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들 3094

간다, 가을

봄과 다른 아름다움이 지천을 물들이는 가을은 바라보고 있는 내내 그저 아름다울 뿐이다.꽃이 핀 봄이 설렘이라면 여름에 마음껏 누린 후 가을엔 되짚어 보는 숙연함이 있다.산은 꽃이 지천에 피어도 여간해서는 웅장할만큼 뒤덮을 수 없지만 가을에 변모하는 나무는 이미 모든 산에 덮여 있는 고로 차라리 봄보다 더 찬란하고 광범위하다.변하는 나무든 변하지 않는 나무든 그것들이 한데 어우러질 때 산은 아름답고 단아한 것 아닌가! 연무 자욱한 안성의 어느 산언저리에서 조차 형형색색 변하는 숲은 주위에 별로 개의치 않고 아주 천천히 제 갈길을 가듯 변해간다. 그 변화의 과정은 여름을 품은 녹색을 털어 낸 후 그들 각자의 색을 한껏 뽐내곤 부는 바람 따라 낙엽을 떨군다.땅 위에 뒹구는 낙엽조차 그 존재가 하찮을지라도 차라..

극한의 상황, 그래비티(Gravity)

치열한 일상이 반복되는 사이 내 감성의 갈증이 심해지기 시작할 때 즈음 잠깐의 여가를 이용해 상영 15분 전 아이폰으로 영화를 예매하게 되었다. 영화 선택의 고민은 전혀 없었으므로 속전속결로 진행, 커피빈에서 아메리까노 한 잔을 손에 들고 동탄스타CGV 10층 7관으로 고고~영화는 문제작? 화제작? 그래비티였다. 그래비티(Gravity)? 중력이라..티저를 봤을땐 우주로 튕겨져 나가는 라이언 스톤(산드라블록 역)의 거친 심호흡과 끝 없이 반복될 것만 같이 온 몸이 위아래로 회전하는 대책 없는 상황 뿐 도대체 이런 상황에서 어떤 돌파구를 찾는다는 건가? 싶었다.박스오피스 강타를 한 게 최근 조용한 흥행을 거듭하는 조지 클루니와 산드라 블록의 티켓 파워인지 극강의 평점에서 보여 주는 스릴감인지 싶어 그 궁금..

애플, 무료의 마력

10월 23일 새벽2시에 아이패드 제품군을 비롯하여 맥북프로 라인을 발표하면서 내게 현실적으로 가장 쇼킹했던 건 기약 없이 기다려야만 하는 아이패드보단 맥북에어 운영체제 os x 매버릭스로의 무료 업그레이드를 포함, 아이워크와 애퍼처 업그레이드 였다!!! 윈도그 업그레이드 시 최소 십 만원 이상 지불했던 사례에 비추어, 게다가 애플의 경우 19.99달러 지불했던 사례를 보더라도-난 최초 맥 os가 올 해 봄이라 해당 사항이 없지만서리- 매버릭스의 무료화는 졸린 잠을 떨쳐낼 만큼 쇼킹한 희소식이었다. 감희 윈도그를 비웃듯 무료로 공개해 버리다니, 후덜덜~ 업그레이드도 몇 시간이 걸린 게 아니라 회사에서 잠시 틈을 이용해 약 20~30분 정도... 그래서 맥에 대한 애정이 배가 되는 듯. 더불어 정석적이진 ..

가을 금호강 자전거길을 따라

혼자서 훌쩍 떠나는, 아니 떠나버린 여행. 이지만 별 거 있나? 걍 가을 냄새 맡으려고 KTX표를 어렵게 구해서 금호강으로 갔다.자전거 여행이나 해 볼까 했는데 이번엔 40km정도 타곤 육체적인 한계점에 다다라 당초 목표에 2/3 정도만 타고 뻗어 버렸다.학창시절에 궁뎅이가 몽뎅이 찜질 당한 것처럼 무진장 아픈데 처음엔 자전거 빌린 것만도 감지덕지다 했건만 간사함이 여지 없이 드러나 공짜가 다그렇지,뭐. 그랬던 내 자신이 쑥스럽구먼, 시방.말이 길어 지면 안되니 고고씽~ 금호강 가천역 부근 자전거 길에 이런 멋진 코스모스 군락지가 있었다.그 날(10월19일) 바람이 많음에도 싸늘하지 않으면서 흐린, 그러면서도 대기가 맑아 시야가 탁 트인 청량감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는 날이었다.자전거 길의 좌측은 한 눈..

감각적인 도구, 그 이상의 영상

아이패드 에어와 미니2가 출시되면서 주체할 수 없는 지름신이 이성을 마비시킨다. 에어와 미니2 중 하나를 고르는 것도 즐거움이자 고민이 될만큼 어떤 비교도 불허하는 그들만의 베일을 벗곤 '따라 올테면 따라와봐'라고 조소하는 것 같다.때마침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 광고 한 편.어느 한 쪽으로 치우침 없이 골고루 감각의 균형을 영상에서도 불어 넣었다. 실제 언젠가 손에 넣을 아이패드의 의지를 이런 영상이 더욱 자극시켜 주고 활기를 불어 넣어 주니 아니 업어올래야 아니 업어 올 수 없는 마법이다.

두 번째 만남, 세종

두 번째 방문한 세종. 이른 아침에 잔뜩 대기를 덮었던 안개가 거짓말처럼 사라지자 마치 막이 열린 무대를 서서히 걸어 나오는 곱게 단장한 아이 같은 모습이다.넉넉치 않은 시간이라 오전 이른 시간에 잠시 들러 첫 번째 방문 때 미쳐 생각치도 못했던 호수공원 최북단의 습지섬으로 향했다. 다음보단 네이버 지도에 이렇게 위성사진을 통해 습지섬이 나와 있는 고로. 호수 북단 습지섬 초입에 이렇게 섬이 물에 떠 있다.위성 사진에서 보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태양의 불기둥 같은 그런 유연한 곡선인데 실제 보면 한달음에 훌쩍 뛰어 건널 수 있을 것처럼 가까이에 일렬로 늘어선 매끈한 정원같이 보인다. 지도 상의 둥그런 습지섬으로 가는 다리. 이게 바로 습지섬이닷.둥근 섬 안에 작은 원이 두개 있는데 그걸 찍으려다 뭔 생..

아이패드 기다리는 즐거움.

지난 달 중순에 아이폰5s, 한가위 연휴엔 iOS업데이트로 밤을 지새우더니 오늘은 아이패드 소식이 들린다. 2011년 5월에 아이패드2를 영입해 온 이후 이 녀석을 참 요긴하게 썼다. 회사 출근할 때 거의 빼놓지 않고 분신처럼 가지고 다니다 올 봄 맥북에어11을 영입하곤 대부분의 시간을 울 오마니의 친구가 되어 주는 다재다능하면서도 따스하고 뚝배기 같은 분이시다. 한 번 식사를 하면 3~4일 동안 단식해도 끄덕 없고 나이에 비해 이것저것 요구해도 싫은 내색 없이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그런 후에도 보란 듯이 생생하다. 그런 고마운 친구를 내가 부담스러워 하는 건 다름 아닌 딱 하나. 쳐다 보고 있으면 눈이 아리다. 내일 새벽이면 더욱 매끈하게 생긴 친구가 탄생한다니 나로썬 기대 만땅, 총알 완충 상태. 미니..

서문탁을 알다_아리랑

때 늦은 감이 없잖아 있지만 지금이라도 서문탁이란 가수를 논해야 될 것이여. 나는 가수다 시즌2에서 가왕전 막차를 탄, 초기에 가창력에 비해 평가절하될 만큼 그리 알려지지도 않았고 주류에서 벗어난 락을 하면서 이쁘고 감미로운 무대보단 때론 거칠고 때론 우수에 차면서도 나름 관객을 그리 의식하지 않은 선곡에 이 가수를 새로이 보게 되었다.첫 곡인 레드 제플린의 '블랙 독'에서 부터 이문세의 '그게 나였어'를 멋지게 부르더니 그 정점은 '아리랑'과 '하루 해가 질 때 아쉬울 것 내겐 없어라'로 찍어 버렸다. 국악과 락을 멋지게 버무린 편곡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허밍과 에드립까지 수 천 번 연습한 듯 아찔함을 넘어 묘하리 만큼 통쾌함마저 느끼게 한다. 국악 아리랑이 쌓인 한을 속으로 꾹꾹 눌러 참고 견디고 ..

소니가 또 일내는군

미러리스 풀프레임에 이은 고배율 광학줌에 조리개 고정 2.8렌즈를 장착한 똑딱이란다.고배율에서도 빛을 많이 받아 들이니 아웃포커싱은 둘째 치더라도 손 떨림이 그만큼 적단 건데...나는 구입할 일이 없지만 소니의 파격적인 행보를 보면 언젠가라도 내 손에 소니 카메라가 쥐어 질 수 확률이 점점 올라가겠지.똑딱이치곤 덩치, 특히 두께가 상당해서 휴대성은 떨어질 수 있겠지만 내 생각엔 촬영할 때 그립감이나 편의성은 좋을 거 같다.요즘 들어 소니를 첨병으로 후지나 올림푸스와 같이 메이저급이 아니던 제조사들의 몸부림이 시작되면서 니콘, 캐논이라는 막강 산맥의 구도가 흔들리는 건 아주 보기 좋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독려할만한 일인데 왠지 구입하고 나면 더 구미가 당기는 제품이 나올 것 같은 불길함(?)도 무시할 순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