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가을 여행의 첫날_20170915

사려울 2017. 10. 28. 17:39

여행의 첫 날?이지만 숙소로 잡은 청풍리조트에 도착한 시각은 이미 11시를 살짝 넘어 첫 날의 의미는 무색했다.

앞 전 회사 복지프로그램으로 예약한 사례가 종종 있어 의례히 레이크호텔로 알고 도착했지만 호텔 뒷편 언덕에 자리 잡은 힐하우스 콘도미니엄이란다.

사실 난 청풍호에 붙어 있는 레이크호텔이 좋은데.(겨울 청풍호의 매력_20150214, 봄과 함께 청풍호로 간다_20150320, 사라진 탄광마을, 모운동_20150912, 가을이 오는 청풍호_20150913)



현관을 열고 들어서면 거실이 떡! 버티고 있고 널찍한 방이 하나 딸려 있는, 매끈하게 리모델링한 힐하우스는 사실 레이크호텔과는 달리 콘도미니엄이라 가족 또는 2인 이상의 동행자가 있을 때 어울리는 컨셉이라 2박 지내는 동안 좀 썰렁하긴 했다.

여전히 혼자 여행이 몸에 완전히 들어 맞지 않은 옷을 껴입은 양 너른 여백의 한기를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얼마 가져 가지 않은 살림살이를 장터처럼 널어 놓을 수 없이 벱이잖아.



거실과 마주한 키친도 간결하면서 깨끗했다.

근데 난 여기서 물 3번 끓인게 전부라는 거~



전형적인 온돌형태의 너른 방은 혼자 살림살이를 널어 놓고 한 쪽에서 자더라도 비좁지 않고 깔끔하기까지 했다.

근데 현관을 열고 들어서 베란다로 나가는 순간부터 줄곧 후회가 따라다녔던 건 호수와 인접한 시설임에도 일부 몇 라인만 호수 조망권만 확보될 뿐 호수에서 모로 틀고 있는 방향 덕분에 호수는 개미 똥꼬만큼도 볼 수 없었던데다 가장 낮은 층수를 배당 받은 덕에 베란다 키를 훌쩍 넘긴 나무로 인해 바깥 조망은 가지 사이로 비치는 청풍호를 끼고 달리는 도로와 호수를 바라 보고 자리 잡은 산, 그래서 더더욱 레이크호텔이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금요일 퇴근 후 집에서 출발하는 탓에 시간과 거리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비교적 가까운 제천 청풍호로 잡았건만 역시 만만한 일정은 아니었나 보다.

빼곡한 일상에서 모처럼 떠난 여정이라 틀어 놓은 음악 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려 얼마 지나지 않아 깊은 잠에 빠졌고, 긴 여름에 잠시 접어 두었던 여행의 첫 시작이자 가을 혼행의 첫 밤은 문명의 소음을 느낄 새 없이 설렘에 도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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