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대한 넋두리 2291

냥이_20240201

냥특수상대성이론도 있다.보통 사람들은 정신적인 부분과 별개로 육체적인 부분은 성장기를 거쳐 독립적인 행태를 갖는데 댕냥이들은 성장기를 거쳐 ‘껌딱지 근성=스담 세제곱+관심 제곱+케어’란 독특한 공식을 갖는다.그래서 나와 똑같이 생긴 집사는 잠들기 전 노트북 두드리면 손바닥에 냥이 얼굴이 붙어 있단다.나와 똑같이 생긴 집사의 운명은 참으로 기구했다.중간 과정이 생략되었지만 손바닥을 묘체 공학적인 위치에 두도록 엄청나게 강요당했다.노트북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였다.꼼지락꼼지락 거리는 걸 보면 절대 자는 게 아닌데 자는 척 하는 중.이렇게 짱돌 굴리는 거 보면 어처구니 밥 말아 드신다.도저히 못 참았는지 슬며시 눈을 뜨지만 집사 짬밥에 이미 알고 째려보던 중 실눈 뜬 녀석과 눈이 ‘땋’ 마주쳤다.녀석이 겸연쩍었..

냥이_20240129

집에 돌아와 첫 인상, 지긋지긋하게 붙어 있는 진드기 따로 없었다.아마 현미경으로 확대해 보면 진드기가 저런 표정 아닐까 상상해봤다. 저 편안한 표정이라니!겸사겸사 카메라 정리도 하고, 이참에 녀석의 정면 사진도 하나 담아뒀다. 이렇게 보면 의젓해 보이는데 하는 짓은 천둥벌거숭이다. 그래도 자는 모습은 영락 없이 평온하기만 했다.냥이들은 렌즈가 가만히 째려보면 얼굴을 돌리는데 워째 이번엔 꽤 오래 가만 있네.녀석의 증명 사진. 이력서, 여권, 자소서, 학생증이나 사원증에 사용하능 한데 어디로 가야되냥?가만 있다 결국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냥이_20240128

낮이면 볕이 잘드는 창가, 녀석이 항상 낮잠을 청하는 쿠션 위에 올라 달달한 잠에 빠졌다. 무언가를 덮어주면 몸부림도 거의 치지않고 왠만한 소리에도 깨지 않은 채 깊게 잠들었다.한참 한 자세를 유지하고 발이나 조뎅이만 꼼지락 거리는 녀석이 신기해 가까이 다가가 빤히 쳐다보자 녀석도 간헐적으로 실눈을 뜨며 눈을 마주쳤다. 말랑말랑, 따끈따끈 초코젤리.눈이 부신지 앞족발로 눈을 가리다 그것도 귀찮은지 치웠다 반복하며 잠을 자고 있었다.한밤 중 몸이 불편해서 눈을 뜨자 녀석은 집사 위를 자근자근 밟고 다니다 다리에 자리를 잡고 뻗었다. 이거 은근 불편한데도 집사는 벙어리 냉가슴 앓듯 녀석한테 한 마디 못하고 불편한 잠을 청했다.

냥이_20240126

사람한테 엉겨 붙는 습성은 갈수록 다양하고 집요하게 나타났다.티비 보고 있자니 기대어 자고, 햇살 아래 뭐든 덮어주면 다소곳이 잤다.한밤 중 자다가 몸이 불편해 눈을 떠보면 집사 위를 자근자근 밟고 다니며 같이 자자고 보챌 때도 많았다.역시나 열 번, 백 번 듣는 것보다 직접 지내면 우리가 알던 잘못된 편견을 자각하고, 깊은 정을 나눌 수밖에 없다.근데 사람한테 기대어 자는 모습이 너무 사람 같지 않나?

평창에서 태백으로 가는 길_20240123

발왕산에서 내려와 곧장 강릉-도계를 거쳐 태백으로 향했다. 또 다른 겨울을 만나러 강원 내륙으로 가는 길이었다. 직선거리에 비해 한참 에둘러 찾아간, 백두대간에 숨겨진 세상은 앞서 평창과 달리 화려함보다 은둔의 정취답게 인간에 의해 방해받지 않은 겨울이었다. 헤매다 찾았었던 추억이 깃든 태백 일대의 겨울에 까치발 들고 조용히 찾아 숨결을 느껴보자. 횡계를 떠나 영동고속도로에 몸을 실었다. 겨울이 아니라면 안반데기를 넘어 정선 구절리를 지나갔겠지만, 강원의 깊은 산중은 빙판이 되어 이방인의 발길을 거부했다. 대관령에 발을 들여놓는 첫 신호탄으로 대관령1터널이 펼쳐졌다. 대관령1터널을 빠져나오자 갑자기 탁 트인 시야로 가슴마저 트였다. 생태터널 형식의 2, 3터널을 지나면 다시 산속을 파고드는 4터널이 기다..

냥이_20240121

모포를 덮어준 게 마음에 드는지 그 상태로 번갈아가며 졸다가 눈을 떠도 온기로 무장된 이불 밖을 떠나지 않았다. 녀석에게 있어 자신이 찜한 이불 밖은 위험한가 보다. 이렇게 금세 졸다가도 움직임이 포착되면 민감한 감시카메라가 작동하여 간헐적으로 눈을 떠서 동태를 살피거나 부르면 쳐다보는 정도로 그치고, 주뎅이 스담을 해도 가만히 있었다. 상황을 보면 단순히 따뜻한 걸 넘어 포근한 경지에 이른 표정이었다. 그러곤 한 동안 모포 둥지를 떠나지 않다 대게와 횟감에 자리를 벗어나 가족들한테 다가왔다. 아무렴. 먹을 때는 같이 줍줍 해야지. 모두가 포식하던 날이었다.

상대산 아래 영덕의 명사십리_20240118

이상과 실체, 욕망과 욕구가 만나는 저 먼 곳 어딘가. 너른 명사십리 거친 파도와 한 바탕 멋진 전망의 상대산을 뒤로하고 다시 왔던 길을 되밟았다. 상대산에서 내려와 멋진 전망에 포착된 대진항으로 향했다. 마을 넘어길을 곧장 넘으면 대진항과 바다전망대가 있었는데 전날 포항에서와 달리 워찌나 바다 성깔이 개센지 바다전망대 출입은 통제 상태였고, 굳이 전망대가 아니어도 포구 주차장에 내린 순간 서 있기도 벅찰 정도였다. 전망대 쪽 테트라포드 너머 갯바위를 흔들어대는 파도의 위력이 지켜만 보고 있어도 지릴 정도였다. 다시 자리를 옮겨 명사십리 덕천해변으로 이동했다. 내리기 시작한 비가 강풍에 실려 차창을 요란하게 두드렸고, 그만큼 폭풍우 위력이 강하여 해변은 공백 상태나 다름없었다. 한바탕 멋진 세상을 보여준..