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포근한 설연휴, 무봉산_20240212

사려울 2024. 5. 20. 21:58

23년과 24년의 가장 큰 차이.
학업이라는 도구를 꺼내 들어 작은 도전을 시작하는 터라 여행의 빈도는 줄어들고, 실외에서 즐기는 시간보다 실내에서 도모해야 될 것들이 많아진다.
내가 선택하고 결정한 한 해의 이야기들을 써나가기 전, 4월 초까지 미친 듯이 꿈틀거리고, 사정없이 좌충우돌해 보자.
휴일이면 많은 시민들이 모이는 산에 올라 세속 위에서 욕망을 그렸고, 하산을 하며 욕구를 조각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24년, 두렵고 설렌 가슴을 애써 누르고 힘껏 부딪혀 봐야지.

 

동탄의 지붕, 무봉산_20220204

동탄 일대에서 꽤 높은(?) 무봉산은 이번이 첫 등정이었다. 만의사를 두 손으로 떠받드는 형세라 몇 번 끌려와 주변을 둘러보면서 살짝 호기심이 발동했었는데 때마침 기습 추위로 대기가 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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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봄, 이른 아침의 무봉산_20220323

이런 게 등산일까? 힘이 들어서 숨이 턱에 차올라 세상만사 자괴감이 밀려오다 못해 혓바닥이 땅바닥으로 떨어지기 일보 직전, 정상에서의 묘한 성취감이 든다. 봉우리에 오른 성취감, 흔히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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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봉산이나 만의사를 가면서 처음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했고, 익숙함의 문제일 뿐 가는 도중의 번거로움은 금세 적응되어 무봉산 초입에 있는 중리저수지 버스 종점에 도착했다.

약 1km 조금 넘는 거리를 도보로 이동하는 동안 설연휴 마지막 날을 이용하여 무봉산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던지 공영주차장을 비롯하여 도로가를 포함, 일대는 차량이 넘쳐났다.

역시 대중교통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만의사로 걸어가는 길에 조금 인상적인 장소로 길 한가운데 오래된 나무를 사이에 두고 길이 양옆으로 지났다.

베어 길을 만든 게 아니라 담아 길을 만든 흔적이었다.

무봉산으로 향한 첫걸음은 만의사 초입 약수터와 공공 화장실 옆으로 난 길로 비교적 꾸준하게 사람들이 오고 갔다.

만의사 좌측 산능선으로 오르는 길은 지속적인 오르막이라 만만하게 볼 수 없었고, 계단을 지나 전형적인 산길은 예상외로 길고 해발 고도를 감안한다면 가파른 편이었다.

길바닥엔 야자매트가 깔려 있는 흔적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은 이미 해져 맨땅 흙이 드러났다.

오르막길을 따라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에도 견딜 수 있었던 건 경험에 비춰 경사가 완만해지는 무봉산 능선길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고, 한 치 오차도 없이 쉼터가 있는 완만한 지점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 1km 조금 넘는 능선길을 따라가야 되는데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되어 주변 세상을 감상하기에 제격이었다.

무봉산 등산 중 갈림길이나 쉼터 같은 지점에 틈틈히 이정표를 설치해 뒀는데 그 이정표 상 여기서 조금만 더 오르면 쉼터에 근린공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는데 거기가 체력단련장이란다.

정상으로 가는 능선길에 첫 봉우리에 도착, 용인고 화성을 가르는 능선이라 빼곡한 녹음이 사라진 겨울에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고, 그 능선길은 만의사를 감싼 무봉산 능선길이라 비교적 까마득한 우측 아래엔 만의사가 늘상 따라붙었다.

만의사 주차장에서 약 1.1km, 외길이었던 능선길에 접어들어 첫 쉼터인 체력단련장에서 0.5km를 걸어왔고, 능선길에서 짧지만 비교적 가파른 지점으로 접어들기 전의 99고개는 0.4km 남았다.

99고개를 막지나 비교적 급한 오르막길을 오르면 청려수련원을 지나 중지저수지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있는 쉼터가 나왔다.

만의사에서 체력단련장까지 오는 동안 신체가 오르막길에 적응한 건지 이 구간은 크게 힘이 들지 않았다.

다만 99고개에서 만의사로 내려가는 길은 지도상에 표기되어 있긴 했지만 육안으로 그 길이 잘 보이지 않았고, 실제 내려간다고 해도 쉽지 않을 만큼 발아래 바로 만의사가 보일 정도로 매우 가팔랐다.

근래 들어 산을 오를 때면 길 아닌 곳은 출입하지 않았다.

위험한 이유도 있겠지만 그 산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생명들에겐 인간의 무분별한 출입으로 짓밟는 행위가 민폐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99고개를 지나 오르막길에 오르면 비교적 큰 쉼터가 기다렸다.

여기서 청려수련원 뒷능선을 지나 중리저수지가 있는 버스 종점까지 바로 연결되는데 나름 가파른 곳이라 계단길로 꾸며져 있었다.

무봉산 정상은 가까운 곳이라 쉬지 않고 곧장 정상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정상에 오르자 처음엔 앉을 만한 곳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산을 오르는 가장 현실적인 목표이자 성취감을 가장 선명하게 되돌려주는 곳, 정상에 도착하여 주변을 휘리릭 둘러봤다.

연무가 있던 날이라 동탄이 흐리게 보였지만 정상의 의미는 퇴색되지 않았다.

2배 광학 줌으로 당기면 도시는 또렷해진 만큼 뿌연 연무도 눈에 눈꼽이 끼인 것처럼 더욱 뿌옇게 보였다.

3배 확대.

바로 아래 2신도시에 이어 하나인 것처럼 1신도시의 메타폴리스까지 인척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 너머 오산과 화성의 구릉지대가 하늘과 대비되는 능선이 파도처럼 출렁거렸고, 가까운 능선과 상대적으로 먼 능선 사이 옅은 연무가 빈틈없이 자리 잡았다.

바로 옆에 한 가족이 웃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살짝 돌리자 동고비 하나가 아이가 준 간식을 득템 했다.

어느 누군가는 잡곡을 올려놨는데 아이가 준 간식에 더 흥미를 느끼는 걸 보면 녀석도 맛집을 아는 눈치였다.

팔 뻗으면 닿을 거리라 작고 귀여운 아이 손과 함께 역시나 귀여운 동고비의 앙증맞은 모습이 겹쳤다.

이 장면을 보는 사이 헐떡이는 숨이 가라앉아 정말 고마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파란 하늘로 솟구친 겨울의 앙상한 가지가 마치 모세 혈관처럼 보였다.

앞서 거쳐왔던 쉼터의 갈림길에서 왔던 길 대신 청려수련원으로 방향을 잡고 걸었는데 지난번엔 능선길 도중 만의사로 내려갔었다면 이번엔 대중교통을 이용했기 땜시롱 능선길 따라 계속 진행했고, 도중 가파른 구간이 있긴 해도 거리는 짧아 대체적으로 걷기 수월한 완만한 산길이었다.

왔던 길만큼 비교적 많이 걷긴 해도 크게 무리가 없는 코스라 도리어 만의사를 뒤를 돌아오는 길보단 산행이 편했다.

중리저수지~만의사까지 무장애길과 가까운 대신 만의사~체력단련장이 있는 쉼터까지 고도가 단번에 올랐고, 그 이후 대체적으로 완만한 구간이었다면 청려수련원 길은 앞서 구간의 등락폭을 골고루 분산하여 꾸준히 오르막길이라 산행의 잔재미는 없어도 오르기는 수월하겠다.

이로써 설연휴 마지막 날의 따스한 겨울을 가벼운 산행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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