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들 3277

휴일 저녁 메타폴리스에서

매형이 도넛과 팥빙수를 먹자고 꼬드겨 결국 넘어 갔다. 그래서 찾아 간 곳이 메타폴리스 크리스피 크림 도너츠 였는데 여기에도 빙수를 파는 구나 싶다.허기야 맥도날드나 롯데리아 같은 버거 집에서도 빙수를 팔긴 한데 학창 시절에 승차권을 화폐로 대신하여 사먹던, 우유 대신 물을 부어서 먹던 눈물의 팥빙수와 내용물은 별반 차이 없다.그래도 그런 거 따질 만큼 평소 빙수를 즐겨 먹지 않거니와 성의가 괘씸하지 않은가. 메타폴리스 지하1층인가?크리스피 크림에 와서 보니 첫인상은... 개판 쑤레기장이나 다름 없다.먹은 사람들도 치우지 않고 자리를 뜬 경우도 많고 종업원들도 별로 치우는덴 관심 없나 보다.우리가 앉은 자리도 음식물이 흘러 있어 물티슈와 넵킨으로 셀프 클리닝했으니 어지간하다.그래도 종업원들이 마이 힘들겠..

발리 슬링백 Tabel MD 261

이번에 또 일냈다, 아니 또 질렀다 라는 표현이 맞겠다. 내 평생 남들이 인정하는 명품을 구매한 건 페라가모 카드케이스와 버버리 키케이스 뿐, 그마저도 아주 귀한 지인들께 선물용으로 준비한 거라 이번 건은 내가 미친 게 맞단 걸 인정~바로 발리 슬링백을 번개가 번쩍이는 속도로 확! 질러 버렸다.사실 발리가 유명한 관광지 이름인 줄 알았던 난 어떤 명망 높은 CEO 가방을 보고 뭔가 삘~이 오더라구.초콜릿 컬러의 보들보들한 가죽에 발리 특유의 벌~건 패턴이 내 눈엔 환상이었으니 그럴만도 하지 않겠나?그러다 자전거나 카메라 들고 싸돌아 댕길 때 뭔가 깔삼하면서도 편한 크로스백도 아니고 백팩도 아닌 그 비스므리한 가방이 있음 참 좋을 텐데 싶던 찰나 우아한 자태로 수영하듯 인터넷 세계를 휘젖고 다니던 가방을 ..

휴일 금호강 나들이

대구에 갈 일이 있어서 휴일을 이용해 두루두루 둘러 보려 했으나... 첫 날부터 일정이 어그러져 충분히 둘러 보질 못했다.그 아쉬움을 다음으로 기약하는 수 밖에. 우선 스원한 아이스 아메리까~노 한 사발 때려야겠지?대구가 특히 덥거나 햇살이 강했던 건 아니었건만 왜 그리 후덥지근하고 끈적한지.그 갈증을 식히지 않으면 휴일 내도록 축 쳐질 것만 같았기에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동대구역에 늘 들리던 커피빈은 리모델링 공사로 없어졌고 하는 수 없이 고속버스 터미널 뒷편에 있던 투썸플레이스로 고고씽~점심 무렵인데 자리가 텅 비어 있두마 어느 순간 이 자리들이 빼곡히 들어차더라. 갈증을 식혔으니 동인동 갈비찜거리로 가서 모처럼 포식했다.출출하던 찰나에 식욕을 충만할 생각만 오로지일 뿐 꼼꼼하게 맛집을 사진 찍는 다..

하늘도 아름다울 수 있다

하루 종일 잔뜩 흐렸던 하늘이 퇴근 후 잠시 틈 사이로 하늘의 맨살이 보이더니 더불어 햇살과 노을이 보인다.다양한 색상의 물감이 하늘에 풀리자 그 자태가 전혀 경박하지 않으면서도 고운 색동옷 한 벌의 차려 입은 것 같다. 땅거미 마저 서산으로 넘어가 버리자 그 정도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의 가느다란 빛만 하늘에 남았는데 그 빛깔조차 역동하는 해안 절벽의 파도 같다.하루 종일 후덥지근한 날씨와는 달리 역동하는 저녁 하늘은 싸늘한 한기가 만발하여 스며 나오는 드라이 아이스의 꿈틀대는 연기다.

하늘 커튼

잿빛 하늘이 살짝 열리고는 아주 얇고 고운 오렌지색 커튼 자락이 떨어지더니 이내 완전히 늘어트리곤 펼쳐진다.처음엔 결결이 접혀 있다가 완전히 펼친 그 오렌지 빛깔은 허공으로 달아나던 시선을 낚아채 버리곤 도저히 풀어주지 않으니 뜨고 있던 눈이 잠깐 멀고 흩어져 있던 잡념은 분해되어 잠시 나마 무능력자의 멍한 시선을 공감해 버린다.하늘 아래 이런 서사시는 얼만큼 엄청난 분량의 습작들이 꿰어져 있는 것일까?어린 아이가 강요당했던 중요한 밑줄의 깨달음도 이것만큼 현명할 수 있을까?요람기에 할머니 이야기로 승화되었던 천사와 조물주의 세속길이 이런 광경이라면 그게 진실이고 일말의 의심도 없었으리라.

오산천 너머에서

문득 동탄2신도시에서 동탄을 바라보면 어떨까?에 대한 몰취향에 가까운 엉뚱함을 해소하고자 오산천을 넘어 택지 개발 현장으로 가 봤다.어차피 휴일이라 거긴 조용할 거란 생각이었고 예상은 맞아 떨어졌지만 길이 애매해 난감하기도 했다.오산천을 넘어 남쪽으로 방향을 잡아 강변을 따라 가 보니 반석산 쪽으로 벌써 해가 기울려 한다.하긴 뜨거운 햇살을 피해 오후 늦게 집을 나섰으니 늦을만도 하다.반석산 위로 기웃거리는 고층빌딩들도 결국은 해 아래 있거늘... 반석산과 오산천, 그리고 눈 바로 앞에 오산천의 너른 갈대밭이 있다.새들이 즐겨 찾는 곳인데 이렇게 보니 완죤 다른 곳 같다.반석산 자락 바로 아래가 늘 걷던 산책로. 예전 동탄면이 있던 곳에서 동탄신도시를 바라 볼 때 쯤 일몰이 진행 중이다.사실 사진 찍은 ..

동탄2신도시 큰 어른

공사가 한창인 동탄2신도시 택지 개발 현장에 덩그러니 서 있는 나무 한 그루.사방에 개망초가 얕은 바람에 하늘 거리는 사이 한치의 요동도 없이 버티고 있다.아마도 사라져 버린 마을의 많은 시간과 이야기를 담고 있겠지?개발이 끝나고 새로이 둥지를 틀 동네의 새로운 이야기도 계속 담아 갔으면, 그리고 지나는 누군가가 땡볕에 지쳐 잠시 쉬고 싶을 때 간절했던 그늘이 되어 주길 바란다.

동탄 센트럴 파크의 주말 풍경

동탄스타 CGV와 남광장 사이에서의 풍경에 주말이 더해지니 보는 사람도, 즐기고 지나가는 사람들도 흠뻑 젖은 여유는 어찌할 수 없나 보다. 여느 주말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이지만 평일엔 감당할 수 없는 기분이겠지. 잠시 돌아 다녔으니 엔진(?)을 식힐 겸 갈증도 삭히기 위해 투썸에 가서 아메리까~노 한 사발 때렸더니 행복이 따로 없다.걍 퍼질러 앉아 있고 싶은 유혹을 떨치긴 해야 긋는데 귀에 달콤한 멜로디가 끊이지도 않고 거기에 구름과자의 맛은 왜 이리 좋누! 주말이라 여유만 넘치는 줄 알았더니 곳곳에 물도 넘쳐 아이들 세상이 따로 없으시다. 남광장을 보니 `토요일은 밤이 좋아'를 외치듯 요란한 준비는 끝냈다. 여기 분수에도 솟아나는 물 덕분에 아이들이 신났다.신나는 놀이에 빠져 찰진 재미를 만끽하고 있으..

하늘과의 만남

연일 계속 되는 헤이즈로 청명함이 그리워질 무렵, 뿌연 대기를 밀어 내고 주말이 들어차 강렬한 햇살의 광시곡을 일파만파 퍼트렸다. 세상 어디를 봐도 뜨거운 햇볕이 아무런 저항 없이 세상에 울려 퍼지자 어디에 숨었는지 모를 파란 하늘과 구름이 일시에 몰려 나와 광야를 퍼득이는 백마처럼 하루 온 종일 기세등등히 활보하던 그 흔적의 시간들이 그저 아이 마냥 신나 틈틈히 채집을 하며 뒤늦게 나온 아쉬움들을 넋두리해 본다. 기분이 그래서 일까?파란색이 한껏 가슴으로 품을 수 있을 것만 같다.끊임 없이 흘러가는 구름들의 선명한 자태가 그 기분을 동조해 준다. 하늘을 도려낼 듯한 기세로 뻗은 고층 빌딩조차 종내는 그 하늘에 동화되어 다시 지상으로 발을 들인다. 따가운 햇살로 인해 텅빈 운동장은 누군가 오길 기다리지 ..

소품들의 모임

꿈틀대는 35mm에 대한 욕심이 커지며 눈팅만 하다 막상 지금 있는 렌즈조차 감당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 이래저래 만지면서 눈에 들어온 소품들을 문득 담고 싶었다. 아이팟클래식과 피처폰, 그리고 얼마 전 선물 받은 샤넬화장품 에고이스트.화장품은 사실 내가 선호하는 향이 아니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향 자체가 지속력도 무쟈게 길지만 특유의 강렬하면서 눅눅한 향은 코 끝에서 오랫 동안 잔향을 남기는데다 처음에 받아서 일반 스킨로션처럼 손에 적당량을 붓는 과정에서 주둥이 구조가 틀려 왕창 부어 버렸다.그냥 필요한 부위만 직접 찍어서 사용해야 되는데 그걸 몰랐던 무지로 확 쏟아져 버리면서 손에서, 팔뚝으로 줄줄이 흐르면서 사방으로 떨어진 그 자그마한 실수가 혹독한 시련이 될 줄이야.그 후에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