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에 대한 사색

에어팟...1은 혁신, 2는 배신_20190901

사려울 2019. 9. 25. 21:48

냉정하게 파워 비츠와 비교하라면 파워 비츠가 낫다.

뇌수, 콩나물, 전동 칫솔이라 비아냥 대던 주위 사람들도 에어팟 끼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애플 자체 이어폰이 신통 찮은데다 별로 신경도 쓰지 않던 분야인데 에어팟 하나로 시장에 난립해 있던 전문 음향 브랜드들 아성을 단숨에 무너뜨린 저력과 파급력은 실로 막강 했다.



원래 영화 첫 편이 입소문과 함께 대박치면 차기작은 그만큼 부담을 안고 개봉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잘해도 본전, 별 차이 없으면 욕 바가지 얻어 줍줍해야 된다.

그런 측면에서 반지의 제왕이나 어벤저스는 정말 대박이고, 쿵푸팬더나 타짜를 보면 형편 없는 수준이 아닌데도 워낙 잘 만든 전작으로 인해 고공행진 중인 기대 심리를 충족해 주지 못해 쌍욕을 들었던 걸 감안, 에어팟도 마찬가지로 첫 작품이 워낙 초대박 메가 히트감이라 당연히 2에 대한 기대감은 어떤 뛰어난 이어폰도 한 눈 팔지 않게 만들 만큼 눈에 콩깍지를 단단히 씌워 놨다.

표면이 터치라 플레이어를 끄집어 내지 않고서도 볼륨, 플레이 컨트럴이 다 된다거나 오픈형의 치명적인 단점인 음 누수를 막기 위해 노이즈 캔슬러를 탑재 한다거나 등등 이 시대에 최신 기능에 대해 에어팟은 과감히, 그것도 높은 완성도를 안고 출시될 거라는 루머는 언제나 넘쳐 났다.

이렇게 2년 동안 갖가지 외계 종족이 만들 법한 기능들을 모조리 거쳐 에어팟은 더이상 인간이 만든 유품이 아닌 지경에 이르렀고, 그렇게 하늘을 뚫고 외계를 폭파시킬 만한 기대 심리가 잔뜩 부풀어 오를 무렵 차기작을 출시 했는데 실망의 눈초리로 젠하이저나 뱅앤올룹슨 플래그쉽 모델은 화색이 돌았다는 소문.

에어팟2를 전작과 비교해 보면 외형은 판박이, 기능도 별 다를 거 없다.

그저 레이턴시가 재빨라지고 아무런 조작 없이 시리를 불러 낼 수도 있게 되었지만 사람들이 원하던 건 그런게 아니었다.

돼지털 시장에서 2년이면 상당히 길고 겁나 발전할 시간인데 비해 이 에어팟2의 변화는 거의 정체가 아닌 퇴보로 간주해도 무방할 정도 였으니까.

각설하고, 그럼에도 에어팟2를 지른 건 내가 쓰기 위함이 아니라 2년 3개월 전에 나한테 에어팟을 과감하게 선물해 준 친구 와이프에 대한 답례다.

파워 비츠가 좋긴 한데 그녀는 액티브하거나 음질/음색을 크게 중요시 하지 않고, 돼지털에 대해서도 큰 관심이 없다.

그럼 차라리 지금 사용 중인 에어팟의 배터리 수명이 급 빈약해 졌을 터라 친숙한 에어팟2로 결정했다.

모르지?

내 에어팟도 우측에 비해 좌측 배터리 성능이 거의 시망 수준이라 나도 그 편리성에 길들여져 하나 들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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