려가면 되니까.

하늘 향해 높게 뻗은 어둑하고 한적한 나무숲을 지나자 갑자기 환한 마당이 나왔고, 거기엔 12개 별자리를 여덟 방향으로 둥글게 배치했다.

아마 키가 큰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어 조금이라도 광해의 방해를 피할 수 있어 별자리마당이라 한 게 아닌가 싶었다.

12개 별자리를 새겨놓은 돌의 가운데 점엔 둥근 화강암이 깔려 있었다.

별자리마당에서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기 위해 멋진 나무숲을 지날 무렵 한 가족이 가족 피크닉장 방향에서 올라왔고, 뒤이어 한 연인이 숲길로 올라왔다.

한적하긴 해도 사람들이 꾸준히 오고 가는 자연생태공원이라 했는데 이후 그걸 실감했다.

길 따라 걷는 동안 꾸준하게 오고 가는 사람들과 마주쳤는데 대부분은 가족 또는 연인인 걸 보면 데이트하거나 가족들과 오붓하게 쉬기 알맞은 공원 아닌가 싶다.

앞서 올라왔던 갈림길 좌측 별자리마당을 살펴본 뒤 그 갈림길을 지나 우측 방면의 산허리에 이어진 밀원식물원으로 향했고, 가는 길에 나무가 거의 없는 민둥한 산 언저리가 보였다.

산불로 인한 상흔일까?

어느새 나무가 거의 없는 지대를 지나는데 그래도 드물게 나무 몇 그루가 있긴 했고, 상대적으로 나무들이 우뚝 솟아 보였다.

하늘은 여전히 무겁기만 한데 이제는 비가 더 이상 내리지 않을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다.

밀원식물원에 들어설 무렵 어디선가 들리는 여울 소리의 진원지로 고개를 돌리자 정말 작은 여울이 경쾌하게 흘렀다.

숲 초입의 비교적 큰 습지를 만든 게 바로 이 여울이었다.

물은 어찌나 맑고, 그 소리는 어찌나 경쾌한지 잠시 서서 무심히 감상하다 밀원식물원으로 들어섰다.

밀원식물원은 물론 가공된 식물공원이긴 했지만 무성한 숲과 수풀에 대해 거부감이나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에겐 친근하게 여겨질 공원의 전형이었다.

산 언저리 고도차를 이용해서 다양한 테마를 멋지게 담은 곳이 바로 만뢰산 자연생태공원이었다.

나무가 거의 없던 민둥 지대에 나무 하나가 오똑 솟아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나무 하나가 하늘 바다를 홀로 유영하는 모양새랄까?

길 따라 걸으면 고도가 점점 낮아지는 내리막 지세로 조금 내려오자 다래터널이 있었고, 정말 다래가 탐스럽게 열려 있었다.

조금만 더 지나면 영근 다래를 볼 수 있겠는데~

앞서 산에서 내려온 여울이 거대한 공원 안에 작은 연못과 정원을 만든 곳.

가을 색이 내려앉아 작고 아담하며 이쁜 그들만의 왕국을 만들었다.

습생초지원에는 강아지풀과 더불어 노란 꽃이 바람에 나풀거렸다.

가까이 태령산으로 오르는 길도 있었지만 만뢰산의 둥그런 능선 트래킹은 다음에 함께 도전하기로.

건생초지원과 식물원에는 다양한 식생과 인공적인 것들이 조화로웠다.

아직 남은 수국과 몇 송이 장미에 알알이 틀어 박힌 비의 물방울들, 그리고 잠시 앉아 주변을 감상할 수 있는 벤치들까지.

습생초지원으로 이어진 길을 걷다 쓰러진 나무가 더 이상 진행을 막아 다시 돌아나가야만 했다.

앞서 들렀던 강아지풀과 노란 꽃의 마을, 그리고 쉼터.

길 아래엔 습생초지원에서부터 초입까지 습지가 이어져 있었고, 그 너머 지나왔던 데크길이 한껏 어울리는 모양새를 하고 길과 길을 이어주고 있었다.

생태공원의 규모도 규모지만 정말 다양한 수종들과 구조물들이 뒤섞여 있었는데 근래 봤던 어느 공원보다 규모도 크고 무심한 듯 가져다 놓은 인공적인 것들 또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저 돌탑은 아마도 공원으로 조성할 당시 땅에 있던 돌로 쌓아놓은 게 아닌가 싶었다.

돌아가는 길은 들어올 때와 같은 길을 되짚었다.

길과 숲이 멋있어서 다시 지나쳤던 곳을 되짚기 위함이었다.

버드나무에 이끼가 잔뜩 끼어있어 두 생명의 공존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숲 초입으로 향하는 데크길은 앞서 봤던 것처럼 나무 사이를 지그재그로 피하며 바깥세상과 연결시켜 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물놀이 체험장에 도착.

풀장 건너 나무들 중 유독 눈에 띄는 나무 하나가 보였다.

특히나 가을 정취를 잘 표현했고, 유별나게 팔을 펼쳐 하늘로 뻗어 있었다.

여기까지 내려오자 처음에 조용하던 공원 일대가 걷는 사람들이 제법 눈에 띄었다.

염색체 모양을 한 두 그루 소나무의 화합과 향연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냥 각자 따로 서 있었다면 그냥 지나칠 법 한데 두 그루가 서로 교차하며 의지하고 있었다.

가을을 실감하는 작은 여정 길에 그 가을이 반겨주고 손을 흔들어줬다.

너른 잔디광장 너머 공원 초입에서 격하게 반겨주던 분수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여전히 반겨줬다.

잔디광장 위로 한차례 세찬 바람이 지나며 낙엽을 우수수 떨궜다.

일 년 동안 가을을 위해 붉은 아름다움을 아낌없이 발산하는 단풍은 여전히 가을의 대명사며 오랫동안 세상을 살아가는 생명이기도 했다.

처음처럼... 소나무의 작별 인사를 끝으로 만뢰산 자연생태공원을 벗어났다.

가삿말처럼 소중한 건 항상 먼 곳에 있는 게 아닌 가까이 있다는 사실, 바로 멋진 만뢰산 자연생태공원을 두고 한 말 아닐까?

한 바탕 멋진 가을의 단잠을 즐긴 후 잠을 털어내듯 공원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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